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뉴트로 로큰롤’ 다시 현역이 된 그들
펄프(Pulp)와 벡(Beck) 헤드라이너로 선 펜타포트
글래스톤베리에 올리비아 로드리고와 함께 선 1975와 닐 영
그린데이·메탈리카·머틀리 크루에 열광
노장 밴드들, 다시 현역이 되다
20주년을 맞은 인천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이 약 15만 명의 관객을 모으며 대성료됐다. 그런데 펄프와 벡이라는 로큰롤 레전드가 3일 중 이틀 동안 헤드라이너로 섰다. 현재 전 세계에서 펼쳐지는 수많은 음악 축제의 라인업에는 적게는 20년, 많게는 40년의 세월을 거슬러 올라가는 노장 밴드들이 즐비하다. 왜 이들이 다시금 전면에 나서게 되었을까?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페스티벌이라는 이름의 축제들의 해빙기가 도래한 지 몇 년이 지났다. 그리고 이제는 ‘뮤직페스티벌’이라는 이름 하에 새로운 세대의 청춘들이 속속들이 모여들고 있다. 현재의 뮤직페스티벌 관객들은 20대와 30대, 많게는 40대 정도에 이르는 연령층으로 구성되어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 그러니까 20년 전의 페스티벌 수요자들과 현재의 수요자들의 연령대가 교집합을 형성하는 부분이 있긴 하지만, 무더운 땡볕에서 음악을 미친 듯 즐기는 것은 젊은 관객층이 확연히 더 두텁다.
여기에서 굉장히 흥미로운 지점이 발생한다. 전 세계적으로 뮤직 페스티벌 붐이 도래했고,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뮤직 페스티벌의 성공은 축제 기간 동안의 타임테이블을 채울 아티스트 라인업에 절대적으로 기댄다. 올해 20주년을 맞이하는 인천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이 큰 성공을 거둔 가운데, 총 3일의 기간 중 유독 도드라지는 헤드라이너가 눈에 띈다. 바로 밴드 ‘펄프’다. 1990년대에 오아시스, 블러, 라디오헤드 등을 주축으로 ‘브릿팝’이라 불리던 장르를 좀 들었던 이들이라면 단박에 알아챌 스타 밴드다.

Z 또는 알파세대에게 완전히 새로운 아이템인 로큰롤 레전드
2025년 초부터 대략 10월 정도까지 개최되는 전 세계 약 80개 뮤직 페스티벌의 라인업을 살펴보았다. 그린데이, 펄잼, 산타나, 레니 크래비츠, 위저, 더 킬러스, 메탈리카, 린킨 파크, 뱀파이어 위켄드, 뉴 오더, 데프 레퍼드, 머틀리 크루, 이기 팝, 콘, 마이 케미컬 로맨스, 데프톤스, 존 메이어, 패닉 앳 더 디스코, 오프 스프링. 힙합 혹은 R&B 장르를 메인으로 하는 뮤직 페스티벌을 제외한 뮤직 페스티벌의 대부분 헤드라이너 대부분이 1980년대, 1990년대, 2000년대 초반을 휘어잡던 뮤지션들이다. 심지어 이기 팝처럼 1970년대에 절정을 맞이했던 뮤지션도 있다.

머틀리 크루는 1980년대에 본 조비, 스키드 로우 등과 더불어 LA 메탈이라는 장르를 들려줬던 밴드다. 글래스톤베리 뮤직페스티벌조차 지난 6월 올리비아 로드리고가 1975와 함께 헤드라이너 무대를 장식했다. 세계에서 가장 거대하고 유명세를 가진 뮤페조차 닐 영, 로드 스튜어트, 더 프로디지 등과 같은 (그나마 1975가 요즘 밴드라고 치면) 오래된 스타들을 소환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이게 어쩌면 라이프스타일 트렌드로 여전히 잘 먹히고 있는 ‘뉴트로’와 관련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나에게 이런 밴드는 추억이자 여전히 현재이지만, 음악 히스토리 상에서 이들은 과거의 레전드들이다. 그런데 이들이 무대의 주역으로 나서고 있는 게 요즘의 뮤직페스티벌 상황이라는 거다. 아마도 메탈리카는 꾸준히 활동한 밴드이니 청년들도 알 것 같은데, 그린데이나 머틀리 크루는 꽤나 생소하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 많은 청년들이 이들을 보기 위해 기꺼이 뮤직 페스티벌 티켓을 구매한다고 한다.

어쩌면 현대의 뮤직 산업이 낳은 기이한 현상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오래 전부터 많은 대중과 비평가들은 록 뮤직이 소멸했음을 호소해왔다. 그 자리를 힙합, R&B, 일렉트로닉 뮤직이 차지했었다. 많은 뮤직 페스티벌에서도 그 장르 아티스트들 모시기에 여념이 없었다. 그래서 한때 리한나, 레이디 가가 등이 헤드라이너의 영광을 얻었다. 하지만 현대 음악 산업은 과거의 영광을 살려 줄 만큼 거대한 아티스트들을 발굴해내지 못하고 있다.
그 사이 ‘록은 결코 죽지 않는다’라며 그 스피릿을 주창해온 밴드 및 관객들은 뮤페를 지켰다. 과거의 밴드들은 리즈 시절의 아우라를 풍기진 못하지만 기존 팬들은 그들의 음악을 기억하고 있고, 새로운 팬들은 그들의 음악을 발굴하기 시작했다. 환갑의 나이를 넘겼더라도 밴드는 어떤 경외심을 얻으며, 다이내믹한 무대를 펼쳐내기 때문이다.

유독 과거의 밴드들이 더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것을 보면 이렇게나 록 뮤직 산업에 신성이 없나 싶을 정도다. 물론 젊은 신성들도 존재한다. 자신들의 독특한 사운드로 팬 층을 넓혀가고 있는 밴드들도 많다. 그러나 그들의 에너지는 수십 년 전 밴드들이 처음 등장했을 때만큼의 폭발적인 반응을 얻지 못한다. 록 뮤직이 힘을 잃었을 때 등장한 밴드들이라 더 그렇다.

청년 문화가 만들어낸 새로운 록 밴드에 대한 기대
어쩌면 앞서 말한 이런 뮤직 비즈니스의 현 상황이 과거의 밴드들을 불러내는 것인지도 모른다. 앞서 콜드플레이의 내한 공연에서도 새로운 관객층이 유입되었음을 나는 확연히 경험했다. 건스 앤 로지스 공연장에서는 깜짝 놀랄 정도로 그 현상을 체험했다. 새로운 세대가 과거 록 밴드들을 유튜브, 인스타그램과 같은 SNS 플랫폼에서 발견했을 거라는 예측이 있다. SNS가 로큰롤 명예의 전당에 헌정되어 묻혀있을 뻔한 망령을 다시 좀비처럼 부활시킨 것이다.
어쩌면 펄프라는 밴드의 이야기를 SNS에서 보고, 그들의 과거 음악이 아닌 2025년 6월 발매된 작품을 듣고 팬이 된 젊음도 있을 거다. 혹은 데프 레퍼드의 외팔이 드러머의 공연 실황을 유튜브를 통해 보다가 소스라치게 놀라 이들의 음악을 되찾아 본 이들도 있을 테다. 서태지와 아이들의 음악을 디깅하다가, 그들의 음악이 AC/DC의 ‘Back in Black’ 도입부 기타 리프와 유사하다는 과거의 기사를 만나 헤비메탈 사운드에 매료된 팬들도 존재할 것이다.

유튜브에 메탈리카, AC/DC, 그린데이, 뮤즈 등과 같은 밴드들의 라이브를 검색해보라. 열기가 여전히 뜨겁다는 걸 확인할 수 있을 테다. 지난 8월 초 영국에서 재결성 무대를 펼친 브릿팝 레전드 오아시스의 공연 역시 이런 일련의 뉴트로적 관점에서 본다면 더욱 흥미롭다. 그곳에 1990년대와 2000년대 초반의 팬들만 있진 않았을 것이다. 청년 문화가 만들어낸 새로운 록 밴드가 하루빨리 전면에 대두되길 희망해본다. 그래야만 록 뮤직이 완전히 부활했다고 말할 수 있을 테니까.
[글 이주영(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사진 픽사베이, 각 페스티벌 사무국]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994호(25.08.25) 기사입니다]
Copyright © 시티라이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