가로수 그늘, 주변 온도 15도나 낮춰주는데···서울시 자치구 관리는 대부분 ‘낙제점’
중구는 평균 11점뿐···“자료 자체가 적어 평가 불가”

도시의 여름은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 아스팔트 도로는 태양에너지를 흡수하고 콘크리트 빌딩은 바람을 막아 ‘열섬현상’을 일으킨다. 무더운 여름 도시민의 일상에서 가로수 그늘은 가장 가까운 피난처다. 서울연구원 연구(2022)에 따르면 가로수 그늘이 주변 사물의 온도를 15.4도 더 낮춰주지만, 봄철 무분별한 가지치기로 여름철 그늘을 만들지 못하는 가로수도 많다. 우리 동네 가로수는 제대로 관리되고 있을까.
31일 오후 서울 성동구 한 모임공간에서 서울환경연합 활동가, 60여명의 시민이 모여 서울시 25개 자치구의 2025년 가로수 계획을 검토했다. 각 자치구 주민들은 2~3명씩 조별로 자기 지역의 가로수 계획을 검토하고 가로수 조성·관리사업의 사업기간·위치·대상·근거 등에 대한 점수를 매겼다.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자치구는 광진구와 관악구였다. 100점 만점에 각 53점, 51점을 받았다. 광진구 가로수 관리계획은 “꼼꼼하고 구체적이지만 실행과 사후관리계획은 미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관악구 주민은 “다른 지자체에 비해 관리계획이 두툼하고 관리현황 사진도 풍부해 현장 중심 사업을 벌이는 것 같”지만 “사업 근거와 사후관리 계획이 부족해 보인다”는 의견을 냈다. 50점 이상 점수를 얻은 곳은 두 곳뿐이다.
최저 점수를 받은 곳은 중구다. 두 개 조가 각각 8점과 14점을 줘 평균 11점을 받았다. 한 중구민은 “사업 기간이나 관리사업 대상, 방법, 근거 등이 모두 없었다”며 “공개된 자료 자체가 너무 짧아서 평가할 수 없을 정도로 부족”했다고 했다.
중구가 공개한 자료는 공고문을 포함해도 3장에 불과하다. 동대문구(60장), 용산구(56장), 은평구(54장)에 비하면 현저히 적었다. 동대문구, 용산구 등의 계획은 주요 구역의 현황 사진과 유형별 가지치기 계획 등 구체적 내용과 그림을 첨부해 이해를 도왔지만 중구는 관련 사업 건수와 예산 등만 언급했다.

시민들은 공통적으로 자기 지역의 가로수 계획에 대해 사업 근거가 명확하지 않고 사업시행 일정이 너무 포괄적이며, 장기적 시각이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구체적인 사업 내용이 명시된 경우에도 왜 그렇게 해야 하는지 설명이 없다는 점이 아쉽다고 했다. ‘약한 가지치기’를 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실제론 나무를 5m 이상 잘라내는 ‘강한 가지치기’를 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멀쩡한 나무를 베어내는 관행도 발견됐다. 서대문구, 은평구 등은 모두 양버즘나무(플라타너스)를 베어내고 은행나무, 배롱나무, 이팝나무 등을 심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양버즘나무는 봄철 꽃가루가 날리고 성장 속도가 빠르다는 이유로 최근 여러 지자체에서 수종 교체 대상이 됐다. 한 서대문구민은 “서대문구는 수많은 양버즘나무를 없애겠다는 장기계획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오늘 처음 알게 됐다”며 “그 두꺼운 나무를 어떻게 뽑아낼지, 언제 할지 계획이 없어 두고 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서울환경연합에 따르면 25개 자치구 중 지난 5월30일 기준 올해 가로수 계획을 홈페이지에 공고하지 않은 자치구가 10곳이었다. 단체가 정보공개를 청구한 이후 고시한 곳이 6곳이다. 강서구·동작구·양천구는 아직도 계획을 공개하지 않았다. 조해민 서울환경연합 도시생태팀 활동가는 “법령 위반”이라고 했다. 지난해 7월 ‘도시숲 등의 조성 및 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시행되며 각 지자체장은 올해부터 매년 가로수 조성·관리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각 지자체는 이 계획을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공표하도록 했다.
최진우 서울환경연합 도시생태전문위원은 “가로수는 동네에서 늘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가장 가까운 자연이자 친구이며 불볕더위 속에서 그나마 시원하게 지낼 수 있는 버팀목”이라며 “가로수는 도시의 얼굴이자 시민들의 의식 수준을 보여주는 잣대”라고 했다. 서울환경연합은 이날 시민들이 작성한 평가서와 의견을 각 자치구에 전달할 예정이다.

오경민 기자 5k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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