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삼성·SK ‘중국 내 반도체 공장’ 생산능력 확대 불허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삼성전자와 에스케이(SK)하이닉스 등이 중국에서 가동 중인 반도체 공장으로 미국산 제조 장비를 공급하는 것을 제한하기로 했다. 또 향후 중국내 공장의 생산능력 확대나 기술 업그레이드도 불허할 방침이다. 정부는 이런 내용을 미국 쪽으로부터 사전에 공유받았다며, 국내 기업들이 받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데 주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국 상무부는 29일(현지시각) 한국 반도체 기업이 운영하는 중국 현지 공장에 미국산 반도체 제조 장비를 공급할 때마다 일일이 허가를 받을 필요가 없도록 한 포괄허가 폐지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로이터 통신 등이 전했다. 다음달 2일 미국 연방관보 정식 게재를 앞두고 이날 사전 공개된 내용을 보면, 상무부 산업안보국(BIS)는 이른바 ‘검증된 최종 사용자’(VEU) 명단에서 중국 법인인 ‘삼성 반도체 유한공사’와 ‘에스케이하이닉스 반도체 유한공사’, ’인텔 반도체 유한공사’ 등 3곳을 제외하기로 했다. 관보에 적시된 랴오닝성 다롄 소재 ‘인텔반도체 유한공사’는 올 3월 에스케이하이닉스가 인수 절차를 마무리했다.
앞서 지난 2022년 조 바이든 당시 미국 행정부는 미국산 장비와 미국 기술이 포함된 반도체 제품과 장비의 중국 수출 통제를 발표하면서, 삼성전자와 에스케이하이닉스 등의 중국 내 공장에 대해선 적용을 1년간 유예했다. 이듬해엔 이들 기업을 ‘검증된 최종 사용자’로 지정해 별도의 허가 절차나 기간 제한 없이 미국산 반도체 장비를 공급할 수 있도록 예외를 인정한 바 있다. 미국 상무부 쪽은 이번 조치가 관보 정식 게시일로부터 120일 뒤 실행된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가 시행되면 삼성전자와 에스케이하니닉스는 내년 1월부터 미국산 반도체 제조 장비를 중국 공장으로 들여올 경우 미국 정부의 개별 허가를 받아야 한다.
미국 상무부는 보도자료를 내어 “소수의 외국 기업이 중국에 반도체 제조 장비와 기술을 허가 절차 없이 수출할 수 있도록 하는 바이든 시대의 구멍을 메웠다”며 “이제 이들 (외국) 기업은 기술을 수출하기 위해 허가를 얻어야 하므로 경쟁자들과 동일한 상황이 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상무부는 “오늘 결정 이후 외국 소유 반도체 제조 공장은 ‘검증된 최종 사용자’ 지위를 얻지 못할 것"이라고 못박았다.
특히 상무부 쪽은 “기존에 (검증된 최종 사용자) 지위를 누려온 기업들이 중국내 현존 공장을 운영할 수 있도록 수출(중국으로 장비 반입) 허가를 할 것이나, 중국내 공장의 생산 역량 확대나 기술 업그레이드를 위한 허가는 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밝혔다. ‘현상 유지’만 허용하겠다는 취지여서, 이런 방침이 엄격하게 시행되면 한국 기업들의 중국 공장은 갈수록 저사양 제품만 생산하는 처지로 몰릴 수 있다. 현재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과 쑤저우에서 각각 낸드플래시 생산 공정과 반도체 후공정(패키징) 공장을 가동 중이다. 에스케이하이닉스는 중국 우시에서 디(D)램 공장, 충칭에서 패키징 공장, 다롄에서 낸드플래시 공장을 각각 운영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에스케이하니닉스에 장비를 공급해 온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AMAT), 램리서치, 케이엘에이(KLA) 등 미국 첨단 반도체 장비업체도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상무부의 발표가 나온 뒤 이들 기업의 주가는 2.8~4.4% 급락했다. <칩 워>의 저자인 크리스 밀러 미국 터프츠대학 교수는 로이터 통신과 한 인터뷰에서 “이번 조치로 한국 반도체 기업들은 중국 공장에서 첨단 반도체 생산을 지속하기 어렵게 될 것”이라며 “중국 반도체 기업에 대한 추가 제한 조치가 병행되지 않는다면, 한국 기업을 희생시켜 중국 기업의 시장만 열어주는 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산업통상자원부는 보도참고 자료를 내어 “정부는 그간 미국 상무부와 '검증된 최종 사용자' 제도의 조정 가능성에 관하여 긴밀히 소통하여 왔으며, 우리 반도체 기업의 원활한 중국 사업장 운영이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안정에 있어 중요함을 미국 정부에 대해 강조해 왔다”며 “우리 기업들에 대한 영향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미국 정부와 계속해서 긴밀히 협의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조기원 정인환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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