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천년 외교 도시에서 APEC 정상회의로 세계와 다시 만난다
HICO·보문단지 정비·디지털 해설 도입…글로벌 문화외교 플랫폼 도시 도약

천년 전, 신라는 세계를 향해 열려 있었다. 그 외교의 출발점이자 무대였던 경주. 오늘의 세계가 다시 이곳을 찾는다.
천년의 시간이 접히는 순간, 경주는 고요한 돌담을 넘어 세계와 이야기할 것이다.
오는 10월, 아시아·태평양 21개국의 정상들이 천년 고도 경주를 찾는다.
2025 APEC 정상회의의 일정이 경주에서 진행되기로 확정되면서, 경주시는 다시 한 번 세계 외교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첨성대와 대릉원, 황룡사 옛터가 자리한 이곳은 단지 고풍스러운 문화재의 보고만이 아니다.

△ 천년의 외교, 다시 경주에서.
신라는 당나라, 일본, 아라비아 세계와의 외교에 능했고, 사신을 파견하고 상인을 받아들이며 대륙과 해양을 잇는 외교의 통로였다.
'삼국사기'와 '일본서기'에는 당과 왜 사이에서 신라의 외교적 중개 역할이 빈번히 기록돼 있다.
장보고의 해상세력은 실크로드의 동쪽 끝, 경주를 실질적인 해양외교의 중심지로 만들었다.

△ 세계가 경주로 온다
천년의 시간이 흘러, 다시 세계가 경주를 주목하고 있다.
이번 APEC 정상회의는 기존의 부산, 서울 중심에서 벗어나 경주라는 전통의 공간을 현대 외교의 무대로 끌어올렸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
고대 외교의 기억 위에 현대 국제정치가 펼쳐지는 것이다.
경주시는 이 기회를 단순한 외교행사로만 보지 않는다.
'천년의 외교, 다시 경주에서'라는 슬로건 아래, 신라의 외교정신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콘텐츠를 준비 중이다. 전통 환영의식, 사신단 복식 퍼포먼스, 디지털 황룡사 체험, 글로벌 차 문화 교류 프로그램 등이 기획되고 있다.
특히 궁중차 문화를 현대에 맞게 재현해 정상 간 비공식 교류의 장으로 활용하겠다는 아이디어는 주목받는다.
지역민들의 참여도 활발하다.
시민 자원봉사단과 청소년 통역 해설사 양성 프로그램이 본격화됐고, '내가 신라의 사신이라면'을 주제로 한 청소년 외교 에세이 대회, 신라 복식 체험 축제 등 시민참여형 외교 콘텐츠가 줄을 잇는다.
외교는 더 이상 권력자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시민이 주체가 되는 '열린 외교', 경주가 그 길을 연다.
△ 도시 전체가 외교 무대
이번 회의가 열리는 화백컨벤션센터(HICO)와 보문단지 일대는 도시 정비가 한창이다.
ICT 기반 스마트 관광 안내 시스템이 구축되고, 주요 유적지에는 다국어 안내와 AR 기반 해설 콘텐츠가 설치된다.
경주는 APEC을 계기로 고도 이미지를 넘어서 '글로벌 문화외교 플랫폼 도시'로 재탄생한다.
이미 천년 전 경주는 '세계가 오는 도시'였다.
삼국통일 이후 신라는 당나라와 외교관계를 강화했고, 일본과도 빈번히 사절을 교환했다.
바다를 건너온 사신들은 월성 인근에서 영접받았고, 황룡사 구층목탑과 안압지에서 신라의 문화 수준을 접했다. 아라비아계 상인들이 동해를 통해 유입됐다는 기록도 있다.
이는 단순한 교류를 넘어선 '신라의 외교 시스템'이 존재했음을 보여준다.
△ 외교가 살아 있는 도시
경주시는 이번 회의를 계기로 국제회의와 관광, 산업, 문화를 융합한 글로벌 마이스(MICE) 전략을 강화한다. 각국 대표단 일정에는 동궁과 월지 야경 관람, 한복 체험, 대릉원 산책이 포함된다.
"경주는 단지 외교의 무대가 아니라, 외교가 살아 있는 도시가 되는 중"이라는 경주시 관계자의 말은 단순한 수사가 아니다.
실제로 고교생 통역단, 청년 홍보단, 시민 해설사 등이 활발히 훈련을 받고 있으며, 각국 문화와 신라 유산을 연결하는 콘텐츠 제작에도 청년들이 참여 중이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경주는 단지 유산을 보존하는 도시가 아니라, 그 유산 위에서 오늘의 외교를 새롭게 정의하는 도시"라고 말했다.
이는 단순한 축제가 아니라, 시간의 두께를 품은 공간에서 이뤄지는 외교적 상상력의 실현이다.
△ 신라에서 APEC까지
신라는 외교로 시작된 나라였다. 고구려와 백제 사이에서 살아남기 위해 당나라에 사신을 보냈고, 왜와의 교섭을 통해 해상 항로를 확보했다.
외교는 신라의 생존 전략이었고, 그 전략은 문화를 품은 품격으로 나아갔다.
그리고 그 무대는 언제나 경주였다.
오늘날 APEC 정상회의가 경주에서 열리는 것은 단순한 회의 유치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문화와 공간, 시민과 유산이 외교의 언어가 돼 세계와 대화하기 때문이다.
동궁과 월지 야경 관람, 황룡사지 문화교류, 거리 환영 퍼포먼스는 그 연장선이다.
외국 언론과 학계에서는 "경주는 단지 회담이 열린 도시가 아니라, 회담의 성격을 바꿔놓은 도시"라고 분석한다.
전문가들은 이번 회의를 통해 문화외교와 지방외교의 패러다임이 본격화될 것이라 전망한다.

△ 천년 외교의 미래
APEC 정상회의는 10월 31일부터 11월 1일까지 이틀간 열린다. 그러나 경주의 외교는 그 이후에도 계속된다.
시는 APEC 이후를 '경주 국제도시 시즌2'로 설정하고, 세계유산 기반 교류사업을 정례화하며 신라 문화외교 연구소 설립도 추진 중이다.
시민들은 자부심 속에 세계인을 맞이하고 있으며, 각국 대표단은 "이곳은 회담이 아니라 문명이 살아있는 박람회 같다"고 감탄한다.
천년 전, 신라는 사신을 보내고 길을 만들고 문화를 전달했다. 그 시간은 지금도 흐르고 있다.
오늘 경주를 방문한 세계 정상들의 발걸음은 그 흐름 위에 놓인다.
신라에서 APEC까지, 그리고 그 이후까지. 경주는 외교의 무대이자 이야기의 시작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