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계약 해지 갑자기 100→1000건…“가격 부추긴다?”

주택담보대출 등을 제한한 6·27 부동산 대책이 시행된 지 두 달이 지났습니다. 이후 서울 아파트 매매 가격 상승률은 둔화세가 이어지고, 거래량 역시 줄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28일 기준금리를 연 2.5% 동결하기로 결정했습니다. 6·27 가계부채 규제에도 수도권 집값 상승세의 불씨가 아직 남아있다는 판단 때문입니다.
올해 상반기 그만큼 부동산 시장이 뜨거웠다는 건데 이 기간 아파트 계약을 체결한 뒤 취소하는 건수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 6월에만 서울 아파트 계약 취소 1,067건...상반기에만 4천 건
관련법상 아파트 계약을 체결하면 30일 내 실거래가 시스템에 신고해야 합니다. 이후 계약을 취소할 경우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아파트 계약은 얼마에 거래됐느냐, 한 건 한 건이 다음 거래에 영향을 미칩니다. 실거래가가 모여 시세를 형성하기 때문인데 만약 실제로 거래되지 않은 계약이 섞여 있다면 매수자와 매도자가 시세를 판단하는 데 왜곡된 정보를 줄 수 있습니다. 이런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계약 해지도 함께 공개하는 겁니다.
서울 아파트 매매 해지 건수는 관련 정보가 공개된 2021년부터 2024년까지 통상 월 100여 건 수준을 유지했습니다. 이 기간 200건을 넘긴 건 지난해 8월(217건)이 유일합니다.

그런데 올해 2월부터 갑자기 해지 건수가 급증하기 시작했습니다. 2월 442건, 3월 858건, 4월 497건, 5월 915건을 기록하더니 6월(1,067건)에는 결국 천 건을 넘었습니다. 지난 4년 간 추이와 비교하면 갑자기 몇 배나 급등한 겁니다.
올해 상반기 아파트 거래 시장이 이른바 ‘불장’이었던 만큼 거래가 많다 보니 해지 건수도 자연스럽게 증가한 것일까, 전체 거래 건수 대비 해지 비율을 확인해 봤습니다.
지난해에는 최소 1.9%에서 최대 4.7%로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올해 2월 6.6%, 3월 8.2%, 4월 9.0%, 5월 11.1%, 6월 8.9%로 급등했습니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기록한 적 없는 수치입니다.
올해 상반기 계약 후 취소하는 경우가 유독 많은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 계약 해지 3건 중 1건은 '최고가'...강남 3구 특히 높아
주목할 점은 전체 해지 계약 가운데 최고가 거래가 올해 상반기 36.5%를 기록했다는 점입니다. 취소 계약 3건 중 1건 이상은 모두 최고가 거래였다는 겁니다.
서울 성동구의 한 아파트 59제곱미터짜리 매물은 5월 10일 22억 7,000만 원에 거래됐습니다. 이후 6월 25일에 계약이 해지됐는데 이 사이 같은 평형대 매물이 모두 7건 거래됐습니다.

5월 17일 23억 5,000만 원으로 일주일 만에 신고가를 경신한 뒤, 다음 달인 6월 8일에는 26억 5,000만 원으로 한층 가격이 더 뛰었습니다. 이렇게 계약이 해지되기 전 7건의 거래 가운데 5건이 모두 22억 7,000만 원보다 비싼 값에 팔렸습니다.
특히, 서울 지역구별로 분석해 보면 편차가 두드러진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상반기 최고가로 거래를 신고한 뒤 계약을 해제한 비율이 서초구(66.1%), 강남구(52.8%), 용산구(49.4%), 마포구(48.7%), 종로구(48.4%), 광진구(46.2%), 송파구(45.0%), 양천구(42.9%) 순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강남 3구와 한강 벨트 지역을 중심으로 한 고가 아파트 밀집 지역들이 최고가 계약 해지가 많은 겁니다.
또, 계약일 기준으로 해지 날짜와의 기간이 길수록 신고 가격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관련법상 해지 사유가 발생한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신고해야 한다는 규정만 있을 뿐 계약 취소를 언제까지 해야 한다는 규정은 없습니다.

올해 상반기 계약일과 해지사유 발생일의 격차는 평균 29일로 나타났습니다. 세부적으로는 15일 미만이 37.8%, 15~30일 23.9%로 가장 많았습니다.
30일을 초과한 비율이 35.2%인데 60일을 넘긴 경우도 16.6%에 달합니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거래 가운데 174일이 지난 뒤 계약을 취소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최고가 해제 건수의 신고 가격은 평균 16억 1,278만 원인데 해제까지 60일 이상 소요된 경우는 19억 8,463만 원으로 나타났습니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은 “취소된 가격 중에 최고가 거래가 상당 부분인데 그러면 나중에 취소되기 전까지는 그게 최고가로 매수자들이 생각할 수밖에 없다"며 "그렇게 되면 최고가보다 더 높은 계약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2월부터 해지 건수가 급등한 지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2월은 서울시가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결정을 내린 시점입니다.
최 소장은 “지금까지 2020~2021년이 대부분 최고가로 이후 전고점을 경신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2월 강남 3구를 중심으로 전고점을 경신했다”며 “계약 해제 건수가 폭증하는 시기와 일치한다”고 설명했습니다.
■ '불장' 때문? 전자계약 때문?...국토부 "취소 급증 원인 조사"
그러면 왜 유독 올해 상반기에 취소 건수가 많았던 걸까. 우선 올해 상반기 이른바 '불장'이었던 점과 관련 있다는 분석입니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랩장은 “올해 상반기 서울 아파트값이 크게 올랐는데 자금 마련 문제가 있을 수 있고, 가격이 더 오를 것이란 생각에 매도자가 변심하는 경우도 많았을 것”이라며 “계엄과 대선이라는 정치 이벤트도 있는 복잡한 상황이어서 매수자, 매도자 각각 변심이 많았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국토부 역시 토지거래허가제가 해제되고,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보니 거래량도 그만큼 늘었다고 진단했습니다.
또, 주된 이유로 전자계약으로 전환하면서 취소 건수가 늘어난 점을 꼽았습니다. 전자계약으로 진행하면 일부 은행에서 대출 이율을 우대해 주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때문에 종이로 쓴 계약을 취소하고, 다시 전자 계약으로 전환하는 경우가 있다는 겁니다.
또, 전자계약으로 진행할 때 정보를 잘못 써넣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수정 처리하지 않고 취소하고 다시 하는 경우도 많다는 겁니다. 실제로 전체 거래에서 전자계약이 차지하는 비율이 지난해 4%대에서 올해 20% 수준으로 크게 올랐다는 게 국토부 설명입니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 환경이나 계약 방식의 변화만으로는 계약 해지가 몇 배나 증가한 것을 설명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최은영 소장은 "2021년에도 상당히 부동산 시장이 뜨거웠지만, 거래 해제 건수가 이렇게 많지는 않았다"며 "또, 올해 유독 저가 아파트가 아니라 고가 아파트에서 계약 해지가 이뤄지는 것도 이상하다. 단순 오기로 인한 취소가 올해에만 많은 것도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정부도 이 점은 인지하고 있습니다. 국토부 관계자는 "건수가 늘어난 것은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라며 "거래 해제 건에 대해 투기적인 부분이 없는지 조사해 보겠다”고 설명했습니다.
서울시 역시 최근 취소 사례가 이례적이라고 판단하고 원인을 파악 중입니다.
이같은 해지 건수 급증 현상이 이른바 '가격 띄우기'를 위한 이상 거래인지, 복잡한 부동산 시장 환경에서 발생한 매수자와 매도자의 변심인지 정확한 원인은 조사해 봐야 알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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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중 기자 (center@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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