잦은 회식 후 사망한 근로자, 산업재해 인정받을까?

박창범 2025. 8. 31. 17:07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박창범 닥터To닥터]
잦은 회식 후 과음으로 인한 급성 알코올 중독으로 갑자기 사망한 경우 업무상 재해(산업재해)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음)[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회식에 참여해야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러한 회식은 한 달에 한두 번 정도인 경우도 있지만 일주일에 두세 번 잡히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회식 중에는 회사의 공식적인 회식도 있지만 회사원 간의 비공식적인 회식도 있을 수 있다.

그렇다면 비공식적인 회식을 포함한 잦은 회식 후 과음으로 인한 급성 알코올 중독으로 갑자기 사망한 경우 업무상 재해(산업재해)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 최근에 이에 대한 판결이 있어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A는 B 회사의 영업사원으로 3일동안 연속으로 회식에 참여하였다. 첫째 날과 둘째날 회식비용은 모두 B 회사 카드로 결제되었다. 첫째 날은 평균 와인 2~3잔 정도, 둘째 날은 소주 1병 및 맥주 1병 정도 마셨다. 3일차는 회사가 직접 주관하거나 지시한 공식적인 행사가 아니지만 다음날 출국 예정인 외국의 현지 주재원 2명을 위하여 마련한 식사 자리였다. A가 식사 장소를 정하였고 식사비는 A의 카드로 결제하였고, 술값은 현지 주재원들이 결제하였다. 이 중에서 가장 술을 많이 마신 날을 셋째 날로 평균 양주 1병 정도였다.

A는 회식 다음날 새벽 자신의 차량 안에서 사망한 채로 발견됐다. 부검상 급성 알코올 중독으로 인한 사망으로 추정되었다. A의 배우자는 A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라고 주장하며 유족급여 및 장의비를 청구했다. 그러나 근로복지공단은 A의 사망이 업무상 과로 및 스트레스에 기인한 업무상 질병으로 보기 어렵고, 사인의 주된 원인으로 추정되는 세 번째 회식은 업무와 상당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거절했다. 이에 A의 유가족은 소송을 제기하였다.

법원은 근로복지공단의 지급 거절 처분을 취소했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우선 A가 해외영업팀의 거래처, 현지 법인장, 주재원들을 상대하며 영업 관리 업무를 하는 사람으로 첫째 날과 둘째 날 회식은 업무 관련성에 대하여 논란이 없다고 봤다.

셋째 날의 경우 회식을 한 현지 주재원들은 이 사건 사업장의 영업총괄 및 제품관리 총괄책임자들로 A와 업무적으로 긴밀한 협력이 필요한 관계였다. A가 해당 지역에 장기간 해외 출장이 예정된 상황에서 업무를 원활히 수행하기 위하여 현지 주재원들의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또 식사한 이들의 회사 내 지위가 A보다 한 단계 높은 정도로 당시 음주를 강요하는 상황은 아니었지만 A가 권유 받은 술을 거절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다른 직원들이 만류하거나 제지하였음에도 불구하고 A가 독자적이고 자발적으로 과음을 하였다는 사정이 보이지 않았다. 100만 원이라는 식사 비용 역시 단순히 사적인 친목 도모를 위한 비용으로 적지 않은 금액이었다.

통화 녹취록에 따르면 '저희 파트 회식비로 할 수도 있었지만 잘 접대하기 위해 비싼 곳으로 갔기 때문에 A가 식사 비용을 지불하기로 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을 감안하면 식사 비용을 A가 부담하였다는 이유 만으로 업무 관련성이 없는 자리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회식이 3일간 이어지면서 같은 양의 술을 마셨어도 혈중 알코올 농도가 더 높아져 A의 사망에 복합적으로 기여하였을 가능성도 있다고 판단했다. (서울행정법원 2025.7.11. 선고 2023구합50653 판결)

직장에서 회식은 조직원 사기 고양, 동료애 형성, 조직 화합 등의 이유로 진행된다. 그리고 많은 직장 내 회식은 법인카드라는 회사 카드로 결제된다. 회식 중에는 회사에서 주최하는 공식적인 회식도 있지만 비공식적으로 조직의 화합을 위해 혹은 원활한 직장 생활을 위하여 회사원들끼리 하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면 회식이 실제로 구성원들의 사기를 높이고 동료애를 형성하고 조직이 화합하는 데 도움이 될까?

많은 직장인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최근에 사정이 좋아졌다고 하더라도 회식을 직장 업무의 연속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많은 경우 회식 참여 여부가 자발적이라고 하더라도 구성원들이 반강제적으로 참여해야 경우가 많고, 회식에 참여하면 상사의 눈치를 보며 행동해야 하기 때문이다.

회식에 참여한다고 해서 연장 근로나 초과 근로수당이 나오지도 않는다. 그리고 퇴근 후 자신의 계획이 무너지게 된다. 회식을 하면 아무래도 자발적 혹은 비자발적으로 음주를 많이 하는 경우가 많고 이로 인해서 다음날 업무에도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많다. 마지막으로 잦은 회식으로 인한 과음과 과식으로 건강이 악화되는 경우도 있다.

이번 판결은 잦은 회식으로 인하여 해당 근로자의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 경우 회식과 업무 관련성 여부를 회사에서 주최하고 비용을 회사에서 지출하는 것과 같은 형식적인 것보다 실제적인 검증을 통해 업무상 재해로 인정한 판례라고 할 수 있다.

최근 개정된 법률에 따라 근로자가 사망한 것과 같은 중대재해가 발생한 경우 사업체에 대한 정부의 근로 감독이 강화되고 산재 보험료가 높아질 뿐 아니라 사업주는 1년이상의 징역 또는 10억 원 이하의 벌금을 받는 등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이 같은 사실을 고려한다면 이 판결은 현재의 직장 회식 문화에 어느 정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박창범 교수 (heartp@kormedi.com)

Copyright © 코메디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