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남미 좌파 정부 ‘경제난·부정부패’… 민심은 다시 ‘우향우’ [세계는 지금]
좌파 진영 중심축 손꼽히던 볼리비아
물가 급등 등 영향 20년 만에 정권교체
대선 앞둔 칠레·페루 등서도 변화 조짐
‘불안한 치안’ 좌파 집권 체제 위협 요소
살인율 급등 칠레 ‘우파 진영’ 강세 보여
페루선 ‘부패 정부 심판론’ 갈수록 확산
이념 대결 아닌 경제 등 당면 과제 산적
정권 잡은 우파 지도자, 대미 관계 복원
좌파 집권 때와 달리 정치지형 달라져
2010년대 후반부터 중남미를 휩쓸었던 두 번째 좌파 정부 물결, 이른바 ‘2차 핑크 타이드’의 기세가 꺾이고 있다. 중남미 좌파 진영의 중심축인 볼리비아에서 20년 만에 정권교체가 일어난 데 이어 1년여 내로 대통령 선거를 앞둔 칠레, 페루 등에서도 좌파의 아성이 흔들리는 모양새다. 과도한 재정 지출과 반(反)시장정책이 촉발한 경제난에 더해 잇달아 터지는 부정부패 추문에 분노한 유권자들이 이념보다는 정권 심판론에 따라 표를 던지고 있는 탓이다.

“볼리비아는 정권교체만이 아닌 정치체제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번 대선은 위대한 승리이자 위대한 변화의 시작입니다.”
지난 17일(현지시간) 볼리비아 대선 후보인 중도 성향 로드리고 파스 상원의원은 결선행을 결정지은 직후 이같이 말했다. 그의 말처럼 이번 선거로 20년간 권력을 장악해온 볼리비아 좌파 집권체제가 마침표를 찍게 됐다. 10월19일 있을 결선투표에서는 파스 의원(32%)과 보수 성향 호르헤 키로가 전 대통령(26.6%)이 맞붙게 됐다. 좌파 진영의 지지율은 고작 3%대에 그쳤다.
1990년 베네수엘라 우고 차베스 정권 출범을 시작으로 한 차례 중남미를 휩쓸었던 핑크 타이드가 2015년 아르헨티나 우파 정권 집권 이후 퇴조한 것처럼, 중남미 우파 진영에서는 이번 볼리비아 선거 결과가 다시 찾아온 좌파 물결의 균열을 보여준다고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볼리비아 정권교체에 불을 붙인 이유로도 물가 급등 등 극심한 경제난이 첫 번째로 꼽힌다. 볼리비아 물가상승률은 2023년 2%에서 지난달 25%까지 치솟았다. 한때 남미 사회주의 성공 사례로 칭송받았던 에보 모랄레스 정부는 글로벌 원자재 호황에 의존했다가 수백만명을 빈곤층에서 중산층으로 끌어올린 당시 정부의 이른바 ‘경제 기적’은 한때 남미 사회주의 성공 사례로 칭송받았다. 그러나 모랄레스 정부는 남미의 다른 좌파 정권처럼 글로벌 원자재 호황에 의존했다가 천연가스 가격이 폭락하면서 위기를 겪었다. 정부의 무리한 국책사업 남발과 통화정책 실패에 따른 중앙은행의 달러부족 사태도 국민 삶을 위협했다. 볼리비아 정치 분석가 마리아 테레사 제가다는 워싱턴포스트(WP)에 “이번 선거는 정부에 대한 항의 투표”라며 “파스 후보는 기존 정당을 벗어난 반체제 선택지를 제시해 신선한 옵션을 줬다”고 분석했다.


지난 4월 박빙이 예상됐던 에콰도르 대선 결선에서 다니엘 노보아 대통령이 손쉽게 재선에 성공한 것도 강력한 치안 공약 덕분이었다. 노보아 대통령은 전임 대통령의 조기 퇴진에 따른 보궐선거에서 승리해 18개월 국정을 운영하는 동안 살인 범죄 건수를 줄이는 등 치안강화 정책에서 성과를 거뒀다. 그는 2기 취임식에서도 “살인사건을 줄이는 것을 협상의 여지없는 목표로 삼을 것”이라며 “마약 밀매와의 전쟁을 지속하고, 불법무기와 폭발물 등을 압수하며 항구 통제력을 강화하겠다”고 선언했다.

핑크 타이드의 약세는 중남미 외교·통상노선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복지와 분배를 둘러싼 좌·우 이념 대결이 아닌 경제 안정, 치안, 부패 척결 같은 현실적 과제 속에 출범한 새로운 우파 정부들은 기존 정부들과 미국과의 관계설정에서도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그동안 중남미 좌파 정부는 자신들을 ‘뒷마당’으로 여겨온 미국 대신 중국과 이념적 동질성을 기반으로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왔는데, 정권교체와 더불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재집권까지 겹치면서 중남미 정치지형이 흔들리는 모양새다.

‘아르헨티나의 트럼프’로 불리는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은 2023년 11월 취임 이후 미국과 관계 개선에 나선 결과, 가장 낮은 관세율(10%)과 무비자 여행 재개 추진 등의 성과를 거뒀다. 노보아 대통령도 마약 카르텔 척결과 치안 강화를 명분으로 미국과의 군사·정보협력을 확대하며 워싱턴과의 관계를 밀착시키고 있다.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은 트럼프 행정부에서 추방된 수백명의 베네수엘라 출신 이민자를 자국 교도소에 수용하고 있다. CNN은 부켈레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이 선호하는 ‘선출된 권위주의’에 기반해 엄청난 인기를 누리고 있다면서 “과거 행정부에서는 찬밥신세였을 부켈레 대통령에게 쏟아진 환대는 트럼프 대통령의 향후 의도를 엿볼 수 있는 징조였다”고 지적했다.
권이선 기자 2s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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