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발위〉 한강 신곡수중보 철거 안보·정책 변화에 '뒷전'

김성수 기자 2025. 8. 31.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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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산강 수문 너머, 생명과 공존의 미래를 만들자’ 〈5〉한강 하구 수중보
1988년 설치 후 37년째 답보
“생태계 단절·수질 악화 주범”
박원순 시절 ‘개방 실험’ 불발
현 서울시·국방부 등 존치 확고
서울환경연합 관계자들이 한강에 입수해 신곡 수중보인 124m 가동보를 배경으로 '신곡수중보 철거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서울환경연합 제공

서울과 김포의 경계에 자리 잡은 한강 신곡수중보가 1988년 설치 이후 37년째 존치 여부를 둘러싼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생태계 단절, 수질 악화, 녹조 발생, 큰빗이끼벌레 확산 등 환경 문제를 이유로 환경단체는 철거를 주장하지만, 군 당국과 서울시, 인근 지자체를 비롯한 농어촌공사 등 관계기관 대다수가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특히 2018년 박원순 시장 시절 '개방 실험' 권고가 나오며 철거 논의가 본격화됐으나, 정부의 정책 우선순위 변화와 안보 논리, 오세훈 서울시장 출범이후 수상교통 중심 정책으로 인해 철거 논의는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이어가고 있다.

한강종합개발 일환 '신곡수중보' 탄생…생태계 시름
한강 신곡수중보는 1988년 제2차 한강종합개발 사업의 일환으로 김포대교 바로 아래 지점에 설치됐다. 길이는 총 1007m로, 883m의 고정보와 124m의 가동보로 구성돼 있다. 설치 목적은 △농업·공업용수 확보 △한강 수위 조절 △유람선 운항 지원 등이었다. 당시 수도권 인구 급증과 산업단지 확대에 대응하기 위해 한강 하류 유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려는 배경이 컸다.

그러나 댐과 달리 수중보는 하천의 자연스러운 흐름을 인위적으로 끊어버리는 구조물이다. 그 결과 설치 직후부터 "생태계 단절, 수질 정체, 퇴적 가속화" 문제가 지적됐고, 시간이 지날수록 환경 악영향이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

환경단체가 철거를 요구하는 가장 큰 이유는 수생태계 교란이다. 신곡수중보 하류 구간은 유속이 느려지고 물의 자정 능력이 떨어져 녹조가 매년 여름 되풀이된다. 특히 최근 10년간 기온 상승과 기후변화로 녹조가 심화되면서, '녹색 강'이라는 비판을 받을 정도로 수질 악화가 고착화됐다.

또한 수중보 설치 이후 나타난 큰빗이끼벌레와 끈벌레는 생태계 파괴의 직접 증거로 꼽힌다. 큰빗이끼벌레는 하천 바닥과 수초에 대규모 군체를 형성해 물고기 산란과 서식 공간을 위협한다. 끈벌레는 실뱀장어 등의 집단 폐사를 유발하는데, 주로 유속이 정체된 하천에서 번성한다.

서울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신곡수중보가 설치된 이후 하천 일부가 '간헐적 저수지'로 변해 흐르는 강이 제 기능을 잃었다"며 "생물 이동이 단절되면서 돌고래가 밀물에 올라왔다가 보에 갇혀 죽은 사례까지 발생했다. 이는 단순한 불편이 아니라 심각한 생태 위기 신호"라고 지적했다.
김동언 서울환경연합 정책국장이 김포대교 아래로 보이는 한강 신곡수중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30년 만의 개방 논의·연구…"실행 안돼"
2018년, 박원순 당시 서울시장은 신곡수중보정책위원회의 권고를 받아들여 '개방 실험'을 추진했다. 보의 수문을 개방해 수위 변화를 직접 측정하고, 수질·생태계 영향과 농업·수상시설 피해 여부를 검증한 뒤 철거 여부를 최종 결정하겠다는 구상이었다.

박 시장은 "한강의 자연성을 회복하고 남북 평화 분위기 속에서 한강하구 공동 이용 방안까지 함께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신곡수중보가 설치된 지 30년 만에 처음으로 나온 공식적인 개방·철거 논의였다.

환경단체는 즉각 환영했다. "물길 복원은 한강 생태계 회복의 첫걸음"이라며 시민 모니터링단 구성까지 제안했다. 그러나 박 시장의 갑작스러운 별세로 정책 추진 동력은 약화됐고, 개방 실험은 결국 이뤄지지 못한 채 중단됐다.

2023년, 경기연구원은 '한강하구 물길 이용 활성화 방안' 연구를 통해 수리모형(HEC-RAS)을 적용, 신곡수중보 존치·개량·철거를 포함한 5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연구 결과, 신곡수중보를 존치하면서 하류 전류리 인근에 보를 추가 설치할 경우, 수심이 깊어져 150톤급 선박은 사계절 운항이 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반대로 보를 철거할 경우 서울 구간 수위는 다소 하락하나, 하류 보로 수위를 유지하면 소형 선박 운항은 가능하다는 결론도 제시됐다.

연구원은 다만 "1차원 모형에 불과하며, 생태·수질·세굴·퇴적 등 환경적 영향과 수상교통의 경제성을 모두 고려한 2차 연구가 필요하다"고 선을 그었다.

서울시 정책 변화·국방부 안보 걸림돌
오세훈 서울시장 취임 이후 한강 리버버스 정책을 추진하면서 신곡수중보 철거 논의는 사실상 뒷전으로 밀렸다. 리버버스는 안정적인 수위 유지가 전제돼야 하므로, 수위를 높이는 신곡수중보는 존치 필요성이 커진다.

과거 한강 수상택시 사업이 실패했던 전례에도 불구하고, 시는 관광 활성화와 교통 다변화를 내세우며 리버버스를 추진하고 있다. 이에 환경단체는 "수상교통 수요가 입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생태계 단절을 고착화하는 보를 유지한다는 것은 낡은 정책 발상"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국방부 역시 신곡수중보 철거에 소극적이다. 군은 "보가 존재해야 북한 반잠수정 등의 침투를 차단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1960~70년대 침투 사례를 근거로 한 군사 논리가 오늘날에도 유효한지 의문을 제기한다. 첨단 감시장비와 방어체계가 확충된 상황에서 신곡수중보라는 고정 구조물이 실질적 안보 역할을 한다는 주장은 시대착오적이라는 것이다.

서울환경운동연합은 신곡수중보 철거 논의가 정책 뒷순위로 밀린 현실에 대해 "정치적 이해관계와 단기 정책 목표에 밀려 한강 생태계 복원이라는 근본 과제가 방치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어 "서울시는 2015년 타당성 용역 결과를 국토부에 제출했지만, 국토부는 검토조차 하지 않았다. 이는 정부와 지자체의 무책임을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단체 관계자는 "녹조, 수질오염, 생물 단절은 매년 시민이 체감하는 문제다. 더 늦기 전에 개방 실험을 통해 득실을 따져야 한다"며 "한강의 자연성 회복은 단순한 환경 문제가 아니라 미래 세대의 권리"라고 강조했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