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쓰레기 줍고 남방돌고래 지킨다...가스공사는 왜 진심인가 [ESG클린리더스]
제주 LNG 안전 도입에 해양생물 보호까지
LNG냉열 이용해 탄소 줄이는 기술 만들고
취약계층 집 고쳐 에너지 이용량 감축에 도움
편집자주
세계 모든 기업에 환경(E), 사회(S), 지배구조(G)는 어느덧 피할 수 없는 필수 덕목이 됐습니다. 한국일보가 후원하는 대한민국 대표 클린리더스 클럽 기업들의 다양한 ESG 활동을 심도 있게 소개합니다.

무더웠던 7월, 한국가스공사 제주 액화천연가스(LNG) 본부가 애월리 어촌계 등 9개 기관 관계자들과 함께 바다로 나가 팔을 걷어붙였다. LNG를 실은 배가 들어오는 애월항 인근에 폐그물 등 쓰레기를 건져 올리기 위해서였다. 이날만 1톤(t) 넘는 폐기물을 수거했는데 이를 통해 LNG 도입을 좀 더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제주 연안에 사는 남방큰돌고래 등 해양 생물의 서식지도 한결 깨끗해졌다.
가스공사가 해양 쓰레기를 줍는 이유는

31일 가스공사에 따르면 이 회사가 본격적으로 해양 쓰레기를 줍기 시작한 건 지난해 9월이다. 제주도는 애월항을 통해서만 LNG를 들여오는데 이곳은 화물선·어선 등이 공동으로 사용하고 이 지역에서 가장 큰 복합 연안 물류항이다 보니 해양쓰레기가 해마다 5t 가까이 흘러 들어온다. 특히 기상 상황이 좋지 않은 겨울철에는 쓰레기 유입이 많아 LNG선 이동에 방해를 받는 경우도 있다.
실제 가스공사는 지난해에만 LNG선 추진기 주변에 떠있는 폐그물을 두 차례 제거했다. 이때 그물이 추진기에 감기기라도 했다면 엔진이 멈춰 도내 천연가스 이용에까지 문제가 줄줄이 생길 수 있는 위험천만한 상황이었다. 그렇게 다달이 평균 500㎏씩 쓰레기를 모아 5월까지 4.5t이나 치웠다. LNG선이 항구로 들어올 때 항만 내 버려진 그물이나 갖가지 쓰레기 등을 미리 제거하는 것도 하나의 관례가 됐다.

수거된 폐그물을 처리하는 일도 만만치 않았다. 복잡하고 비용도 많이 들어서다. 이때 제주시청의 도움을 받아 행정 절차를 간소화하는 등 어려움을 헤쳐나갔는데 가스공사는 여기서 판을 한 번 더 벌렸다. 합동 해양 클린 캠페인인 '플로씽(PLOTHING)'을 7월에 본격 시작하게 된 것이다. 플로씽은 조깅을 하며 쓰레기를 줍는 '플로깅'을 벤치마킹해 만든 단어로 '줍다'라는 뜻의 스웨덴어 'Plocka Upp'과 '접안'이란 뜻의 영어 'Berthing'을 합쳤다. 공사 관계자는 "이왕이면 항만 이용자를 포함해 더 많은 주체들이 해양 환경을 함께 지켜보자는 뜻에서 민·관·공이 함께하는 캠페인을 준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이를 남방큰돌고래 서포터즈 활동과 연계해 해양생물 보호에도 힘을 보탤 계획이다. 캠페인에 참여한 한 관계자는 "많은 사람들이 함께 바다를 깨끗하게 만드는 모습을 보며 보람찼고 항만의 안전성을 높이는 것은 물론 멸종 위기에 처한 바다 생물들의 서식 환경 보전에도 이바지할 거라 기대한다"며 "작은 실천이지만 노력이 모이면 더 큰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냉열 활용, 집수리로 에너지 사용량·탄소 배출 감축

가스공사는 영하 163도인 LNG의 성질을 이용해 신개념 탄소 감축도 추진 중이다. 액체인 LNG를 도시가스(천연가스·NG)로 쓰려면 기화하는 과정이 필요한데 이때 차가운 냉열은 버려지는 게 보통이다. 그래서 가스공사는 냉열고객사이자 냉동고 업체인 한국초저온과 힘을 모아 냉열로 냉동고에 냉기를 공급하는 방법을 개발해 2024년 환경부에 승인을 받았다. LNG냉열을 이용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외부감축방법론을 승인받은 것은 가스공사가 처음이다.
또 이 방법론을 기반으로 실제 사업을 인증받기 위해 추진 중이다. 가스공사는 "그러면 1년에 1,800t의 온실가스 절감량을 인증받아 이에 상응하는 온실가스 배출권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가스공사는 선박에 LNG를 공급하는 'LNG 벙커링 사업'을 확대해 미래 성장 동력으로 키우는 동시에 탄소배출 줄이기에도 힘을 싣고 있다. 국제해사기구(IMO)가 2020년부터 선박 연료 규제를 강화하면서 LNG가 연료로 주목받게 됐는데 가스공사는 이를 활성화하기 위해 자회사인 '한국엘엔지벙커링'을 세웠다. 공사에 따르면 벙커링 사업으로 감축한 탄소 양만 최근 3년 동안 9.8만t에 달한다. 또 지난해에는 국내에서 처음 화물 하역 중인 컨테이너 선박에 LNG 연료를 공급하는 '벙커링 동시 작업'에 성공하기도 했다.

취약 계층이 사는 오래된 건물의 창호나 보일러, 난방 등을 고쳐 도시가스를 비롯한 에너지 이용 효율을 높이는 사회공헌 사업인 '열효율 개선' 사업도 16년째 시행 중이다. 열기가 밖으로 빠져나가지 않으니 에너지 사용량이 줄어 탄소 배출도 자연스레 줄어들고 취약 계층은 주거 환경 개선에 에너지 요금도 줄일 수 있으니 일석다(多)조의 사업이다.
지금까지 저소득층 가구 1,370개소와 사회복지시설 1,713개소 등 3,083개소에 혜택을 제공했고, 약 7억8,000만 원가량의 에너지 절감 성과를 냈다. 올해도 240여 개소를 선정해 지원을 이어 나갈 계획이다. 수혜자 만족도 조사 결과 사업 참여 부문은 응답자의 99.2%가, 삶의 질 향상 부문은 응답자의 100%가 만족했다고 답하는 등 호평이 자자하다는 후문이다.

또 공사 과정에서 지역별 사회적 기업·자활 기업·장애인 기업 등의 참여를 지원해 지역 일자리 창출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 지난해에만 사회적 기업 12개사가 약 17억 원의 매출을 올릴 수 있게끔 기여했다. 가스공사는 이 같은 노력을 인정받아 올해는 대한민국환경대상에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부문'에서 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오지혜 기자 5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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