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에서 만나는 인물을 책임지는 배우가 되고 싶다”…경향뮤지컬콩쿠르 대상 김송희

중공업도시 거제에 살던 중학생은 동네에서 딱히 놀거리가 없었다. 우연히 문화예술회관에서 <은밀하게 위대하게>라는 뮤지컬을 보게 됐다. 이런 세상이 있다니, 무대 위 배우들의 모습에서 ‘빛’을 봤다. 나도 연기를 하고 싶다는 목표가 생겼다. 제8회 경향뮤지컬콩쿠르 대상을 받은 안양예고 3학년 김송희양(18)가 처음 무대를 꿈꾸게 된 계기다.
“대학부, 일반부 참가자들이 소리를 짱짱하게 내면서도 흔들림 없이 몸을 움직이는 모습을 보며 오히려 배운 게 더 많았어요. 대상으로 불렸을 땐 ‘정말 내 이름이 맞나’ 믿기지 않았습니다.”
31일 서울 중구 경향신문사에서 만난 그는 “이제까지 쌓은 실력을 객관적으로 평가받아 보고 싶어서 참가했다”면서 “직전에 참가한 대회에서 예선 탈락한 뒤 부족했던 부분을 보완해 나선 이번 콩쿠르에서 바로 대상을 차지해 기쁨이 더욱 컸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콩쿠르에서 부른 곡은 뮤지컬 <마리 퀴리> 중 ‘또 다른 이름’. 마리 퀴리가 자신의 과학적 발견인 라듐이 인간을 해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으면서 인간적 고뇌를 드러내는 노래이다. 김송희는 연기로 무대의 꿈을 꾸기 시작해 학교 생활을 하며 뮤지컬로 관심이 확장됐다. 이 때문에 뮤지컬 넘버를 부를 때 노래만이 아니라 연기에 특히 신경을 쓴다고 했다.
“마리 퀴리의 연구는 다른 사람들을 위한 것이기도 했는데 사람을 죽일 수 있다는 사실에 얼마나 좌절했을지 생각했어요. 음악만 나오는 부분에서도 계속 연기에 집중하면서 ‘무대 위 마리 퀴리라는 인물로 살아있자’는 마음이었는데 그런 표현을 좋게 봐주신 것 같습니다.”
대회를 준비하면서 옥주현 배우(마리 퀴리 역)와 전민지 배우(안느 코발스키 역)의 <마리 퀴리>를 관람하며 많은 자극을 받았다. “제 좌석이 2층이어서 무대가 멀었는데도 굉장한 긴장감을 느꼈어요. 특히 마리가 친구 안느와 재회하는 ‘그댄 내게 별’이 감동적이었는데, 두 사람의 몸이 직접 닿지 않고 떨어져 있는데도 그들의 우정에 몰입할 수 있었습니다.”

김송희는 뮤지컬, 연극, 영상 등 다양한 매체를 넘나드는 배우가 목표다. 이 때문에 뮤지컬 연습을 할 때도 자신만의 방식이 있다. “뮤지컬은 노래와 연기를 함께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잖아요. 노래를 부르기 전에 가사를 먼저 대사화해서 연기를 해봐요. 노래로만 부르면 곡의 분위기에 취하게 되는데 대사처럼 읊어보면 감정 표현이 더욱 깊어지는 것 같더라구요.”
캐릭터 연구에도 공을 많이 들인다. “<마리 퀴리>를 준비하면서도 시대에 대한 공부부터 했어요. 20세기 전반에 여성이자 이민자라는 게 어떤 의미였을지, 주변 시선은 어땠을지를 고민했습니다.”
좋아하는 배우로는 김혜수를 꼽았다. “작품을 할 때마다 후배를 비롯해 주변 사람을 아끼는 모습을 보면서 멋있다고 생각했어요. 연극이나 뮤지컬, 영화, 드라마 모두 주변 배우, 창작진과 협업이 중요하잖아요. 일하는 태도를 본받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앞으로 뮤지컬 무대에 선다면 흔히 말하는 ‘4대 뮤지컬’(<오페라의 유령>, <캣츠>, <미스 사이공>, <레미제라블>)의 주역을 맡아 보고 싶다고 했다. “배우라면 누구나 꿈꾸는 명작들이잖아요. 그 중에서도 <미스 사이공>의 킴 역할을 꼭 해보고 싶습니다.”
현재 목표는 대학에 합격하는 것이지만, 선생님으로부터 “단순히 대학을 가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떤 배우가 되는지가 중요하다”는 얘기를 듣고 미래에 대한 생각이 깊어졌다고 한다.
“저는 어떤 역할을 맡든 그 인물로 살아있는 배우가 되고 싶고, 그 인물을 책임지고 싶어요. 제가 아닌 다른 사람의 삶이니까요. 실존 인물이 아니더라도 거기에 작가와 누군가의 삶이 담겨 있다고 생각해요. 무대에서 인물을 만나는 사람으로서 책임을 생각하는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배문규 기자 sobbel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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