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논단] 신물나는 소인배 정치

권혁두 국장(영동주재) 2025. 8. 31. 17:54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충청논단

집권 여당에 이어 제1야당 대표까지 초강경파가 차지하며 정치 실종의 장기화가 우려된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취임 직후부터 국민의힘을 내란정당으로 규정하고  "악수는 사람과 해야 한다"며 대화는커녕 눈길조차 주지않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도 취임 일성으로 `이재명 정권 조속한 처단'을 외치며 강경 노선을 예고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의 여야 지도부 회담 제안에도 1대 1 단독 회동을 요구하며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

두 정당의 대표 당선 과정을 보면 유사점이 적지않다. 유력 후보들마다 일반 유권자보다 초강성 당원들에 구애하는 전략을 구사했고, 승부도 그 지점에서 판가름났다.  두 대표 모두 상대를 공생이 아닌 척결 대상으로 보는 당원들의 극단적 진영론에 적극 호응함으로써 최종 승자가 됐다. 민주당 경선 과정에서 정 대표는 국회에 위헌정당 해산 심판청구권을 주는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입법으로 제1야당을 공중 분해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 열혈 당원들의 호응을 얻었다. 뒤질세라 상대인 박찬대 의원은 윤석열 전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 시 대통령 관저 앞에 모였던 야당 의원 48명의 제명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정당정치를 훼손할 수있을 뿐더러 실현 가능성도 희박한 무모한 발언들이다.
 
국민의힘 경선도 다르지 않았다.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 두 후보는 예선에서 맥없이 떨어져 나가고 반탄 후보인 김문수와 장동혁이 결선에서 격돌했다. 모두 윤 전 대통령에 미련을 둔 강성 당원 잡기에 사활을 걸었다. 김 후보는 윤 전 대통령의 입당을 받겠다고 했고, 장 후보는 구치소로 면회가겠다고도 했다. 민심에 반하는 주장이지만 반영비율이 20%에 불과한 여론조사가 안중에 들어올리 없었다. 승리는 대표가 되면 당에서 찬탄 세력을 솎아내겠다며 끝까지 극우 행보를 고집한 장 후보에게 돌아갔다. 찬탄파도 끌어안겠다는 포용론으로 맞선 김 후보는 여론조사 압승에도 불구 패자가 됐다. 당원의 선택을 받았지만 민심을 얻지는 못한 우물 안 대표가 선출된 것이다.  

당에 무한 정쟁을 주문하며 적극적으로 당원권을 행사하는 열혈 당원들이 좌지우지하는 일종의 팬덤 정치에서 협치는 요원하다. 상대에 대한 적개심을 근간으로 한 프레임에서 얻어낸 권력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려면 강경 일변도로 갈 수밖에 없다. 양보나 타협을 패배나 배신으로 간주하는 지지기반의 성향에 반하는 선택을 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당심보다 민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조언이 당 안팎에서 제기되지만 두 대표 모두 귀를 닫고있는 이유이다. 당내 권력은 공고히 유지되겠지만 중도의 외면을 받아 결과적으로 당의 경쟁력을 떨어트릴 수 있음에도 말이다.

여야 대표가 악수조차 나누지 않는 옹졸하기 짝이없는 정치의 출현은 두 정당 공히 매파가 판정권을 쥔 경기장을 만들어 대표를 낸 탓이 크다. 당원 우선주의를 내걸어 담장 밖 민심보다 책임당원의 지분 늘리기에 바빴다. 이제 동색이 돼버렸으니 피차 여론의 눈치를 살필 필요도 줄어든 셈이다. 정국이 더 경색될 공산이 높다는 얘기다. 

이제 기댈 것은 "야당 대표가 법적 절차를 거쳐 선출되면 당연히 대화해야 한다"고 강조해온 이 대통령의 협치 의지밖에 없는 것 같다. 대통령은 그제 민주당 의원 초청 오찬에서도 협치를 당부했다. 그 자리에서 "강자가 지나치게 세게 나가면 사람들이 안좋아 한다"고 말했다.  "먼저 손을 내밀어 강자의 도량을 보여달라"는 대통령의 주문을 정청래 대표가 수용하기 바란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지난 2022년 취임 후 이재명 당시 민주당 대표를 두고 "범죄 피의자와는 겸상을 할 수 없다"며 여당 지도부만 불러 소통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돌아볼 대목이다. 제1야당의 대표를 부정한 대통령의 오만과 독선이 정권을 파국으로 이끌어간 시발점이었다. 장 대표는 누구 하나 대통령에게 고언을 하지못했던 당시 여당의 일원이었다. 지금 대통령의 초대에 딴지를 걸 명분이 있는 지 자문해보란 얘기다. 대통령이 제안한 여야 지도부 회동마저 무산된다면 양당 모두 민심의 역풍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Copyright © 충청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