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P 격노' 실체 확인해 출범 이유 증명한 순직해병 특검, 과제는?

유선의 기자 2025. 8. 31. 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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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인하고 침묵하던 조태용·김태효 등에게 '윤석열 격노' 진술 확보
이종섭, 채 상병 순직 2년 만에 "02-800-7070 통화는 윤석열" 인정
박정훈 표적 수사 의혹 김동혁, 괴문서 등 외압 전반 관여 의혹
멋쟁해병·개신교계 구명 로비 의혹…특검 수사 중·후반 최대 과제
채 상병 순직사건과 외압 의혹 수사를 이끄는 이명현 특별검사 〈출처=연합뉴스〉

출범 2개월을 앞둔 순직해병 특검팀(특별검사 이명현)이 오늘(31일)부터 1차 연장 수사 기간에 들어갑니다.

지난 2개월 동안 조태용 전 국가안보실장, 김태효 전 국가안보실 1차장 등 윤석열 전 대통령 최측근들의 일치된 진술을 확보해 이른바 'VIP 격노설'이 '설'이 아닌 '사실'이라는 것을, 격노의 실체를 확인한 것이 최대 성과로 꼽힙니다.

박정훈 대령이 이끄는 해병대수사단이 했던 최초의 수사, 구체적으로는 임성근 전 해병대1사단장의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포함해 수사해야 한다는 결론이 뒤집힌 과정에 윤 전 대통령의 격노가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함으로써 순직해병 특검 출범의 이유를 확실하게 증명해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2023년 7월 31일 회의에서 격노한 것을 목격했다고 진술한 김태효 전 국가안보실 1차장 〈출처=연합뉴스〉

부인하고 침묵하던 윤석열 복심들, 끝내 등 돌렸다



'VIP 격노설'은 2023년 7월 31일 대통령실 회의에서 해병대수사단의 수사 결과를 보고받은 윤 전 대통령이 "이런 일로 사단장을 처벌하면 누가 사단장을 할 수 있겠냐"는 취지로 격노했고,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에게 전화해 질책한 뒤 사건 이첩이 보류되고 수사 결과가 바뀌었다는 의혹입니다.

박정훈 대령은 김계환 당시 해병대사령관에게 'VIP 격노' 사실을 전해 들었다고 폭로했지만 김 전 사령관은 "VIP라는 단어 자체를 쓴 적이 없다(군검찰 진술)"고 부인했고, 이 전 장관과 해병대 참모들도 모두 그런 말을 들은 적이 없다고 부인해왔습니다.

그러나 순직해병 특검팀은 국가안보실 등을 압수수색해 2023년 7월 31일 이른바 '격노 회의' 참석자를 7명(윤석열·조태용·김용현·김태효·임기훈·이충면·왕윤종)으로 특정했고, 이 가운데 윤 전 대통령과 김용현 당시 경호처장을 제외한 5명으로부터 '윤 전 대통령이 격노하는 것을 목격했다'는 취지의 일치된 진술을 확보했습니다.

특히 회의 마지막까지 남아 있던 조태용 전 실장과 임기훈 전 비서관은 윤 전 대통령이 격노한 뒤 이종섭 당시 장관에게 회의실 전화기로 전화해 "이렇게 다 처벌하는 게 말이 되느냐"는 취지로 질책하는 모습도 직접 목격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들은 모두 윤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그동안 국회 청문회와 상임위, 국정감사 등에서 수차례 관련 질문을 받고도 부인하거나 침묵했지만 특검 수사가 시작되자 끝내 등을 돌렸습니다.

02-800-7070 번호 통화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통화였다고 인정한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출처=연합뉴스〉

이종섭, 2년 만에 "02-800-7070 전화, 윤석열" 인정



이종섭 전 장관도 채 상병 순직 2년 만에 당시 윤 전 대통령과 통화한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이 전 장관 측은 지난달 21일 입장문을 내고 "사건 이첩 보류 지시 직전, 02-800-7070으로부터 걸려온 전화는 윤 전 대통령이 맞다"고 밝혔습니다.

이 전 장관 측은 통화 사실 자체는 인정하면서도 "여단장이나 초급 장교들에게 혐의를 적용하는 것에 의문을 가지고 있던 상황에서 대통령까지 법률적 얘기를 하면서 우려를 전해 잠시 사건 이첩을 보류시켰지만 사단장을 빼라거나 사건을 어떻게 처리하라는 지시는 없었다"고, 수사 외압 의혹은 부인했습니다.

그러나 조태용 전 실장, 김태효 전 차장 등의 진술로 '윤 전 대통령의 격노'를 이미 확인한 특검팀은 격노 직후 이뤄진 대통령과 장관의 통화가 사실상의 외압으로 이어졌을 개연성이 큰 것으로 의심하고 있습니다.

2023년 7월 31일 11시 54분, 대통령실 명의의 02-800-7070 번호로 이 전 장관에게 전화가 걸려와 2분 48초 동안 통화한 사실은 진작에 드러났지만 이 전 장관은 통화 기록이 공개된 뒤에도 "기밀 보안사항"이라면서 발신자 공개를 거부해 왔습니다.

그러나 특검 수사로 관련 진술이 이어지면서 발신자를 인정했고, 이 역시 순직해병 특검팀의 큰 성과 가운데 하나로 평가됩니다.

박정훈 대령에 대한 표적 수사뿐 아니라 수사 외압 의혹 전반에 관여한 의혹을 받는 김동혁 전 국방부 검찰단장 〈출처=연합뉴스〉

김동혁 7번 소환…사건 초기부터 전방위 관여 정황



순직해병 특검 수사 중반부에서 단연 눈에 띄는 건 김동혁 전 국방부 검찰단장입니다. 김 전 단장은 이종섭 전 장관에게 박정훈 대령에 대한 항명 혐의를 수사하라는 지시를 받았을 뿐, 수사 외압 의혹과는 무관하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그러나 수사 외압 의혹 국면에서 윤 전 대통령의 사법연수원 동기인 고석 변호사와 통화하고, 자신의 직속이 아닌 국방부 조사본부 수사단장, 국방부 법무관리관실 소속 법무관 등과 수십 차례 통화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사건 초기부터 전방위로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군검찰은 △해병대수사단이 경북경찰청으로 넘긴 사건을 무단으로 회수하고(혹은 이첩을 방해하고) △박정훈 대령에게 무리한 '집단항명수괴' 혐의를 적용하고 △(조태용·김태효 등의 진술로 실체가 드러난) 'VIP 격노설'에 대해 "망상에 불과하다"는 격한 표현을 써가면서 박정훈 대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등 박정훈 대령에 대한 '표적 수사' 의혹을 받아왔는데, 특검팀은 그 배경에 'VIP 격노'로 인한 수사 외압의 영향이 있었을 가능성, 특히 김 전 단장의 지시가 있었을 가능성을 집중 수사하고 있습니다.

김 전 단장은 이뿐 아니라 △국방부 조사본부가 보고서를 6번이나 수정한 끝에 결국 임성근 전 사단장의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빼서 경찰로 넘기고 △국방정책실이 수사 외압 의혹을 일방적으로 부인하는 이른바 '괴문서'를 작성하는 과정에도 깊게 관여한 의혹을 받습니다.

특검팀은 지금까지 김 전 단장을 7번 소환해서 조사했는데, 그만큼 여러 의혹에 연루돼있어 수사에 많은 시간이 필요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른바 '멋쟁해병' 구명 로비에 관여한 의혹을 받는 송호종 〈출처=연합뉴스〉

구명 로비 수사, 멋쟁해병에서 개신교계로 확대



특검팀은 사건의 본류인 '채 상병 순직사건' 자체 수사에도 힘을 쏟고 있습니다. 채 상병의 순직에 책임이 있는 사람들에게, 특히 VIP 격노 이후 혐의가 제외된 임성근 전 사단장에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해 기소하는 방안을 놓고 당시 대대장 등 주변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또 해외 공관장 졸속 자격심사와 급조된 공관장 회의 등 이종섭 전 장관의 호주 대사 임명을 둘러싼 도피 의혹, 박정훈 대령에 대한 인권침해 긴급구제 신청을 기각시킨 김용원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에 대한 직권남용 혐의 고발사건, 송창진 전 공수처 부장검사의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 관련 국회 위증 혐의 고발사건 등에 대한 수사에도 들어갔습니다.

무엇보다 큰 과제는 이른바 '구명 로비' 의혹입니다.

특검은 우선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당시 김건희 씨와 친분을 쌓은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가 이른바 '멋쟁해병' 멤버들과 함께 임성근 전 사단장의 구명을 청탁했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개신교계 구명 로비 의혹이 추가로 불거졌습니다. 해당 의혹과 관련해 극동방송 이사장인 김장환 목사와 해병대1사단 군종실장을 지낸 백모 목사, 윤 전 대통령의 사법연수원 동기인 고석 변호사 등이 수사선상에 올라 있습니다. 임성근 전 사단장 부부가 개신교계 인사 등을 통해 윤 전 대통령 측에 구명을 청탁한 정황이 있다는 것입니다.

특검이 압수수색에 나서자 교계는 '종교 탄압'이라며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그러나 특검팀은 특정 종교에 대한 탄압이 아니라 '확보한 증거를 근거로 확인이 필요한 부분은 성역없이 수사한다'는 원칙을 지키고 있다는 입장입니다.

지난 2개월 동안 2년 동안 베일에 싸여 있던 'VIP 격노'의 실체를 밝히면서 존재감을 보여준 순직해병 특검이 격노의 배경에 구명 로비가 있는지까지 밝혀낼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집니다. 특검은 압수물 분석과 여러 갈래로 확대된 주변 수사를 마치는 대로 수사 외압 의혹의 '정점'인 윤 전 대통령을 불러 조사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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