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우제 올리고, 공병 들고 샘터 대기줄까지 서는데…역대급 가뭄,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나왔다
“강릉 물 공급 오봉저수지 저수율, 4주 내 10% 아래로 하락 전망”
‘지하 암반수’ 대관령샘터 이용 부쩍 늘어…마실 물·요리 등 활용
“극한가뭄 3년 이상 이어지면 경험하지 못한 물 부족 발생”
![지난 30일 강원 강릉시 대관령샘터에서 시민들이 물통에 식수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8/31/ned/20250831112629551hmkf.jpg)
[헤럴드경제=한석희 기자] 역대급 가뭄에 기우제를 올리고, 먹을 물을 찾아 공병을 든 사람들이 대관령셈터에서 길게 줄을 늘어선다. 계량기 75%를 자율적으로 잠금 하는 강력한 제한 급수를 앞두고 있는 강릉 지역의 모습이다.
문제는 9월 첫날 전국 대부분 지역에 많은 비가 내리겠지만 정작 비가 필요한 강원 동해안에는 5㎜ 안팎의 적은 비만 올 것으로 예상됐다. 특히, 강원영동은 최소 9월 10일까지 비소식이 없다. 강원도 일대를 덮친 역대급 가뭄이 상당기간 심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강원도 강릉 지역 주요 상수원인 오봉저수지 저수율이 역대 최저치를 갈아치우면서 강릉 시민들은 지난 23일 대관령에서 기우제를 지냈다. 계속되는 역대급 가뭄에 ‘굿’에라도 희망을 걸은 셈이다.
하지만 얄궂게도 9월 첫 날 전국에 많은 비가 예보돼 있지만, 정작 비가 필요한 강원 동해안에는 9월 1일 낮에 5㎜ 안팎의 비만 찔끔 내릴 전망이다.
다른 지역엔 제법 많은 비가 내리겠지만 비구름대가 태백산맥 서쪽에 많은 비를 뿌린 뒤 약화해 동쪽으로 넘어오면서 산맥 동쪽은 강수량이 적겠다.
통상 영동 쪽은 동해 북부 해상에 자리한 고기압에서 동풍이 불 때 많은 비가 내리는데 이런 모습이 나타나길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기상청 최신 중기예보를 보면 강원영동에 최소 9월 10일까지 비 예보가 없다.
9월 5일 오후부터 6일까지 수도권과 강원영서에 비가 내리겠지만 강원영동 등 나머지 지역은 흐리기만 할 가능성이 높다.
![극심한 가뭄을 겪는 29일 오전 강원 강릉시 왕산면 안반데기 배추밭에 수확을 포기한 배추들이 남아 있다. [연합뉴스]](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8/31/ned/20250831112629873yfsx.jpg)
기상청은 28일 발표한 기상가뭄 1개월 전망에서 10월 5일 기준으로도 강원영동 일부에 ‘보통’ 수준의 기상가뭄이 발생해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기상가뭄은 이전 6개월 누적강수량을 토대로 산출하는 ‘표준강수지수’가 -1 이하인 상태를 말한다. 지역별로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강수량이 평년 대비 65% 이하면 표준강수지수가 -1 이하로 떨어진다.
강원영동은 올해 들어 이달 29일까지 내린 비가 477.5㎜로 예년 같은 기간 강수량(960.1㎜)의 절반에 못 미친다. 강릉은 누적 강수량이 404.2㎜로 평년(944.7㎜)의 40% 수준에 불과하다.
강릉시 물 공급 87%를 담당하는 오봉저수지 저수율은 현재 14.9%로 예년 이맘때 저수율(71.7%) 4분의 1 수준이다. 물 공급 하한선인 ‘사수위’까지 수위가 불과 8m 정도만 남았다.
정부는 제한급수 등 대책이 시행됨에 따라 가변적이긴 하지만, 비가 내리지 않을 경우 4주 내 오봉저수지 저수율이 9.7%까지 떨어지며 10% 아래로 내려갈 것으로 예상한다.
강원 삼척시·정선군·태백시 등의 5만5000명에게 물을 공급하는 광동댐도 곧 가뭄에 들어설 전망이다.
정부는 27일 발표한 ‘주간 생활·공업용수 가뭄 현황 및 전망’에서 광동댐 가뭄단계가 ‘관심’에 들어선 뒤 곧 ‘주의’로 격상될 것으로 전망했다.
광동댐 유역엔 홍수기가 시작한 6월 21일부터 이달 27일까지 예년 같은 기간 강수량(548.7㎜)의 30% 수준인 166.0㎜ 비만 내렸다.
![29일 강원 강릉시 강릉아레나 주차장에서 극심한 가뭄으로 어려움을 겪는 학교와 경로당, 유치원 등에 생수를 배부하고 있다. [연합뉴스]](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8/31/ned/20250831112630113jkzk.jpg)
한 달여간 최악의 가뭄이 계속되면서 온갖 페트병과 담금주병 등 공병을 싸 들고 대관령샘터로 모여들고 있는 이들도 늘고 있다.
롯데칠성음료에서 운영하는 대관령샘터는 대관령 지하 암반수를 취수해 수처리 과정을 거쳐 시민들에게 식수를 제공하고 있다. 이전부터 샘터는 지역민들에게는 식수원으로 이용됐으나 최근 극심한 가뭄 탓에 시민들의 발길이 더 잦아졌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샘터를 찾은 시민들은 수도꼭지 3곳에 모두 자리를 잡고 공병에 물을 받느라 분주했다. 낮 한때는 여러 시민이 몰려 ‘대기’ 행렬이 이어지기도 했다.
초당동 주민 70대 박모씨는 연합뉴스에 “가뭄 이후로 방문 횟수가 부쩍 늘었다. 이렇게라도 최대한 물을 아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박모씨는 담금주병과 약수물통, 김치통 등 용기 10여개에 물을 한가득 받아 갔다고 한다.
강릉지역 87%의 생활용수를 공급하는 상수원 오봉저수지의 저수율은 연일 최저치를 경신하고 있다.
31일 농촌용수종합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오봉저수지의 저수율은 이날 오전 7시 40분 기준 14.9%(평년 71.7%)로 15% 선이 무너져 계량기 75%를 자율적으로 잠금 하는 강력한 제한 급수를 앞두고 있다.
앞서 시는 저수율이 25% 이하로 떨어진 지난 20일부터 아파트를 비롯해 5만3485가구의 계량기 50%를 잠금 하는 제한 급수로 절수 조치를 시행해 왔다.
저수지가 점점 메말라감에 따라 시는 전날부터 오봉저수지의 농업용수 공급도 중단했다. 이전까지는 ‘3일 공급·7일 제한’ 방식으로 농업용수를 공급, 원래대로라면 23∼29일 공급 제한 기간이 끝나고 30일부터 공급이 재개됐어야 하지만 저수율이 15% 가까이 떨어짐에 따라 농업용수를 공급하지 않기로 했다.
이에 정부는 전날 강릉에 재난 사태를 선포했다. 자연 재난으로는 처음이다. 오봉저수지를 둘러본 이재명 대통령은 장단기 대책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실효성 있는 방안을 마련할 것을 지시했다.
이런 가운데 ‘극한가뭄’ 발생 시 3년 차부터 피해가 기하급수로 늘어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가뭄이 3년간 계속될 경우 생활용수 부족에 따른 사회적 혼란 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치뤄야할 비용도 수조원에 달한다는 것이다. 이상기후로 인한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얘기다.
31일 환경부 등에 따르면 한국환경연구원은 최근 ‘극단적 홍수 및 가뭄 발생으로 인한 워터리스크의 전략적 대응방안 연구’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극한가뭄 발생 3년 차’부터 물 부족량이 급격히 늘었다.
연구진은 ‘과거 한강 유역 댐 저수량이 최저인 상황’과 ‘한강 유역 하천에 유입되는 물의 양(하천 유출량)이 최소인 상황’이 동시에 나타난 상황을 ‘극한가뭄’으로 정의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한강 유역 8개 댐 저수량이 최저였을 때는 1988년 7월 1일로 당시 저수량(269만5000t)은 8개 댐 최대 저수량(682만6000t)의 39%에 불과했다.
연간 하천 유출량이 최저였을 때는 ‘한강 권역 전체’를 기준으로는 2014년 7월 1일부터 2015년 6월 30일까지였다.
하천별로 북한강과 팔당댐 하류는 2014년, 남한강은 2015년에 연간 유출량이 가장 적었던 것으로 분석됐다.
표준유역(자연적으로 형성된 경계에 따라 물이 모이는 유역)별로는 2014년 유출량이 최저인 유역이 138개로 가장 많았고 2016년(95곳)과 2015년(93곳)이 뒤를 이었다.
연구진은 이런 정보를 조합해 A부터 C까지 3개의 극한가뭄 시나리오를 만들었다.
가장 극심한 가뭄 시나리오는 ‘C’로 한강 유역 댐 저수량이 최저인 상황에 표준유역별 하천 유출량 최저치를 반영한 시나리오다. 이는 댐에 저장된 물도, 각 유역 하천에 흐르는 물도 역대 가장 적은 상황을 의미한다.
가뭄에 따른 물 부족량을 구하기 위한 ‘수요량 계산’은 제1차 국가물관리기본계획에 계획 수립 이후 추진되기 시작한 경기 용인시 반도체 첨단산업단지 등의 수요를 반영해 이뤄졌다.
분석 결과 시나리오 C를 적용해도 가뭄 1년 차엔 물 부족 문제가 심하지 않았다.
구체적으로 한강 유역 시도(서울·인천·경기·강원·충북·충남) 생활용수 부족량은 41만8000t, 농업용수 부족량은 1404만t, 공업용수는 부족하지 않을 것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가뭄이 해를 넘어가면 물 부족량이 급격히 증가했다.
가뭄 2년 차 생활용수, 공업용수, 농업용수 부족량은 각각 6300만1000t, 7만458만7000t, 1억4908만6000t이었고 3년 차엔 4억7222만1000t, 4억5339만5000t, 1억6687만6000t이었다. 4∼6년 차 부족량은 3년 차와 비슷했다.
연구진은 “아무리 극단적인 가뭄이 발생해도 1년 차엔 생활·공업용수 부족량이 많지 않고, 2년 차까지도 심각한 문제는 없을 것으로 예측됐다”면서 “그러나 3년 차부터 물 부족량이 급격히 증가한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3년 이상 가뭄이 발생하는 경우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물 부족으로 인해 사회적으로 큰 혼란이 발생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극한가뭄이 장기간 이어지면 ‘조 단위’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분석됐다.
시나리오 C를 적용해 한강 유역 시도 가뭄 피해액을 산정한 결과 1년 차엔 78억원에 머물다가 2년 차에 1조5425억원, 3년 차에 9조2883억원으로 급증했다. 가뭄 6년 차 피해액은 9조3254억원으로 추산됐다.
연구진은 “우리나라에 6년 연속 극한가뭄이 발생하는 경우 서울 등 대도시 지역의 생활용수 부족량이 많지 않지만, 하천 상류 중·소규모 지역에서 물이 매우 부족하면서 경제적 피해도 크게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용인 첨단산단 등 때문에 물 수요량이 급증하면서 가뭄으로 인한 경제적 피해가 커졌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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