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여가부, ‘교제폭력 피해 지원’ 사령탑 된다…‘다문화 가족’ 개념도 확대”
“‘저출생=극복 대상’ 인식 바꿔야…인구부 신설 대신 대통령 직속 컨트롤타워로”
“여가부→성평등가족부, 고용 정책도 일부 분담…경력 단절 여성 지원 등 전담”
“통합돌봄 지자체 예산 늘려…고령 애국지사 위해 보훈 의료 사각지대도 해소”
(시사저널=강윤서·변문우 기자)

이재명 정부의 5개년 국정운영 설계도가 완성됐다. 국정기획위원회는 '기본사회'라는 큰 비전 아래 지역별 통합돌봄 인프라 구축, '뉴노멀' 저출생·고령화 문제를 총괄할 컨트롤타워 설치 등 각 민생 정책을 구체화했다. 지난 윤석열 정부의 의료개혁 수습부터 연금개혁 후속 조치도 포함됐다. 이러한 정책들을 다룬 국정기획위 사회1분과 소속 김남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8월2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시사저널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수많은 전문가들과 머리를 맞대며 설계한 국정 로드맵을 전했다.
사회1분과에선 복지, 노동, 성평등, 보훈, 인구 분야에 대한 22개 국정과제를 만들었다. 특히 저출생·고령화 문제 사령탑으로는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의 힘을 키워 담당 정책 범위를 확대, 기획 조정권을 강화하기로 했다. 관련 부처 신설 가능성도 제기된 바 있지만, 기존 부처에서 인구문제와 밀접한 정책을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대통령 중심'의 대응체계를 채택했다.
성평등가족부로 확대 개편되는 여성가족부의 역할도 구체화했다. 고용노동부가 주로 전담해온 성평등 고용정책을 일부 분담하고, 교제폭력 및 디지털성범죄 피해자에 대한 통합지원 체계도 담당할 예정이다. '다문화 가족' 표현이 다변화한 가족 유형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에 따라 '이주 배경 가족'으로 용어를 수정, 지원 범위를 확대하는 내용도 담겼다. 김 의원은 "이제 공은 정부로 넘어갔다. 국회에서도 입법 조력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김 의원(초선·경기 광명시을)은 변호사 출신으로, 참여연대 활동을 지낸 뒤 정계에 입문했다. 이 대통령 당대표 시절 복지특보로서 연금개혁 추진, 대선 선대위 정책본부 부본부장으로서 사회복지 공약을 만든 핵심 인사다.
국정기획위 활동에서 가장 기억 남는 순간은.
"최중증 발달장애 대상 지원 확대 및 활동지원 수가를 단계적으로 200%로 인상하기 위해 고군분투한 순간이 기억난다. 최중증 발달장애인은 장애가 심해 활동지원사들의 기피가 심하기 때문에 활동지원 서비스를 구하기 어렵다. 이에 따라 중증장애에 대한 활동지원 수가를 대폭 인상해달라는 요구가 컸고, 이런 상황을 기획재정부 등 여러 부처에게 몇 시간씩 설득했다. 결국 국정과제로 해당 요구를 관철시킬 수 있었고, 발달장애 가족들도 정말 기뻐하셨다."
이재명 정부의 차별화된 통합돌봄 정책은.
"핵심 기조는 통합돌봄에 대한 지역 예산과 인력을 늘린다는 점이다. 통합돌봄은 고령화가 심화하는 한국 사회에서 반드시 필요하다. 노인, 장애인, 정신질환자 분들이 시설이나 병원에 입소하지 않고 지역사회에서 필요한 의료나 돌봄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각자가 살던 곳에서 존엄한 삶을 누리도록 하는 취지다. 문제는 지방정부의 돌봄 서비스 인프라는 턱없이 열악하다는 것이다. 대부분 걸음마 수준에 불과하다. 따라서 당장 내년 3월부터 지역사회 통합돌봄 제도를 본격적으로 시행할 방침인데, 잘 연착륙할 수 있도록 각 지자체에 인력과 예산을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통합재가기관과 재택의료센터를 확대하고, 돌봄 대상들이 살던 곳에서 이용할 수 있는 재가서비스의 종류와 규모를 넓히는 내용도 함께 담았다."
저출생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이 궁금하다.
"저출생을 '극복의 대상'으로 보는 관점은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것은 자유로운 선택의 영역이다. 누구도 국가를 위하여 아이를 낳지는 않는다. 국가와 사회가 주목할 부분은 '비자발적으로 아이를 낳지 않는 일'이 없도록 하는 것이다. 아이를 키우는 것이 부담돼서 회피하는 일을 막아야 한다. 개인과 가족의 행복을 최대한 지원하고, 아이를 낳고 키우는 일이 부담이 아닌 행복이 되도록 국가와 사회의 더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
인구 문제를 총괄할 컨트롤타워는.
"대통령 중심의 대응체계를 세울 예정이다. 대통령 직속인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의 정책 범위를 확대하고, 기획 조정 권한도 강화해 인구구조 변화 대응을 위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것이다. 저출생 문제 관련 별도 부처를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에 대해선 이견이 있었다. 특히 저출생과 고령화 이슈는 인구 전담 부처를 만들기 보단 각 부처의 종합적인 대응체계를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그런 차원에서 대통령 중심의 시스템을 강화하는 내용을 국정과제에 담았다."
구체적인 대책도 중요할 텐데.
"각 부처별 노력이 필요하다. 존중 받으며 적절하게 일할 수 있는 노동, 감당 가능한 주거를 누리며, 어디서나 잘 살 수 있는 국토균형 발전, 과도한 교육경쟁의 완화, 특정 성별에게 출산, 육아, 돌봄의 부담이 편중되지 않는 성평등한 제도 등 동시다발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이재명 정부 국정과제에도 이를 구체화했다. 가령 노동시간 단축, 육아지원 확대, 국토균형발전, 공적주택 110만호 공급, 자동 육아휴직 제도, 공교육을 강화하는 방안이 골고루 반영됐다."
최근 사회적으로 교제 폭력과 디지털성범죄 문제가 더욱 더 심각하게 대두하고 있다.
"교제관계에서 비롯된 살인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국민들의 걱정이 크다. 이 대통령도 교제폭력 범죄에 대한 처벌 강화, 피해자 보호명령 적용, 가해자에 대한 접근금지 명령 및 불응 시 유치장 유치 등의 대선 공약을 발표한 바 있다. 국정기획위에선 더 업그레이드 작업을 통해 디지털 성범죄, 교제 폭력 등 피해자에 대한 통합적인 지원 체계를 만들었다. 또 교제폭력 법제화에 이어 스토킹피해자가 직접 잠정조치를 요구할 수 있는 피해자 보호 명령제도의 개선은 법안으로 발의했고 국회에서 곧 처리할 계획이다."
피해자 통합지원 체계는 어떤 것인가.
"현재 디지털성범죄 등 피해자 보호는 여성가족부, 법무부, 방송통신위원회 등에서 나눠서 이뤄지고 있다. 이번 국정과제에서는 성평등가족부로 확대 개편되는 여가부가 조금 더 복합·통합적으로 피해자를 지원하고 관련 대책을 마련하는 사령탑 역할을 할 계획이다."

여가부를 성평등가족부로 개편하면 어떤 변화가 생기나.
"가장 중요한 점은 성평등 정책과 여성 인권 문제만큼은 성평등가족부가 핵심적 기능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성평등 고용 문제와 관련해선 고용노동부와 정책 분담이 있을 예정이다. 가령 적극적 평등 조치, 경력 단절 여성 지원 등은 성평등가족부에서 더 중점적으로 다루는 내용을 국정과제에 담았다. 가족 정책의 경우 다변화되고 있는 구성원을 더 잘 반영하도록 했다. 가령 현행 '다문화 가족 지원'에서 다문화 가족이라는 용어 자체가 차별적인 느낌을 준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에 '이주 배경 가족 지원'으로 변경하고 지원 범위나 대상을 확대한다. 이외에도 아동 정책과 청년 정책 중 성평등가족부가 어느 파트를 총괄할지 부처 간 역할 분담을 활발히 논의했다."
임신중지 약물 합법화 방안도 포함됐다.
"낙태를 둘러싼 사회적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2019년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입법공백으로 임신중지에 대한 제도적 보장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관련 입법공백을 해결하고 전 세계 100여국에서 안전하게 사용되고 있는 임신중지 약물을 합법화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이찬진 분과장, 여성분야 담당 전문위원, 다른 분과 위원들, 여가부, 고용노동부, 법무부, 보건복지부 등 관련 분야 공무원들과 소통했다."
보훈 정책에는 어떤 내용이 담겼나.
"이 대통령은 '특별한 희생에는 특별한 보상이 필요하다'고 강조해왔다. 이에 따라 보훈 정책 역시 대폭 개선했는데 △참전유공자 배우자 생계지원금 지급 △부양가족수당 지급 대상을 확대했다. 보훈 의료의 접근성도 확대한다. 애국지사들이 이제는 굉장히 나이가 많이 드셨는데 이분들에 대한 △특별예우금 및 간병비를 추가로 인상하고, △보훈병원이 없는 지역에는 준보훈병원을 운영하여 보훈의료 사각지대도 해소하고자 한다."

이재명 정부의 의료개혁 방안은.
"필수·지역·공공의료 문제는 단순히 의사 수를 늘려서 해결할 수 없다. 의료시스템 전반을 단계적으로 고쳐야 한다. 이를 위해 공공의료 체계를 강화하고, 필수의료에 대한 보상을 높여 필수의료를 확충하고, 지역의사제와 공공의료 사관학교 설립으로 지역, 필수, 공공의료 인력을 양성할 계획이다. 또한 의료 인력 추계는 신중하고 과학적으로 접근할 것이다. 윤석열 정권은 국민이나 의료계가 납득할 만한 근거 없이 일방적으로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을 추진했다. 그에 따른 전공의 집단 사직, 환자와 국민들 피해는 여전히 회복되지 않고 있다. 이재명 정부에선 여야 합의로 의사인력 수급추계위원회를 구성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토대로 충분한 논의를 통해 인력 기준을 마련할 것이다."
연금개혁 후속 과제도 산적한 상태다. 관련해 어떤 과제를 담았나.
"연금개혁 추진 당시 해결하지 못한 출산 크레딧과 군 크레딧 내용을 포함했다. 군 크레딧은 지원 기간을 12개월에서 복무기간 전체로 확대한다. 출산크레딧의 경우 적용 시점을 연금을 수급할 때가 아닌 출산 당시로 앞당긴다. 이는 연금개혁 당시 기재부가 반대해 무산된 바 있다. 하지만 연금수급 시에 크레딧을 적용하면 97%가 남성이 적용받는 문제가 발생한다. 반대로 출산시점에 크레딧을 적용받도록 바꾸면 여성이 혜택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국고 지원이 현 시점에 적용되면서 국가가 청년세대를 위해 지원할 수 있게 된다. 국가재정 차원에서도 약 50조원을 절감할 수도 있다. 출산시점에선 연금수금 시접과 달리 보험료만 지원하면 되기 때문이다."
정부조직개편안은 발표되지 않았다.
"정부조직개편은 기본적으로 정부의 몫이다. 국정기획위에서는 조직개편TF에서 논의한 결과를 정부에 전달했고, 현재 정부도 관련 논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다만 조직개편 외에도 각종 경제 현안과 한미 관세협상 등 굵직한 현안이 많아 결정이 늦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정기획위 활동을 마친 소회는.
"약 2개월 간 국정기획위에 살다시피 있었다. 의정 활동을 거의 할 수 없을 정도로 아침부터 밤까지 회의가 이어졌다. 거의 매일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열띤 토론을 했다. 기본적으로 각 부처 국장, 사무관이 작업에 함께 했고, 주요한 국정과제는 국정기획위의 공무원들을 통해서 부처 담당자들의 업무보고와 의견을 들었다. 저처럼 기획위원 외에도 전문위원, 자문위원, 시민단체 등 많은 분들과 논의했고, 현장방문과 수십 차례의 간담회를 통해 각계 각층 의견을 수렴하려 정말 애썼다. 그 과정을 통해 123개 국정과제를 완성했고, 이재명 정부의 5년의 로드맵을 설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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