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물포럼] 유권자는, 억울했지만 묵묵히 견딘 이규생을 선택했다

이종만 기자 2025. 8. 31.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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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종만 체육부장

"유권자들은 그가 억울한 피해자일 수 있다고 생각했고, 그는 분노하기보다 마음을 비웠다. 속상했을 텐데 흥분하지 않고, 차분하게 진실의 힘을 믿으면서 묵묵히 현실과 마주했다. 그래서 그가 아름답게 마무리할 수 있도록 기회를 준 것 같다. 각 후보 공약 등이 표심에 영향을 미쳤다기보다, 5년 동안 무려 네 번이나 선거를 치러야 했던, 결코 유쾌할 수 없는 상황에 대한 총체적인 원인 분석과 이해를 바탕으로 유권자가 내놓은 결과로 보인다."

이규생 후보의 압도적 승리로 끝난 29일 인천시체육회장 재선거를 가까이서 지켜본 한 체육계 인사의 분석이다. 실제 2022년 12월 민선2기 회장 당선 후 패자의 불복, 소송제기, 당선무효 판결, 재선거까지 이르는 전 과정을 살펴보면 이 회장은 억울할 만했다.

그 이유는 재선거가 마치 이 회장의 잘못 때문에 치러지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언론의 책임도 있다. 실제 한 유력 언론사는 '이번 재선거는 2022년 당선된 이규생 전 회장이 당시 선거인단 구성을 잘못해 당선 무효 판결을 받은 뒤, 지난달 대법원에서 확정되면서 치러지게 됐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이 기사는 사실과 다를 뿐 아니라, 논리적 오류까지 포함하고 있다.

당시 선거인단 구성은 이 회장이 아니고, 인천시체육회(더 정확히는 '제17대 인천시체육회장 선거운영위원회')가 했다. 그래서 해당 소송의 피고는 이규생 회장이 아니라 인천시체육회고, 꼼꼼하지 못한 대응으로 소송에서 패한 것 역시 인천시체육회지 이 회장이 아니다.

오히려 이 회장은 17개 시·도 동일하게, 대한체육회 인준을 받아 각 지방체육회가 정한 규칙에 따라 선거를 치러 승리했는데, 패한 후보(강인덕)가 선거 전이 아니라, 패배 후에야 '선거인단 구성이 잘못됐다'며 인천시체육회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승소하면서 당선(선거) 무효가 된 것이라, 본인의 잘못이 없음에도 회장직을 빼앗긴, 이 상황이 매우 억울할 수 있는 피해자에 가깝다.

그런데도 누군가는 이번 재선거가 이 회장이 잘못해 치러지는 것처럼 이해하거나 소개했고, 일부 언론도 그렇게 보도했다. 당연히 그렇게 믿는 사람들도 생겨났고, 일각에서는 의도적이든, 아니든 '이규생이 또 나온다고?'라는 여론이 스멀스멀 피어났다.

그런데 사실 이는 조금만 생각해봐도 논리적으로 말이 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선거에 출마한 후보가 자신을 선택할 권리를 가진 선거인단을 직접 구성한다는 것이 가능한가. 또 뭔가 잘못해 재선거 원인을 이규생 회장이 제공한 것이라면, 그가 어떻게 해당 선거에 후보로 다시 나설 수 있나.

다행히 다수 유권자는 이런 상황을 정확하게 꿰고 있었고, 과반(254표 중 137표(53.94%))의 압도적 지지를 보내 그를 제자리로 돌려보냈다.

여기에 이규생 회장의 묵직한 '결단'도 유권자들의 선택에 영향을 줬다는 것이 안팎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이규생 회장은 이번 재선거를 앞두고 주변에 '민선 2기 체육회장 임기를 무사히 마치면 2026년 말 3선에 도전하지 않겠다'는 뜻을 전했다. 이는 유권자에게 '억울한 상황임에도, 이를 강조하며 분노를 표출하기보다 과감히 마음을 비우려는 성숙한 모습'으로 비쳤고, '잔여 임기 동안 충실하게 2기를 마무리할 테니 도와달라'는 호소는 표심을 흔드는 강력한 무기로 작용했다.

이에 이규생 회장은 명예를 회복함과 동시에, 유권자 과반의 압도적 지지로 얻은 강력한 힘을 가지고 체육회와 체육계를 위해 필요하다고 여겨지는 과제를 과감하고 결단력 있게 수행할 마지막 기회를 얻었다. 그리고 마침내 큰 박수를 받으며 임기를 마무리하길 바란다.

/이종만 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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