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빅파마 비만약 개발 지형 바뀌는데…'GLP-1' 맴도는 K바이오
국내 바이오사 상당수는 여전히 GLP-1 계열 비만약 개발에 그쳐
GLP-1 계열 비만약은 향후 저가 경쟁 심화 전망

비만 치료제 개발 트렌드가 변화하고 있다. 노보 노디스크와 일라이 릴리 등 글로벌 빅파마(대형 제약사)들이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 계열에서 벗어나 아밀린 유사체, 리보핵산(RNA) 등 새로운 기전과 모달리티(치료 접근법)로 눈을 돌리면서다. 반면 국내 바이오사들은 주로 GLP-1에만 집중하고 있어 향후 상업화 가능성이 높은 파이프라인(신약후보물질)를 신규 발굴할 필요성이 높단 지적이 나온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노보 노디스크는 최근 자가 복제 리보핵산(srRNA) 기술을 보유한 리플리케이트 바이오사이언스(이하 리플리케이트)와 최대 5억5000만달러(약 7654억원)의 연구비를 지급하는 연구 협력 계약을 체결했다. 양사는 이번 협력을 통해 srRNA 플랫폼을 결합해 비만과 제2형 당뇨병 및 기타 심장대사 질환을 치료하는 새로운 후보 물질을 개발한다.
이번 계약은 지난 7일 취임한 마지아르 마이크 도우스다르 노보 노디스크 신임 CEO(최고경영자) 체제에서 이뤄진 첫 번째 비만 치료제 관련 거래다. 이번 계약을 통해 비만 치료제 연구·개발(R&D) 영역을 유전자 치료제로 확장할 것이란 의지를 명확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srRNA는 반감기가 짧은 메신저 리보핵산(mRNA)보다 적은 횟수의 투약으로도 동일한 치료 효과를 낼 수 있단 특징을 갖고 있다.
일라이 릴리도 지난해 9월 하야 테라퓨틱스와 총 10억달러(약 1조3917억원) 규모의 계약을 맺고 리보핵산(RNA) 플랫폼을 활용한 비만 및 대사질환 신약을 개발 중이다. 최근엔 1세대 경구용 비만약 '오르포글리프론'의 상업화 준비에 집중하며 2세대 경구용 비만약 '나페리글리프론'의 개발은 축소하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나페리글리프론은 저분자 화합물 기반의 GLP-1 계열 약물로, 총 3건의 임상 2상 중 2건이 전략적 이유로 중단됐다.
이러한 배경에서 글로벌 빅파마들의 비만약 연구개발 트렌드가 GLP-1 계열에서 아밀린 유사체, RNA 등 새로운 기전과 모달리티 등으로 전환되고 있단 분석이 나온다. 아밀린 기반 비만 치료제는 GLP-1 계열 약물의 위장관 부작용과 근손실 등의 한계를 해결할 수 있다고 여겨져 주로 GLP-1 병용요법으로 개발되고 있다. 이 영역에선 임상 3상이 완료된 '카그리세마'를 보유한 노보 노디스크의 시장 선점이 예상된다.
반면 대부분의 국내 바이오사들은 여전히 GLP-1 계열 비만약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일라이 릴리의 '젭바운드'(성분명 터제파타이드)와 같은 GLP-1·위 억제 펩타이드(GIP) 이중 작용제를 개발하거나 GLP-1 계열 약물에 적용할 수 있는 제형 변경 기술 등에 집중하면서다. 디앤디파마텍과 올릭스가 각각 경구용 아밀린 수용체 파이프라인과 리보핵산 간섭(RNAi) 플랫폼 기술의 글로벌 기술이전에 성공했지만 해당 영역에서 이들을 제외한 추가 플레이어가 없는 상황이다.
GLP-1 시장은 제네릭(복제약)의 등장으로 저가 경쟁이 심화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미 막은 올랐다. 테바 파마슈티컬스가 지난 28일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승인받은 '삭센다'(성분명 리라글루타이드) 제네릭의 출시를 발표하면서다. 내년부턴 인도와 중국, 캐나다 등에서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의 특허가 만료될 예정이어서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제네릭이 시장의 상당 부분을 잠식할 것으로 전망된다.
증권 업계에서도 기존의 트렌드에 맞춰 개발된 GLP-1 계열 파이프라인의 상업화 가능성을 보수적으로 계산해야 한단 분석이 제기된다. 최근 화이자는 모든 GLP-1 계열 약물의 개발을 중단했으며, 노보 노디스크와 로슈는 GLP-1·GIP 이중작용제 파이프라인 개발을 중단했다. 두 회사 모두 임상 결과뿐 아니라 시장성을 고려해 개발 중단을 결정했단 입장이다.
권해순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2026년엔 경구용 세마글루타이드, 오르포글리프론, 카그리세마가 시장에 출시되며 비만 치료제 상업화 시장의 트렌드 변화가 예상된다"며 "비만 치료제 개발 및 상업화의 트렌드가 GLP-1 중심에서 아밀린 기반 치료제로 변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현재 초기 단계의 GLP-1 수용체 작용제 기전에 집중된 파이프라인의 상업화 가능성에 대해서는 보수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선아 기자 seona@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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