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공장 장비 반입 제동···트럼프 ‘중국 견제’ 유탄 맞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
중국 내 생산 차질 가능성 배제 못 해

미국 정부가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중국 반도체 공장에 적용돼 온 미국산 제조장비 반입 허가 면제를 폐지하기로 했다. 미·중 패권 경쟁 심화로 국내 반도체 업계의 경영 불확실성이 갈수록 짙어지고 있다.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은 29일(현지시간) ‘검증된 최종 사용자’(VEU) 명단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각 중국법인을 제외할 것이라고 밝혔다. VEU는 미국의 개별 허가 없이 미국으로부터 특정 품목을 반입할 수 있는 예외적 지위를 말한다.
삼성전자 중국 시안 낸드플래시 공장, SK하이닉스 우시 D램 공장과 다롄 낸드 공장은 미국산 반도체 제조장비를 들여올 때마다 미국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이번 조치는 관보 정식 게시일(9월2일)로부터 120일 후인 12월31일부터 시행된다.
미국은 중국의 기술 굴기에 대한 견제 강화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첨단기술의 중국 유입을 한층 더 엄격히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미국 업체인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 램리서치, KLA코퍼레이션은 세계 5대 반도체 장비 기업에 속한다.
미 상무부는 보도자료에서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 일부 외국 기업이 중국에 반도체 제조 장비·기술을 허가 절차 없이 수출할 수 있도록 했던 허점을 없앴다”고 밝혔다. 상무부는 “기업들이 중국 내 기존 공장을 운영하는 데 필요한 수출 허가는 승인할 방침이지만 생산 능력 확대나 기술 업그레이드를 위한 허가는 내줄 계획이 없다”고 덧붙였다. 이번 조치가 시행되면 연간 1000건 수출 허가 신청이 추가될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은 2022년 10월 대중국 첨단 반도체 및 장비 수출 통제를 본격화했다. 이듬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이 운영하는 중국 공장에 VEU 지위를 부여해 별도 허가 없이 미국산 장비를 공급할 수 있도록 했다. 동맹국 기업들이 받을 선의의 피해를 줄이는 차원이었다.
VEU 지위 상실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내 생산 차질로 이어질 수 있다. 이들 기업의 중국 공장은 주로 범용 제품을 생산한다. 장비 도입 지연뿐 아니라 첨단 공정 전환이나 기술 고도화에도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국내 반도체 업계는 잇따른 악재에 직면해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반도체 품목관세 부과를 예고하고, 반도체법 보조금 지급을 무기 삼아 미국 내 추가 투자까지 압박 중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이번 조치의 목적은 한국 기업을 겨냥한 게 아니라 중국 반도체 산업의 고도화를 막으려는 데 있다”면서도 “생산 차질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어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VEU 지위가 철회되더라도 우리 기업들에 대한 영향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미국 정부와 계속해서 긴밀히 협의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노도현 기자 hyun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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