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판 엔비디아? 망해가던 캠브리콘의 반전 드라마 [딥다이브]
요즘 중국 주식시장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종목이 있죠. 바로 캠브리콘 테크놀로지스. ‘중국판 엔비디아’로 불리는 이 기업 주가가 17일 만에 130%나 뛰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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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 매출에 시총 129조원?
한 달 주가 상승률 133%, 1년 전과 비교하면 521% 뛰었습니다(8월 28일 종가 기준). 중국명 ‘한우지(寒武纪)’인 캠브리콘 테크놀로지스. 설립한 지 9년 된 AI 반도체 전문 설계 기업(팹리스) 시가총액이 무려 129조원(6643억 위안)으로 불어났는데요.
하지만 반도체 좀 아시는 분도 캠브리콘 이름은 생소할 수 있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올해 상반기 매출이 5594억원(28억8000만 위안), 그러니까 SK하이닉스(약 40조원)와 비교하면 1.4%에 불과한 작은 기업이거든요.
매출은 SK하이닉스의 1.4%인데, 시가총액은 68%나 된다? 누가 봐도 엄청난 고평가 상태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런데도 골드만삭스는 최근 캠브리콘 목표주가를 1223위안에서 1835위안으로 대폭 올려잡았죠. 얼마든지 더 갈 수 있다고 보는 건데요.

화려한 출발, 초라했던 성적표
알파고와 이세돌의 세기의 대결이 펼쳐졌던 2016년 3월. 중국과학원(CAS) 교수였던 1985년생 첸톈스(陈天石)는 AI 전용 반도체 칩을 설계하는 팹리스 기업 캠브리콘을 설립합니다. 자신과 형(첸윈지(陈雲基) 현 중국과학원 교수)이 공동으로 논문을 냈던 딥러닝 프로세서를 상용화하기 위해서였죠. 물론 중국 국영기업의 투자가 뒷받침됐기에 가능했습니다. 참고로 캠브리콘이란 이름은 5억4200만년 전 다양한 동물이 갑자기 급증했던 ‘캄브리아기 대폭발’에서 따왔죠.
이어 캠브리콘은 세계 최초의 상업용 AI 칩 ‘캠브리콘-1A’를 출시하며 주목받습니다. 당시에도 이미 엔비디아 GPU가 AI 훈련에 많이 쓰이곤 있었지만, 아직 엔비디아가 본격적으로 AI 전용 GPU를 선보이기(2017년 12월) 전이었죠.

미국 수출통제의 예기치 못한 효과
그러나 환호는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기본적으로 캠브리콘이 엄청난 연구개발비를 잡아먹는 적자투성이 기업이기 때문이었죠. 이 기업은 설립 이후 지난해까지 내내 막대한 적자를 기록했는데요. 지난해 말 기준 누적 적자만 약 50억 위안(9700억원)에 달했습니다.
게다가 2022년 말 미국의 상무부의 ‘거래제한기업 명단(Entity List)’에 캠브리콘이 들어가면서 위기를 맞습니다. 이로 인해 자율주행 칩 개발 프로젝트는 중단됐고, 직원 수백 명을 해고해야 했죠. 전 세계가 ‘챗GPT 열풍’에 휩싸이기 시작한 2023년 초, 캠브리콘 주가는 54위안으로 바닥을 기었습니다. 공모가에도 한참 못 미친 거죠.

그런데 이 암흑기에 캠브리콘을 구할 동아줄이 내려왔으니. 바로 미국 정부의 반도체 수출 규제였습니다. 엔비디아 A100, H100 같은 첨단 AI 칩의 중국 수출이 2023년 9월 완전히 막혔죠. 드디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생긴 건데요. 그해 말 캠브리콘은 보란 듯이 한층 업그레이드된 AI 칩 쓰위안(思元) 590을 출시합니다. 총연산성능(TPP, Total Processing Performance) 기준으로 엔비디아 A100 성능의 90% 정도 되는 제품이죠(엔비디아 A100은 TPP 4992, 캠브리콘 쓰위안590은 TPP 4493). 물론 소프트웨어 적응 문제로 인해 실제 성능은 그보다 더 떨어지는 경우가 많지만요.

갈수록 태산인 미국의 AI 칩 수출 규제의 반사이익을 톡톡히 누렸습니다. 미국 정부는 올해 4월엔 엔비디아의 저사양 AI 칩인 H20의 중국 수출까지 일시 중단했는데요(7월에 다시 허용). 캠브리콘은 잽싸게 H20보다 가격이 40% 저렴한 쓰위안(思元) 670 칩을 내놓으며 공백을 채웁니다. 지정학적 긴장이 높아질수록 ‘중국산 대체품’의 경쟁력은 커지는 거죠.

과열이지만 몰리는 이유
그런데 잠깐. 아무리 그래도 이건 너무 과열된 거 아닌가요. 번스타인 분석에 따르면 2024년 엔비디아의 중국 AI 반도체 시장 점유율은 66%에 달했고요. 캠브리콘은 고작 1%에 그쳤습니다. 화웨이(23%)와 미국 AMD(5%)에 한참 못 미친 건데요. 올해 매출이 급증하곤 있다지만, 그래도 점유율은 잘해야 4% 정도 될 걸로 예상됩니다.

어찌 보면 캠브리콘은 처음부터 AI 칩 설계라는 외길 전략을 택했고요. 다른 탈출구를 찾지 못한 채 AI 칩에만 올인하다 보니, 미국의 수출 통제라는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운 좋게 기회를 잡았습니다. 캠브리콘 지분의 28.6%를 가진 창업자 첸톈스 CEO는 이젠 순자산 37조원의 엄청난 부자가 됐는데요. 5년 전 인터뷰에서 그는 “포레스트 검프처럼 계속 달리는 것”이 자신의 사업 방식이라고 설명한 적 있습니다. 우여곡절 많은 이 마라톤 같은 여정의 끝엔 뭐가 있을지 궁금합니다. By.딥다이브
요즘 중국 주식시장에서 캠브리콘은 정말 뜨거운 이슈입니다. 특히 캠브리콘 주가가 중국 시가총액 1위인 구이저우마오타이를 뛰어넘었다며(8월 28일 종가 기준 캠브리콘 주당 1587위안, 마오타이 1446위안) 중국 언론이 호들갑인데요. 아시다시피 1주당 가격은 그렇게까지 큰 의미가 없고요. 시가총액 기준으론 여전히 마오타이가 캠브리콘의 3배에 달할 정도로 차이가 크다는 점을 덧붙입니다. 주요 내용을 요약해 드리자면.
-지금 중국뿐 아니라 전 세계 기술주 중 가장 핫한 종목은 캠브리콘 테크놀로지스입니다. 17일 만에 주가는 133% 급등했고, 시총은 129조원으로 불어났습니다.
-2016년 31살의 과학자 첸톈스가 설립한 AI 칩 전문 팹리스 캠브리콘. 그럴듯한 스토리텔링 덕분에 초반부터 주목받았고, 2020년 증시 데뷔까지 성공합니다. 하지만 막대한 연구개발비와 계속된 적자행렬로 시장은 점점 지쳐갔고요. 초기 투자자들까지 떠나면서 시장의 외면을 받았습니다.
-암흑기였던 2023년, 미국의 중국에 대한 AI 칩 수출 제한이 시작됩니다. 2023년 말 캠브리콘은 엔비디아 A100의 대체품이 될 만한 새로운 고성능 칩을 출시했고요. 마침 엔비디아 의존도를 줄여야 했던 바이트댄스가 이를 선택하면서 대반전이 시작됩니다.
-상반기 매출 증가율 4300%. 캠브리콘은 더 이상 적자기업이 아닙니다. 중국산 AI 칩을 노골적으로 밀어주기 시작한 중국 정부 정책의 가장 큰 수혜기업으로 꼽히고 있죠. 물론 지금의 주가 수준은 너무 과열됐단 지적이 나오지만, 그래도 투자자들은 열광합니다.
*이 기사는 8월 29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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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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