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남도]자녀와 함께 가는 교도소?…장흥 ‘빠삐용zip’ 핫플로 떠올라

이서영 기자 2025. 8. 31.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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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유일 감옥 체험 프로그램 각광
친구·연인·가족과 찍는 머그샷 추억
수형복 입고 징벌방서 ‘생각의 시간’

‘교도소 24시’·‘사색과 치유’ 체험도
더글로리·1987 촬영지 볼거리 다채
교정시설 역사도 한눈에 볼 수 있어
빠삐용ZIP 정문. /이서영 기자 dec@namdonews.com

지난 7월 문을 연 전남 장흥군 '빠삐용zip'이 전국적인 핫플레이스로 떠오를 기세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교도소 체험을 할 수 있는 이곳은 교도소 근처도 가본적 없는 '법 없이도 사는 사람'들 사이에서 빠르게 입소문을 타고 있다. 주황색 수형복을 입고 교도관이 머그샷을 찍어주는 빠삐용zip에서는 누구나 넷플릭스 시리즈 '더 글로리' 속 연진이와 깜빵 동기가 된다. 수많은 작품들의 촬영지이자, 미지의 세계 '감옥'을 체험하고 속속들이 배울 수 있는 빠삐용zip을 다녀와봤다.

◇'빠삐용zip'…?

억압과 감금의 상징이었던 옛 장흥교도소가 반세기 만에 문화예술공간으로 되살아났다. 2015년 폐쇄 이후 10년 가까이 방치됐던 교도소 부지는 문화체육관광부의 '문화재생 프로젝트'에 선정되면서 새로운 변화를 맞았다. 약 4년간의 리모델링과 콘텐츠 구축 작업을 거쳐 과거 수감자들의 발자취가 남아 있던 공간은 전시와 체험, 숙박을 아우르는 복합문화예술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이후 올해 7월 말 '빠삐용zip'이란 이름으로 새롭게 문을 열었다.

'빠삐용zip'은 프랑스어로 '나비'를 뜻하는 빠삐용(Papillon)과 압축파일을 의미하는 Zip을 결합해 지었다. 과거와 현재를 잇고,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압축해 연결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이름처럼 이곳은 과거의 흔적을 보존하면서도 현대적인 감각을 더한, 시간과 공간을 잇는 문화 허브로 거듭났다.

장흥군 관계자는 "폐교도소를 단순한 관광지로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과거의 이야기를 품으면서도 미래적 감성을 담아냈다"며 "지역을 대표하는 새로운 명소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화해설사가 방문객들에게 교정 역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서영 기자 dec@namdonews.com
부녀 방문객이 교정역사전시관에서 영상물을 보고 있다. /이서영 기자 dec@namdonews.com
방문객이 1950년대 교도소 접견실을 체험하고 있다. /이서영 기자 dec@namdonews.com

◇감옥, 왜 재밌는데?

지난 2015년 폐쇄된 옛 장흥교도소를 리모델링 해 문화예술복합공간으로 재탄생 한 빠삐용zip이 개관 한달여 만에 입소문이 퍼지면서 전국구 관광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교도소 체험이 가능한 공간인 이곳은 남녀노소 누구나 실제 교도소를 탐방하며 색다른 경험을 즐길 수 있다.

빠삐용zip의 인기 비결은 단순한 관람을 넘어 직접 체험하는 재미에 있다. 입장 전 티켓 판매처에서 교도소 탐방에 어울리는 교도복이나 수형복을 3천 원에 대여할 수 있어, 방문객들은 몰입감 있게 공간을 둘러볼 수 있다.

체험 콘텐츠 역시 다양하다. 고대부터 현대까지 교정의 역사를 담은 '교정 전시관'부터 교도소에서 삶을 사는 수감자들의 생활을 엿볼 수 있는 테마관 '브리꼴레르(있는 것들로 새롭게 만들어 쓰는 사람)', 시대별 접견실 변천사를 그대로 재현해 직접 경험할 수 있도록 한 접견실 등이 마련돼 있어 교정 역사를 쉽고 흥미롭게 배울 수 있다.

철창과 벽의 낙서가 그대로 남아 있는 독방과 교정시설 원형을 보존한 내부 수용동, 수형자들이 거닐던 운동장과 이를 한눈에 내려다보던 팔각 감시대 또한 다른 어디에서도 할 수 없는 경험을 제공하며 방문객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빠삐용zip 관계자는 "아무래도 교도소 체험을 할 수 있는 곳이 이곳 밖에 없다 보니 타지에서도 빠삐용zip을 많이 찾는다"며 "체험 프로그램들이 알차게 꾸며져 있어 만족도 역시 높은 편이다"고 말했다.
 
수감복을 입은 방문객들이 전시관 곳곳을 누비고 있다. /이서영 기자 dec@namdonews.com
내부수용동 모습. /이서영 기자 dec@namdonews.com
내부수용동에 걸린 수감자 수칙. /이서영 기자 dec@namdonews.com
'글감옥'에 남기고 간 한 방문객의 원고. /이서영 기자 dec@namdonews.com

◇감옥 탐방, 투어를 활용하라!

빠삐용zip을 더욱 알차게 즐기기 위해선 투어 코스를 추천한다. 투어 코스는 방문 목적에 따라 다양한 선택이 가능하다. 교도관 복장을 한 문화해설사들은 참가자들을 이끌고 교도소 곳곳을 안내해준다.

빠삐용zip 관계자들이 가장 추천하는 코스는 '교도소 24시'다. 이 코스는 단순한 탐방을 넘어 수감자가 되어 하루를 체험하는 몰입형 프로그램이다. 체험은 수감복으로 환복하고 포승줄을 채우는 입소 절차부터 시작된다. 이어 분류 심사와 수감동 배정을 받고, 수배전단 콘셉트의 인생네컷 머그샷 촬영을 진행한다. 내부 수용동에서는 기상송과 교정방송을 들으며 실제 수형자들의 하루를 그대로 재현한다. 위문편지를 쓰고, 공장동에서 도미노 게임 등을 하며 '노역'을 경험하는 시간도 마련돼 있다. 마지막에는 출소 기념으로 두부를 받으며 웃음 속에 체험을 마무리한다.

이외에도 '영화·드라마 코스'도 준비됐다. 수많은 작품 촬영지로 쓰였던 교도소 곳곳을 직접 걸으며 주인공이 되어보는 체험이다. 먼저 빠삐용zip에서 촬영된 영상들을 감상한 뒤 체험복으로 갈아입고 촬영지를 차례로 탐방한다.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와 마더, 비밀의 숲, 영화 1987, 프리즌, 모범택시, 슬기로운 감빵생활까지…. 카메라가 스쳐간 장소들을 하나하나 밟다 보면 수용동, 목욕탕, 공장동, 팔각 감시대 등 교도소 전 구역을 거의 다 둘러보게 된다.

감옥의 원 존재 목적은 교화! 일상에 지친 이들에게는 '사색 치유코스'를 추천한다. 이 프로그램 역시 수감복으로 환복 후 시작된다. 내부수용동과 영화당, 공장동 등을 찾아 글과 체조 등을 통해 꼭꼭 감추었던 응어리를 글과 체조, 기도를 통해 날려보내는 시간을 가진다. 그 뒤 '글감옥'을 찾는다. 글 창작 레지던시 공간으로 리모델링한 이 곳에서는 잠시 자신을 가두어 세상과 거리를 두고 오롯이 자신에게 몰두해 사유의 글을 쓰거나 필사하는 시간을 갖는다. 마지막으로 여행자연방을 찾아 편지나 엽서를 작성해 예약 발송하고 프로그램을 마무리 짓는다.

체험 프로그램은 코스별로 최소 60분, 최대 240분간 진행된다. 가격은 최소 3천원에서 2만원까지 다양하다. 기본 코스를 제외한 체험 프로그램은 사전에 홈페이지 또는 를 통해 예약해야 한다.
빠삐용ZIP 방문객들이 투표한 '사형제도' 찬반. /이서영 기자 dec@namdonews.com
교도소 테마관에 전시된 수용자들의 생활용품. /이서영 기자 dec@namdonews.com

◇지역과 함께 숨 쉬는 문화공간

단순한 교도소 체험을 넘어 지역민과 함께하는 다양한 프로그램도 주목받고 있다.

교도소 의료동 옆 공터에서는 동아리형 프로그램 '마음은 콩밭 시즌2'이 열린다. 주민 12명이 신청해 작은 텃밭을 분양받고 자율적으로 경작하며, 매달 한 차례 공동 활동도 함께한다. 최소 분양비는 1만원으로, 주민들이 농사와 공동체를 동시에 체험할 수 있는 자리다.

옛 경비교도대를 리모델링한 '서로살림터'에서는 3개월간 워크숍이 진행된다. 청년·전문가·주민이 참여해 프로그램을 설계하고, 파일럿 프로젝트를 직접 기획·발표하며 실행까지 이어간다. 농촌의 지속가능성을 모색하는 강연부터 공유정원 가드닝, 기획안 작성과 예산 편성, 최종 발표까지 체계적 교육과 실습이 병행된다.

옛 교회당은 '영화당'으로 바뀌어 매달 '주말의 명화' 상영회를 연다. 올해는 '문학과 영화의 만남'을 주제로, 장흥 출신 작가 이청준의 작품을 비롯해 문학 원작 영화들이 무대에 오른다. 관객과의 대화, 감독·배우 초청 등 부대 행사도 더해져 지역민이 함께 즐기는 공동체 극장으로 자리 잡고 있다.

빠삐용zip 관계자는 "교도소 체험에 더해 농사·워크숍·영화 상영 등 주민과 함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꾸준히 늘리고 있다"며 "단순한 관광지를 넘어 지역이 살아 숨 쉬는 문화공간으로 발전시키는 것이 목표다"고 말했다.
/이서영 기자 dec@namd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