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속이나, 거짓 반성문 썼나”… 아들 탓한 학대 엄마 꾸짖은 판사

문지연 기자 2025. 8. 31. 16:34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 로비에 법원 마크가 밝게 빛나고 있다. /뉴스1

어린 자녀에게 흉기를 던지는 등 학대한 혐의로 기소된 40대 엄마가 선고 당일 법정에서 범행을 반성한다던 태도를 바꾸고 도리어 자녀를 탓했다가 재판 절차를 다시 밟게 됐다.

아동복지법 위반(아동 학대) 혐의를 받는 40대 여성 A씨의 재판은 지난 28일 수원지법 형사11단독 김수정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됐다. 이날 김 부장판사는 판결 선고에 앞서 A씨의 범죄 사실을 하나하나 읽어 내려갔다.

A씨는 작년 11월부터 올해 초까지 초등학생 자녀의 뺨을 밀치고 흉기를 집어던져 가슴 부위를 맞게 하는 등 신체적 학대를 한 혐의로 지난 4월 불구속 기소됐다. 그는 자녀의 머리카락을 잡아당기고 괴성을 지르는가 하면, 식사 중인 자녀들에게 아무 이유 없이 계란찜을 집어던지며 거친 말을 쏟아낸 것으로도 조사됐다. 이 사실은 피해 자녀가 경찰에 직접 신고하면서 알려졌다. A씨는 경찰관을 밀치며 욕하고 손을 물어 피가 나게 하는 등 공무집행을 방해한 혐의도 받는다.

김 부장판사는 “제가 일부러 공소 사실이 길지만 다 읽었다. 들어보니 어떠냐”고 피고인에게 물었다. 선고에 앞서 A씨의 반성 여부와 향후 재발 방지를 확인하려는 취지였다. 이때 A씨는 “반성한다. 어른이니까 더 잘해야 했다”면서도 “아들이 저보다 힘이 세고 제가 제압당하는 게 믿어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보듬고 다독거려야 했는데 제가 소리만 질러도 아들이 계속 신고했다”고 말했다.

이에 김 부장판사는 “저도 아이를 키운다. 애가 말을 안 들으면 화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엄마가 애한테 칼을 던질 수 있냐”고 지적했다. 그러자 A씨는 “저 칼 안 던졌다. 아이를 법정에 증인으로 세우는 것보다 제가 칼을 던진 거로 인정하는 게 좋겠다 싶어서 그렇게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자녀들에게 계란찜을 던진 것도 부인하냐’는 질문에 “그때 계란찜 먹지도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부장판사는 “아이가 거짓말을 한다는 것이냐. 저를 속이나. 재판부에 제출한 편지와 반성문에는 다 반성하는 것처럼 써놓고 여기선 전혀 잘못한 게 없고 아이가 거짓말한다고 하느냐”며 “다시는 아동 학대가 일어나지 않는다고 믿을 수 있어야 제가 선처를 하든지 하지 않겠느냐”고 꾸짖었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영장 심사도 받았다. 그만큼 수사기관이 이 사건을 중하게 봤다는 건데 어떻게 이렇게 경각심이 없을 수 있나”라며 “기록상 굉장히 반성하는 것으로 보여 이 사건을 빨리 종결하려고 했다. 그런데 이 상태로는 선고를 할 수 없다. 변론을 재개해 양형 조사하겠다”고 결정했다.

양형 조사란 형량을 정할 때 고려할 수 있는 가정 환경과 범행 동기 등을 파악하는 것이다. 아동 학대 사건의 경우 전문 양형 조사관이 전화, 가정 방문, 대면 조사 등으로 가정 양육 상황을 파악한다. 이번 재판부 결정은 A씨가 제출한 반성문 등 기록상 나타난 내용과 선고 법정 발언 및 태도가 불일치했기 때문에, 면밀한 조사를 거쳐 선고 형량을 다시 따지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A씨에 대한 다음 공판 기일은 10월 20일이다. 선고 기일은 공판 이후 다시 지정될 것으로 보인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