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파병 전사자 유족, 내가 직접 거두겠다... 다시 한번 속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숨진 전사자들의 유가족들과 만난 자리에서 “다시 한번 속죄한다”고 했다. 유가족들에게 여러 번 고개 숙이고 허리를 굽힌 김정은은 “유가족들과 자녀들을 내가 직접 거두겠다”며 “유가족들이 행복한 평양 생활을 시작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도 했다.

조선중앙통신은 30일 전날인 29일 파병 군인들에 대한 ‘제2차 국가표창 수여식’이 열렸다고 전했다. 지난 21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청사에서 파병 군인과 전사자 유가족을 초청한 가운데 개최한 1차 국가표창 수여식 이후 일주일만에 또 보훈 행사를 열고 유가족들과 만난 것이다. 1차 행사 당시 김정은은 노동당 청사에 마련된 ‘추모의 벽’에 걸린 전사자 101명의 얼굴 사진 액자에 일일이 영웅 칭호와 함께 수여되는 ‘금별 메달’을 달아줬다.
조선중앙TV가 이번에 2차 행사 영상에서 공개한 영정사진은 총 242개였다. 김정은은 최고급 국빈용 연회장으로 꼽히는 평양 목란관으로 유족들을 초청해 인공기로 감싼 전사자들의 초상을 일일이 전달하고 이들과 기념촬영을 했다. 조선중앙TV는 유가족들이 김정은 연설을 듣다 오열하는 모습과 유가족 자녀로 보이는 어린이들 모습을 여러 차례 클로즈업해서 내보냈다.

김정은은 유가족들에게 “유가족들에 대한 생각에 마음이 쏠리고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며 “현장에서 싸우다 쓰러진 우리 병사들을 다시 일으켜 세워서 데려오지 못한 안타까움, 귀중한 그들의 생을 지켜주지 못한 미안한 마음을 안고 유가족들 모두에게 다시 한 번 속죄한다”고 했다. 김정은은 “(지난 1차)국가표창 수여식에서 유가족들을 만날 때 그 자리에 참석하지 못한 분들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다”며 “(숨진 군인들이)가정도, 사랑하는 저 애들도 나에게 맡겼을 것이라 생각한다. 내가 유가족들과 저 애들을 거두겠다”고 했다. 김정은의 이 발언에 참석자들은 더욱 눈물을 흘리면서 박수를 보냈다.
김정은은 이날 유가족들에게 유가족 자녀들을 혁명학원에서 교육하고 남은 가족들의 평양 생활 시작을 돕겠다고 했다. 유가족들을 평양으로 이주시켜 전사자의 자녀 교육과 남은 가족들의 생활을 직접 챙기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대규모 사장자 발생에 따른 민심 악화를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김정은은 “여기에는 혁명학원 원장 동무들도 참석했다”며 “우리 국가의 주요 지도 간부들도 참가했다. 영웅들이 남기고 간 저 자녀들을 혁명 학원들에 보내서 내가, 국가가, 그리고 우리 군대가 전적으로 맡아 책임적으로 잘 키우겠다”고 했다. 혁명학원은 국가와 사회에 이바지하다가 사망한 이른바 ‘혁명가 유자녀’를 당 간부 후보로 키우기 위한 특수 교육기관이다. 김정은은 이어 “평양시 대성구역에 새 별처럼 생을 빛내 푸루른 젊음을 그대로 안고 안타깝게도 떠나간 참전 군인들의 유가족들을 위한 새 거리가 일떠서게 되면 우리는 그 거리 이름을 우리 군인들이 별처럼 빛나는 위엄을 칭송하여 ‘새별 거리’로 명명하자고 한다”고 했다. 또 “그리고 바로 그 앞 수목원에 제일 훌륭한 명당 자리에 열사들의 유해를 안치하고 ‘불멸의 전투위훈 기념비’를 세울 것”이라고 했다. 김정은은 “유가족들이 온 나라의 존경 속에 평양에서의 행복한 생활을 시작하실 수 있도록 당과 국가가 성심을 다해 도와드리겠다”며 허리를 굽히면서 “다시 한 번 머리 숙여 인사를 드린다”는 말로 연설을 마쳤다.
북한이 대규모 보훈 행사를 개최하고 북한군 희생을 부각하고 나선건 러시아로부터 북한군 희생에 상응하는 보상을 끌어내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대규모 보훈 행사를 일주일 간격으로 두 차례나 개최하고 관영 매체를 총동원해 추모 분위기를 극대화하는 건 오는 9월3일 ‘중국 전승절 80주년’ 열병식 참석을 계기로 이뤄지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의 만남을 앞둔 대러 압박 성격도 띠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정은의 파병 전사자에 대한 애도 모습이 처음 공개된건 지난 6월30일 김정은이 올가 류비모바 러시아 문화부 장관 일행과 함께 북한 예술단 공연을 관람하는 자리에서였다. 북한 예술단은 당시 김정은과 러시아 대표단 일행이 지켜보는 가운데 러시아 예술단에 대한 답례 공연을 하면서 대형 무대 스크린에 김정은이 인공기로 덮힌 관을 쓰다듬고 울먹이는 장면과 파병 북한군의 활약상이 담긴 영상을 내보냈다. 당시 김정은은 러시아 대표단 일행과 공연을 보는 도중에도 눈시울을 붉히고 눈물을 흘렸다. 국정원이 지난 4월 국회 보고한 내용에 따르면 북한군 피해는 전사자 600명을 포함 총 4700명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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