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천안문 열병식 참석…북·중·러 신냉전 구도 부활하나

오는 3일 중국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중국 항일전쟁 승리 80주년 ‘전승절’ 열병식은 북·중·러 정상이 처음 함께하는 자리가 된다. 상석에 시진핑, 푸틴, 김정은이 나란히 서서 북·중·러 연대를 과시할 것으로 보인다. 세 사람이 한자리에 모이는 첫 공개 회동이라는 점에서 국제적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들이 별도로 3자 회담을 가질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3자 비공식 대화는 자연스럽게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북중, 북러 회담은 예상된다.
◇북·중·러 정상 열병식 회동은 역사상 최초= 김정은 총비서는 2019년 1월 방중 이후 6년 8개월만에 중국을 방문한다. 북한과 중국은 오랜 전통적 동맹 관계를 유지해왔으나, 코로나19 팬데믹과 국제정세 변화 속에서 정상급 교류가 끊겨 있었다. 북한 최고지도자가 중국의 대규모 국제 행사에 공개적으로 참석하는 것은 처음이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고립된 상황에서 서서히 탈피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지난달 알래스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회담한 이후 이번 전승절 참석도 그 연장선이다. 중국 및 북한과의 연대를 과시하는 상징적 효과도 거둘 수 있다. 또한 서방 중심 질서와 거리를 두고 아시아 지역에서 새로운 협력망을 모색하려는 움직임으로 볼 수 있다.
북중러 3국은 현재 군사, 경제, 외교 전반에서 이해관계를 심화하고 있다. 김정은 총비서와 푸틴 대통령의 만남은 지난해 북한의 러시아 무기 지원설 이후 양국 관계가 어떻게 발전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장면이 될 수 있다.
중국 입장에서는 미국과 그 동맹국들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맞서 북러와 협력하는 구도를 보여주려 할 것이다. 중국은 이번 전승절 행사에 총 26개국 정상과 고위 인사를 초청했다.
베트남, 라오스,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몽골, 파키스탄, 네팔,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타지키스탄, 키르기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벨라루스, 이란 등 주로 동남아시아와 중앙아시아, 중동 국가들이다.
◇3자 회동, 북중 및 북러 회담으로 연대 과시할 듯= 이는 중국이 서방에 대항해 독자적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중국은 최근 비서방 국제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있다. 전승절 행사 직전 지난달 31일에는 톈진에서 러시아와 중앙아시아 여러 국가, 인도, 파키스탄, 이란, 벨라루스 9개국이 참여하는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를 개최했다. 여기에 실질적인 핵보유국인 북한의 참석은 전승절 참석은 비서방 네트워크 구축에 힘을 보태는 효과가 있다.
중국 외교부 훙레이 차관보는 김정은 위원장의 참석 사실을 확인하면서, “중국과 북한은 산과 물로 이어진 이웃이며 항일전쟁과 반파시스트 전쟁의 승리에 공동으로 기여했다”며 중국과 북한이 우의적 관계임을 강조했다. 이는 북중 관계를 단순한 전략적 이해관계가 아니라 역사적 전우의 관계로 규정한 것이다.
우리 정부는 북중러 협력 강화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안정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기를 바란다는 원론적 입장이다. 비판보다는 외교적 균형을 유지하려는 접근이다. 우원식 국회의장의 참석 역시 이러한 맥락에서 조율된 것으로 보인다.
◇독재3국 연대, 한·미·일 등 자유세계 주시= 로이터, AP통신 등 주요 외신은 김정은 총비서와 푸틴 대통령이 함께 전승절 행사에 참석한다는 사실을 속보로 보도했다. 특히 서방 언론은 북중러의 결속 강화에 주목했다.
푸틴 대통령의 참석이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속에서 러시아가 고립을 피하려는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김정은의 방중은 대외 공개 무대에서 북한의 외교적 존재감을 확대하려는 시도로 평가했다. 향후 미북 관계에도 간접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전승절 열병식은 중국이 최신 무기와 군사력을 과시하는 무대이기도 하다. 이번 행사에서는 극초음속 미사일, 최신 스텔스 전투기, 항공모함 함재기 등이 대거 등장할 가능성이 크다. 김정은 총비서와 푸틴 대통령이 이를 참관함으로써 중국의 군사력 강화와 전략적 메시지가 더욱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북중러 3국이 한자리에 모인 상태에서 진행되는 군사 퍼레이드는 국제 사회에 깊은 인상을 전달하게 된다. 이번 북중러 정상의 첫 회동은 향후 미중 패권경쟁, 한·미·일 연대 강화, 한반도 안보 상황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규화 대기자 david@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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