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 남자’ 캐릭터 박희순의 눈물… 그가 박찬욱 영화 시나리오 바꾼 이유는[2025 베니스영화제]

김유태 기자(ink@mk.co.kr) 2025. 8. 31. 0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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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니스영화제에서 영화 '어쩔수가없다'가 상영되자 배우 박희순은 눈물을 흘렸다.

강인한 캐릭터를 주로 연기해 온 박희순의 이미지와 오랜 연기 경력을 기억한다면, 그가 이날 쏟은 눈물은 의외의 모습이 아닐 수 없었다.

180cm 장신에 액션 연기에서 늘 뚜렷한 존재감을 보여온 박희순은 무거운 얼굴로 눈물을 흘렸고, 상영 직후 바라본 그의 얼굴은 어떤 깊은 감정에 차오른듯 굳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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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베니스영화제] ‘어쩔수가없다’ 박희순

베니스영화제에서 영화 ‘어쩔수가없다’가 상영되자 배우 박희순은 눈물을 흘렸다. 강인한 캐릭터를 주로 연기해 온 박희순의 이미지와 오랜 연기 경력을 기억한다면, 그가 이날 쏟은 눈물은 의외의 모습이 아닐 수 없었다. 180cm 장신에 액션 연기에서 늘 뚜렷한 존재감을 보여온 박희순은 무거운 얼굴로 눈물을 흘렸고, 상영 직후 바라본 그의 얼굴은 어떤 깊은 감정에 차오른듯 굳어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인간적인 모습이, 그의 표정을 응시하는 모든 이들에게 진정성 있는 울림을 남겼다.

영화 ‘어쩔수가없다’의 아라 역으로 제82회 베니스영화제를 찾은 박희순. 30일(현지시간) 현장에서 만난 박흐순은 “웃으면서도 볼 수 있고, 울면서도 볼 수 있는 묘한 영화”라고 ‘어쩔수가없다’를 설명했다. [CJ ENM]
30일(현지시간) 베니스영화제 현장에서 만난 배우 박희순에게 눈물의 이유를 물으니 “이번 작품이 ‘이상한’ 것 같다”며 운을 뗐다.

“영화가 좀 ‘이상한’ 것 같아요. (웃음) 국내에서 기술시사회로 처음 영화를 봤을 땐 포복절도할 정도로 웃으면서 봤는데, 영화제에서 이 영화를 다시 보니 마음이 짠해져서 똑같은 장면에서 웃음보다 눈물이 나오더라고요. ‘어쩔수가없다’는 참 묘한 영화예요. 어느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웃음을 줄 수도 있고, 다른 감정의 측면에서 봤을 땐 가슴 아픈 이야기일 수도 있다는 생각 때문이에요.”

‘어쩔수가없다’에서 박희순은 제지업체 직원 ‘선출’ 역을 맡았다. 그는 주인공 만수(이병헌)의 시기와 질투 중심에 선 문제적인 인물이다. 위스키를 좋아하는 마초적인 캐릭터인데, 정작 이 영화에 등장하는 누구보다도 외로움을 느끼는 인물이다. 자신을 미워하는 만수는 아내와 두 아이가, 또 다른 인물인 구범모는 아내라도 곁에 있지만 선출은 떠나갈 듯한 목소리 이면에서 늘 외로움을 느낀다.

그런 선출에게, 만수는 조바심을 낸다. 선출이 재직중인 그 자리가 바로 자신의 자리라고 믿고 있어서다. 만수는 선출을 제거하려 하지만, 그게 쉽지만은 않다.

영화 ‘어쩔수가없다’에서 선출 역을 맡은 박희순. 그는 주인공 만수의 시기와 질투 대상이 된다. [CJ ENM]
“박찬욱 감독님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마초적이지만 내면적으로는 힘든 사람이고, 사람 좋아하고 어울리는 것도 좋아하지만, 정작 조용한 곳에 외딴곳에 살고 싶어하는 자기 충돌이 있는 사람’이란 결론을 얻었어요. 선출 역시 만수처럼, ‘어쩔 수 없이’ 자기 삶을 살아야 하는 사람이에요. 이렇게 일하다가 죽을 것도 같지만 역시 ‘어쩔 수 없는’ 인물이에요.”

만수와 선출이 만나 대화하는 후반부 장면은 묘한 긴장을 만들어낸다. 이야기 내부의 갈등 때문이기도 하지만, 영화의 ‘바깥’에서 하나의 기억을 마주하게 되기 때문이다. 배우 이병헌과 배우 박희순은 ‘오징어 게임’에서 관리자급으로 출연한 바 있다. 그런 두 배우가 이번 영화에서 한 공간에서 조우하니 이 만남이 기이한 긴장감으로 이어진다.

“만취한 상태로 두 남자가 이야기하는 신인데, 사실 제일 어려운 연기가 ‘전혀 취하지 않았는데 술에 취한 척하는 연기’예요. 사실 만취까진 아니더라도 분위기 정도는 내고 싶어서 한잔 마시면서 연기하고 싶었어요. 그게 설득력이 높을 것 같았거든요. 그런데 박찬욱 감독님이 주신 ‘미션’이 많아서, 술을 한 모금이라도 마셨다가는 박 감독님께서 주신 미션을 성공하지 못할 것 같았어요. 정말 취해 보이는 장면인데 실은 한 잔도 마시지 않고 촬영한 신이에요.”

자세히 쓸 순 없지만 영화에는 만수와 선출이 화장실에서 처음 만나는 장면이 나온다. 박찬욱 감독에 따르면 처음 시나리오엔 저 ‘화장실 신’이 없었다. 박희순이 이 장면이 꼭 필요할 것 같다고 제언했고, 박 감독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시나리오가 수정됐다. 배우 박희순과 대화를 나누는 동안 옆자리에 있던 박 감독은 “왜 난 그 생각을 못했지, 하고 탄복할 정도였다. 박희순의 귀한 아이디어”라고 말했다.

30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리도섬에서 만난 ‘어쩔수가없다’의 멤버들. 왼쪽부터 배우 이성민·염혜란·이병헌, 박찬욱 감독, 배우 손예진·박희순. [CJ E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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