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 가뭄에 ‘재난사태’ 선포된 강릉···소방차 71대 동원해 급수지원
정부, 강릉 가뭄에 첫 난사태 지역‘ 선포
시민들 “왜 미리 가뭄대비 못했다”비판

역대 최악의 가뭄에 시달리는 강원 강릉시의 주요 상수원 저수율이 식수 공급의 마지노선인 15% 이하로 떨어졌다. 강릉시는 각종 행정조치가 마무리되는대로 ‘75% 제한급수’를 시행한다.
정부는 자연재난으로는 처음으로 강릉시를 재난사태 지역으로 선포하고, 가뭄 대응에 필요한 가용 인력과 장비 등 총동원령을 내렸다.
31일 행정안전부와 강릉시 등에 따르면 이날 강릉 오봉저수지 저수율은 전날(15.3%)보다 0.5%포인트 낮아진 14.8%를 기록했다. 평년 저수율(71.7%)의 20.6%에 불과한 수준이다. 오봉저수지는 강릉시의 생활·공업용수 86.6%를 공급하는 주요 상수도원이다.
이날 도내 소방서는 물론 서울, 인천, 경기 등 수도권과 경북 등 전국 각지에서 온 소방차들은 하루종일 인근 지역 소화전에서 담아온 물을 홍제정수장에 쏟아부었다. 이날 동원된 소방차는 강원도내 20대와 타 시·도 지원차량 51대 등 총 71대다. 홍제정수장은 오봉저수지의 물을 정수하는 처리시설이다.
한낮 온도가 35도에 육박하는 날씨 속에서도 소방관들은 쉴새없이 소방호스로 급수지원을 했다. 이날 목표 급수량은 오후 8시 기준 2500t이다. 9월 1일부터는 소방차 대신 담수량이 큰 물탱크 차량으로 교체해 하루 3000t을 급수한다.
강릉시는 지난 8월 20일부터 ‘50% 제한급수’를 시행 중이다. 제한급수 강화조치에 따라 앞으로 아파트와 단독주택 등 5만3485가구의 수도계량기가 75%까지 잠긴다. 수도꼭지를 최대한 틀어도 물이 가늘게 졸졸 흘러나오는 수준까지 사용을 막는다는 얘기다.
“강릉 가뭄 어제오늘 일 아냐…왜 대비 못했나”
다만 공무원과 이·통장 등을 동원해 수도계량기의 잠금률을 조정하는 데 2~3일 가량 소요되는 만큼 실제 ‘75% 제한급수’는 9월2일 이후 본격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3일 공급·7일 제한’ 방식으로 제한했던 오봉저수지의 농업용수 공급은 8월30일부터 전면중단된 상태다.
시민들과 자영업자들의 피해도 커지고 있다. 강릉 내곡동의 최미라씨(55)는 “식수라도 아끼려고 온 가족이 돌아가며 매일 대관령 샘터 등에서 물을 받아 오고 있다”며 “목욕과 빨래는 물론 머리 감기까지 자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속초시도 예전에는 만성적인 물 부족에 시달렸지만 3년 전 쌍천에 지하 저류댐을 설치해 더이상 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고 있다”며 “강릉시는 왜 매번 반복되는 가뭄에 대비하지 않는지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종교·민간단체와 시민들의 자발적인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강동교회 등 강릉지역 교회들은 매주 일요일 점심에 실시하던 급식을 중단하고 빵과 우유 등을 대신 지급했다. 대한숙박업중앙회 강릉시지부는 400여개 회원 업소에 “상수도는 물론 객실 내부 변기와 세면기, 샤워기 등의 수압을 조절해 물 사용량을 최대한 줄여줄 것”을 요청했다.
행안부는 전날 이재명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강릉시를 재난사태 지역으로 선포했다. 또 중앙부처, 지자체, 농어촌공사 등 유관기관이 참여하는 범정부 현장지원반을 구성했다.
재난사태는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재난안전법) 제36조에 따라 재난이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 피해 최소화를 위해 행안부 장관이 선포하는 긴급조치다.
산불이나 기름 유출 등 사회재난이 아닌 가뭄과 같은 자연 재난으로 재난사태가 선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04년 재난안전법 제정 이후 지금까지 재난사태는 2005년 5월 강원 양양 산불, 2007년 12월 충남 태안 기름유출 사고, 2019년 4월 강원 동해안 산불, 2022년 3월 경북 울진·삼척 산불, 올해 3월 경북 경남 산불 등 모두 사회재난에서 5차례 선포됐다.
행안부 관계자는 “9월1일 행안부 차관 주재로 강릉 가뭄 대응 유관기관 회의를 열어 식수와 용수 공급, 피해 지원과 대체수원 확보 등에 대한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광호 기자 ahn7874@kyunghyang.com, 최승현 기자 cshdmz@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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