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3법 이후 언론개혁 과제 1순위 "방통위 정상화"
"방통위 시급히 정상화해 편성위원회 구성을 위한 방통위 규칙 확정해야"...방송 공정성 심의 폐지 주장도
[미디어오늘 박서연 기자]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과 종사자의 제작 자율성 보장 등을 담은 방송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EBS법) 개정안이 8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자, 윤석열 정부에서 대주주가 바뀐 YTN, 지원조례가 폐지된 TBS, 보도 탄압이 이뤄진 KBS, 막장 심의 논란이 불거진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 구성원들이 한목소리로 “방통위 정상화”를 외쳤다.
지난 28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위원들이 국회에서 방송3법 개정과 언론개혁 과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번 토론회는 과방위 민주당 간사인 김현 의원과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 전국언론노동조합(전국언론노조) 등이 함께 주관했다. 토론자로는 KBS, YTN, TBS, 방심위의 언론노조 소속 지·본부장 등이 참석했다.
방송법 개정으로 언론계에선 박장범 KBS 사장이 임기를 지속할 수 있을지가 주요한 관심사다. 방송법 개정에 따라 KBS 이사회는 법 시행 후 3개월 내 새로운 이사회를 구성해야 한다. 이사회 구성에 있어 최대 변수는 방통위 정상화다. 이사 추천이 방통위 규칙이 정해져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상임위원 5인의 합의제 기구인 방통위는 현재 이진숙 위원장 1인 체제로 사실상 기능이 마비된 상태다.
박상현 언론노조 KBS본부장은 “개정 방송법에선 편성위원회가 강력한 권한을 갖게 된다. 사측은 편성위 구성을 해태하고 있다. 현행 KBS 방송 편성규약에도 실무자 측 대표를 구성하는 방안이 나왔지만, 방통위 규칙이 정해질 때까지 하지 않겠다면서 의도적으로 편성위 구성을 해태하고 있다. 개정 방송법 취지를 정면으로 부정하고 있다”라고 지적한 뒤 “방통위가 정상화돼야 이사 추천 부분들이 정리되는 측면이 있어서 방통위 정상화가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박상현 본부장은 “개정 방송법은 사실상 공정방송에 대한 책임을 종사자에게 지우고 있다. 개정 방송법이 정착된 이후라고 하면 앞으로 공영방송에서 친정부 방송이니 권력 장악이니 더 이상 핑계댈 수 없다. 결국 강력한 편성위를 통해 종사자들이 어떻게 공정방송을 만들어가야 하는지 자율성과 함께 책임도 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3년간 퇴사한 400명 중 40%(71명)만 충원된 점 △내부 저널리즘 교육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점 △멀어진 시민사회와의 연대를 회복해야 하는 점 등이 앞으로 KBS가 극복해 나가야 할 과제라고 했다.
방송법 개정으로 보도 기능이 있는 주요 방송사에 노사동수 편성위원회 설치가 강제되고 공영방송뿐 아니라 YTN과 연합뉴스TV에도 보도 책임자 임명동의제가 도입된다. 공영방송과 보도전문채널의 사장 선임을 위한 사장후보추천위원회도 법적으로 강제된다. 이 같은 제도가 보도·편성의 독립성을 강화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지만 이 역시 방통위 규칙과 관련 있기에 방통위 정상화가 우선돼야 한다.
전준형 언론노조 YTN지부장은 “방송법 개정안이 통과되긴 했지만, 취지에 맞게 YTN이 정상화되려면 3가지 조치가 필요하다. 첫째, 방통위를 시급히 정상화해서 편성위원회 구성을 위한 방통위 규칙을 확정해야 한다. 편성위가 구성되지 않으면 방송편성규약 개정, 보도책임자 임면동의제 시행 등 개정 방송법에 규정된 의무조항을 추진할 수 없게 된다. 그렇게 되면 3개월 이내 시행을 규정한 부칙조항마저도 형해화될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윤석열정부에서 벌어진 민영화 문제도 풀어야 한다. 전준형 지부장은 “공적 소유를 반드시 복원해야 한다. YTN 사영화는 윤석열 정권의 방송장악 음모의 일환이었고, 통일교 등 다양한 세력의 로비 정황도 드러나는 등 본질이 정치적 목적으로 이뤄진 거래였다는 게 드러났다. 사영화 후 YTN은 내란세력 선전 도구가 됐고, 유진의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했다”며 “방통위 재심사를 통해 유진의 최대주주 자격을 박탈하고 공적소유 구조를 반드시 복원해야 한다. 단순한 복원을 넘어 사영화 시도가 다시는 불가능하도록 독립재단 출자 등을 통해 독립적인 지배구조를 설계하는 단계까지 나아가야 YTN의 정상화라고 생각한다”라고 했다.

폐국 직전의 TBS도 방통위 정상화가 절실하다. 송지연 언론노조 TBS지부 공동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6월 오세훈이 시정 질의에서 자백했다. 김어준이 두려워서 방송국 자체를 없앤 거다. 정말 어이없다”라며 “그 결과 아침저녁 청취율 1~2위를 다투던 TBS는 시민에게 잊혀졌다. 남은 프로그램은 3개다. 지난해 8월 마지막 월급을 받았다. 동료들이 편의점, 택배, 대리운전 아르바이트하면서 버티고 있다. 정치적 결정이 만든 강제 붕괴”라고 했다.
그러면서 “(서울시) 출연기관이 해제됐음에도 대표 선임 권한이 여전히 오세훈한테 있다. 이사회도 오세훈 임명자들로 채워져 있다. 방통위가 정상화된다면 이사회 구조부터 바꿔야 한다. 긴급재원도 필요한 상황”이라며 “대한민국에서 공영방송이 없어진 최초의 사례다. 주무 기관인 방통위가 정상화돼서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밝혔다.
김준희 언론노조 방송통신심의위원회지부장은 “방송3법의 구체적 내용이 방심위와 직접 관련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개혁의 방향은 동일하다고 생각한다. 이재명 대통령 선거 공약에 방심위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 강화가 명시됐다. 그런 점에서 방심위원 위촉 절차에 대한 개혁안이 마련되지 못한 것 아쉽다”라며 “방통위 방심위를 우선 복원시킨 뒤에 중장기적인 거버넌스를 개혁하는 것이 맞다”고 했다.
방송심의 규정에 있는 '공정성' 조항을 두고도 논의가 이어졌다. 앞서 노종면 민주당 의원은 “방송의 공정성 심의에 대한 근본적 물음이 제기된 지 오래인데, 이제는 손봐야 한다. 이건 방송3법의 정신을 이어받는 거라고 생각한다. 매우 주관적일 수 있는 잣대를 가지고 권력을 가진 주체가 심의를 할 수 있는 공정성 심의는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두고 김준희 지부장은 “취지는 동의한다”면서도 “작년에 공정성 심의 폐지 관련 조합원 설문조사를 했는데, 응답자 중 38.5%가 '공정성 심의 폐지', 60%는 '절차 개선'에 응답했다. 폐지하기보다 남용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라며 “공정성 심의 규정을 없애면 공정성 심의를 안 하는 게 아니라 엉뚱한 규정을 무리하게 적용해서 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객관성 규정을 적용해 과반 찬성으로 할 가능성도 크다. 심의가 오히려 더 왜곡될 가능성이 있다”라고 우려했다.
이에 노종면 의원은 “공정성 심의 폐지 법안을 발의해놓은 상태인데, 폐지하면 다른 게 더 심해질까? 아니라고 생각한다. 남아있는 규정을 갖고 악용할 가능성은 공정성 심의를 없애서 생기는 문제는 아닌 것 같다”라며 “공정성 조항은 주관적이라서 없애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한편 최민희 과방위원장은 이날 토론회 말미에 “과방위는 매주 월요일 오전 11시 정책조정위 회의를 개최한다. 과방위원 대다수가 합의하지 않은 건 논의하지 않는다. 공론화되지 않은 안을 정책조정위에 올리지 않는다”며 “삼삼오오 짝을 지어 미디어학회를 동원해서 하는 행태는 22대 민주당, 적어도 최민희 김현 과방위 체제에서는 허락되지 않는다. 시대정신에 맞지 않는 법안은 민주당을 21대 민주당처럼 아무것도 못 하게 만드는 결과를 낳게 된다. 앞으로도 저희는 직진해서 간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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