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체중도 ‘위고비·마운자로’ 열풍···‘품귀현상’ 약국가·병원들 가보니

비만치료제 ‘위고비’와 ‘마운자로’가 다이어트약으로 남용되고 있다. 체중 감소 효과가 알려지자 정상체중인 사람들까지 처방을 받는다. 일부 의사·약사가 이를 방조하면서 사실상 ‘처방과 복약지도’의 의미가 없어졌다.
위고비는 덴마크 제약사 노보 노디스크가 개발한 주사형 비만치료제다. 혈당과 식욕을 조절하는 ‘GLP-1’ 호르몬을 활성화해 체중 감소를 유도한다. 지난해 10월 국내 판매를 개시한 지 8개월 만에 40만건이 처방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위고비의 ‘대항마’로 등장한 것이 미국 일라이 릴리의 마운자로다. 위고비보다 가격이 저렴하고 체중 감소 효과가 더 크다고 알려져 출시 직후부터 관심을 모았다. 마운자로가 지난 21일 국내 의료기관 유통을 시작하자 위고비는 가격을 최대 40% 낮추며 경쟁에 나섰다.
두 약물 모두 의사 처방과 약사의 조제·복약지도가 필요한 전문의약품이다. BMI(체질량지수)가 일정 수준을 넘어야 처방받을 수 있다. 두 약물 모두 BMI 30 이상 고도비만 환자나 BMI 27 이상이면서 당뇨·고혈압 같은 동반질환이 있는 환자를 위해 개발됐다. BMI는 체중(㎏)을 키(m)의 제곱으로 나눈 값이다. 18~25 미만은 정상체중, 25 이상은 과체중, 30 이상은 비만으로 분류된다.

경향신문이 지난 27일 ‘위고비 성지’로 불리는 서울 종로5가 일대 병원들을 찾아가 환자를 가장해봤다. 상담과 진료는 사실상 형식에 그쳤고 약은 환자 요구대로 쉽게 처방됐다.
A의원은 BMI를 계산하면서도 키와 몸무게를 측정하지 않았다. 환자가 말한 대로 입력했고 BMI 계산기가 ‘정상 체중’을 가리키자 의사는 “처방해줄 수 없다”며 거부했다.
B의원에서는 ‘거짓말’을 해봤다. 키는 실제보다 1㎝ 작게, 체중은 6㎏ 높여 “위고비를 맞고 이 정도로 체중이 빠졌다”고 말하자, 의사는 수치를 그대로 입력했다. 계산기는 정상과 과체중 사이를 가리켰지만, 의사는 마운자로 2.5㎎ 한 달 치를 처방했다. “속이 불편하거나 주사 부위가 아프면 병원을 찾으라”고 안내할 뿐이었다. 이런 ‘처방 공장식’ 병원은 서울 강남구 성형외과 밀집 지역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고 한다.
치료제가 필요 없는 사람까지 비만치료제를 처방받으면서 약국에서는 위고비와 마운자로 품귀가 빚어졌다. B의원에서 처방을 받은 뒤 종로5가 약국가를 찾았다. 평일 오후에도 위고비·마운자로 재고가 있는 약국들은 인파로 붐볐다. C약국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30대 여성이 위고비 투약 설명서와 약봉지를 들고나왔다. 약국 직원은 “마운자로 저용량은 다 나갔고, 고용량만 남아 있다”며 “하루에 적어도 150명 정도가 비만 치료제를 받아 간다”고 말했다. 인근 D약국 약사도 “마운자로 저용량은 입고되자마자 동났다”며 “하루에도 대여섯 명이 약을 찾아 이 거리를 뱅뱅 돈다”고 전했다.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어느 약국에 재고가 남아 있는지, 가격은 어디가 더 싼지 정보가 공유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무분별한 처방에 따른 오남용을 우려한다. 주사형 비만치료제의 부작용은 위장 장애, 근육 손실 같은 가벼운 증상부터 오심·구토·설사·변비, 급성 췌장염, 담석증 등 중증 부작용까지 다양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역시 “비만 환자에게만 허가된 용법에 따라 신중하게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품귀현상으로 정작 약이 필요한 ‘진짜 환자’가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서 병원을 운영하는 한 가정의학과 의사는 “정상 체중임에도 미용 목적으로 처방을 하는 사례가 늘면 정작 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이 약을 구하기 어려워질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미용 목적의 오남용이 확산하면 치료제의 본래 의도마저 훼손될 수 있다고도 했다.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비만이 만성질환이자 각종 성인병의 원인인 만큼, 비만치료제는 예방의학적 차원에서도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위고비·마운자로는) 장기간 사용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치료제”라며 “약물의 이점을 살리면서도 오남용에 따른 부정적 인식이 확산하지 않도록 충분한 상담과 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임상에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백민정 기자 mj10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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