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신용 점수 공화국…‘크레딧’ 없으면 아무것도 못한다 [홍키자의 美쿡]
“당신의 점수는 몇 점입니까?”
“Sorry, you don‘t have a credit score.”(미안해요. 신용 점수가 없으시네요)
한국에서 간호사로 일하다 미국 대학원에 진학한 이모씨(28)가 처음 부동산 중개인에게 들은 말이다. 부모님이 보내준 2만 달러가 통장에 있었지만, 아파트를 구할 때마다 “크레딧 히스토리가 없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현금으로 낼게요”라고 해도 소용없었다. 결국 보증금으로 6개월 치 렌트비를 선불로 내고서야 원룸을 얻을 수 있었다.

이 점수의 정식 명칭은 FICO 점수다. Fair Isaac Corporation이라는 민간 회사가 1989년 개발한 신용점수 시스템으로, 현재 미국 대출기관의 90% 이상이 사용하고 있다.
2024년 기준 미국인 평균 FICO 점수는 717점이다. 700점 이상이면 양호, 800점 이상이면 상위 10%에 든다.
하지만 여전히 270만 명의 성인(2.7%)이 신용점수 자체가 없는 ‘크레딧 인비저블’ 상태다.
세대별 평균 점수를 보면 세대별 차이가 눈에 띈다. Z세대의 신용점수가 낮다.
- Z세대(18-26세): 663점
- 밀레니얼 세대(27-42세): 687점
- X세대(43-58세): 706점
- 베이비부머(59-77세): 740점
- 사일런트 세대(78세 이상): 760점

- 렌트 계약: 일반적으로 620-650점 이상을 요구하며, 점수가 없으면 거의 승인이 불가능하다. 점수가 낮을 경우 보증금이 2-3배까지 증가할 수 있다.
- 자동차 대출: 우수 신용(781-850점)은 신차 대출 금리가 5.18%인 반면, 최저 신용(300-500점)은 15.81%에 달한다.
- 자동차 보험료: 운전 기록이 동일해도 신용점수에 따라 보험료가 달라진다. 우수한 신용은 연간 평균 470달러, 나쁜 신용은 1,012달러로 115% 더 비싸다.
- 휴대폰 개통: 버라이즌, AT&T 같은 통신사들도 신용점수를 확인한다. 점수가 없으면 50-400달러의 보증금을 내거나 선불 요금제로만 제한된다.
- 취업: 51% 이상의 미국 고용주가 채용 시 신용점수를 확인한다. 특히 금융, 정부, 의료 분야에서는 거의 필수다.
신규 이민자들이 신용점수를 만드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다.
1. Secured Card(담보 신용카드): 500달러를 예치하면 500달러 한도의 신용카드를 받는다. 자기 돈을 담보로 맡겨두고 자기 돈을 ‘빌려서’ 쓰는 셈이다.
2. ITIN 활용: 사회보장번호(SSN) 대신 개인납세자식별번호(ITIN)로도 일부 은행에서 신용카드를 만들 수 있다.
3. 부가 사용자 등록: 가족이나 신뢰할 수 있는 친구의 신용카드 ‘부가 사용자’로 등록되어 그들의 신용 이력을 공유받는다.
이런 방법들로 6개월에서 1년 정도 신용 기록을 쌓으면, 일반 신용카드 발급이나 더 나은 조건의 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된다.

더 놀라운 사실은 개인마다 60개 이상의 서로 다른 FICO 점수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자동차 대출용, 신용카드용, 보험용 점수가 각각 다르며, 현재 16가지 버전의 FICO 점수가 동시에 사용되고 있다.
3대 신용평가사는 Experian, Equifax, TransUnion은 각자 다른 자료를 수집하고 다른 알고리즘을 사용한다. 같은 사람도 3개 회사에서 서로 다른 점수를 받는다.
문제는 은행이나 대출업체가 언제 어떤 점수를 쓰는지 소비자에게 알려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무료로 확인할 수 있는 점수와 실제 대출 심사에 사용되는 점수가 다를 수 있어, 소비자들이 혼란을 겪게 된다.

이 시스템은 경제적 참여의 최소 조건을 신용 히스토리로 설정한다. 기존 시스템에 참여한 사람들에게는 더 많은 기회를,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진입 장벽을 만든다.
당신이 누구든, 점수가 없으면, 아무것도 시작되지 않는다. 이것이 바로 ‘신용점수 공화국’ 미국의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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