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던 일 잠시 멈추고…하늘의 뜬구름 잡아볼까
구름 보는 일은 일기예보 차원 아닌
집중력·상상력 발휘되는 건강한 자극
‘구름감상협회’ 회원 120개국 5만명
세계 각지에서 하늘 사진 찍어 공유
생성 고도·형태에 따라 이름도 제각각
우리나라에선 주요 구름 대부분 관찰
“머물다 떠나는 구름처럼 순간을 만끽”

9월이 되니 높고 푸른 가을 하늘이 더욱 기다려진다. 이맘때 한가지 제안을 해보고 싶다. 잠시 하던 일을 멈추고 하늘에 둥둥 떠 있는 구름을 감상해보는 건 어떨까. ‘뜬금없이 구름 감상이라니, 그냥 멍 때리는 거 아니야?’라고 시답잖게 생각했다면 오해다. 실제로 ‘구름감상협회(Cloud Appreciation Society)’ 회원들은 마음에 드는 구름을 발견하면 걸음을 멈춰 사진을 찍고 기록한다.

영국인 개빈 프레터피니(57)가 2005년 설립한 이 협회는 한국을 포함한 120여개국의 5만3000명 넘는 회원이 활동하는 구름 애호가 단체다. 이들은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 추종자들에게 맞서 일상에서 만날 수 있는 모든 형태의 구름을 지켜보고 그 경험을 나눈다.
‘우리는 구름이 부당한 비난을 받고 있으며 구름이 없다면 우리의 삶도 한없이 초라해지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중략)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라. 그 덧없는 아름다움에 경탄하라. 그리고 구름 위에 머리를 두고 사는 듯, 공상을 즐기며 인생을 살라.’
구름감상협회 선언문의 일부다. 회원들은 세계 각지에서 같은 하늘 아래 다른 시간, 다른 장소의 구름 사진을 찍어 공유한다. 매년 9월 둘째주 금요일 ‘구름 감상의 날’엔 회원들이 찍은 구름 사진을 특정 사이트에 모아 함께 기념하고, 구름 종류를 인공지능(AI)이 판별하는 애플리케이션(앱) ‘CloudSpotter’도 제공해 구름 관찰을 돕는다.
프레터피니는 본지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최근 한국에서도 구름과 협회에 대한 관심이 꾸준히 높아지는 것 같아 반갑다”며 “구름 감상은 오늘날 누구에게나 꼭 필요한 시간”이라고 말했다.

“구름 감상은 지금이 그 어느 때보다도 가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날씨 예보 차원이 아니라, 하늘을 바라보고 구름에 집중하는 행위는 우리 정신 건강에 도움이 됩니다. 스마트폰은 하늘을 기록하고 이해하는 데 좋은 도구지만, 현대인에겐 잠시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구름에 집중하는 시간이 더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구름 감상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좋은 핑계이며 절대 무의미하지 않습니다.”
구름이 만들어지는 기상 현상은 과학의 영역이지만 그걸 바라보는 사람들의 머릿속은 공상으로 가득 차 있다. 어릴 적 차창 밖으로 하늘을 보며 공룡을 닮은 구름이 나를 따라온다고 믿던 그때처럼 말이다. 프레터피니는 구름을 바라보면 마음이 차분해지고 행동은 느긋해지며 구름에서 모양을 찾는 상상력이 발휘된다고 한다. 그래서 구름 감상은 결코 아이들만의 전유물이어서는 안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가 최근 가장 좋아하는 구름은 삿갓구름(pileus)이다. 천둥·번개를 몰고 오는 거대한 뇌운의 꼭대기에 잠깐 나타났다 사라지는 작은 모자 형태의 구름이다. 구름 이름을 익히는 건 감상에 큰 도움이 된다. 구름도 식물과 동물처럼 라틴어로 지은 이름이 있다. 생성 고도에 따라 하층운·중층운·상층운으로 나뉘고, 형태에 따라 다시 구분되며, 그 안에서 희귀한 아형과 부수적 특징을 가진 구름이 발견된다. 관련 정보는 프레터피니가 쓴 책 ‘구름관찰자를 위한 그림책’ ‘날마다 구름 한 점’ 그리고 ‘구름관찰자를 위한 가이드'에 자세히 소개돼 있다(세권 다 국내에 발간됐다).

계절이 다양한 우리나라에선 열가지 주요 구름 아형이 대부분 관찰된다. 봄엔 고기압의 영향으로 우윳빛 면사포가 깔린 듯한 털층구름(권층운)과 머리카락이 흩날리는 듯한 새털구름(권운)이 주로 나타난다. 고온다습한 여름엔 뭉게구름(적운)이 하늘을 채우고, 때론 소나기와 뇌우를 품은 쌘비구름(적란운), 비를 세차게 뿌리는 비층구름(난층운)이 요란하게 등장한다. 청명한 가을의 구름은 봄철과 비슷하지만 크고 웅장한 층쌘구름(층적운)이 자주 보이고, 겨울엔 시베리아 기단의 영향으로 맑은 날이 이어지다 뭉게구름과 층쌘구름 같은 하층운이 눈을 몰고 온다. 이 밖에도 한라산처럼 높은 산 근처에선 독특한 원반 모양의 렌즈구름을 만나고, 높이 나는 비행기 뒤로 남는 가늘고 긴 비행운은 여행을 꿈꾸게 한다.
프레터피니는 “사실 구름의 이름은 인간이 분류하기 위해 정한 일종의 꼬리표일 뿐”이라며 “가장 중요한 것은 바쁜 일상 중 하늘에 아름다운 변화가 일면 잠시 멈춰서 바라보며 느낄 마음의 준비”라고 강조했다. 그저 머물다 떠나는 구름처럼, 그 순간을 만끽하다가 자연스럽게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 구름 감상의 진정한 매력이다.
김보경 기자 bright@nongmin.com 사진=김보경 기자, 익명의 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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