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도 닮은 한국과 베트남 [사이공모닝]
6년 전 처음 베트남에 발을 디뎠습니다. 그야말로 우당탕탕거리며 베트남 구석구석을 휘젓고 다니는 게 취미입니다. <두 얼굴의 베트남-뜻밖의 기회와 낯선 위험의 비즈니스>라는 책도 썼지요. 우리에게 ‘사이공’으로 익숙한 베트남 호찌민에서 오토바이 소음을 들으며 맞는 아침을 좋아했습니다. ‘사이공 모닝’을 통해 제가 좋아하던 베트남의 이모저모를 들려드리려 합니다.
29일 오후 6시,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크리스털 볼룸홀 앞에는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 LG 구광모 회장, 삼성전자 전영현 대표이사, CJ·한국경영자총협회 손경식 회장, 오리온 이승준 대표이사 등 국내 기업인들의 이름이 붙은 화환이 늘어서 있었습니다. 베트남의 80주년 국경일과 한·베 수교 33주년을 기념하는 이날 행사를 축하하기 위해 베트남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기업들이 보낸 것이죠. 행사장 벽면에는 SK, GS건설, 신한은행, 하이트진로 등 이번 행사를 후원한 기업들의 이름도 붙어 있었습니다.

오는 9월 2일은 베트남의 80주년 국경일입니다. 독립기념일이라고도 하죠. 베트남은 1945년 9월 2일 호찌민 주석이 하노이 바딘 광장에서 독립선언서를 낭독하며 ‘베트남 민주 공화국’을 선포했습니다. “모든 인간은 평등하게 만들어져 있다”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독립선언은 프랑스·일본 등에 의한 100여 년의 지배와 왕정 시대를 끝내고, 사회주의 공화국 베트남을 시작하는 일성(一聲)이었습니다.
80주년 국경일을 맞아 베트남 하노이·다낭·호찌민 등에서는 벌써 몇 주 전부터 대규모 열병식 준비가 한창입니다. 29~30일 하노이 호안끼엠 호수에서는 화려한 레이저 쇼가 펼쳐지고, 9월 2일 국경일 당일에는 탱크와 전투기를 앞세우고, 칼같이 각 잡은 군인들의 퍼레이드가 펼쳐집니다. SNS에서는 벌써부터 열병식 연습 때 목격한 잘생긴(혹은 예쁜) 군인의 사진이 돌아다닙니다.
국경일을 맞아 전 국민에게 용돈도 줍니다. 10조동(5300억원)의 예산을 들여 1억명 넘는 인구에게 1인당 10만동(5300원)의 ‘국경일 기념 현금’을 지급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은 겁니다. 독립 기념일을 기념하고, 베트남 정부가 추진 중인 전자 신분증 계좌 등록을 권장하기 위한 목적입니다. 우리나라의 민생 지원금보다는 적은 금액이지만 현금을 지급한다는 점이 비슷하니 베트남판 ‘국경일 지원금’이라고 불러야 할까요?

올해가 독립 80주년이라는 것 역시 우리나라와 베트남의 공통점입니다. 서울에서 열린 베트남의 80주년 국경일 행사에서 부 호(Vu ho) 주한베트남 대사 역시 이런 공통점을 강조했습니다. 그는 “호찌민 주석은 ‘독립과 자유보다 더 소중한 것은 없다’고 말했고, 한국의 김구 선생은 ‘우리나라가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되기를 원하는 것은 아니고,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베트남과 한국의 두 이념은 평화롭고 인도주의적이며 영원한 나라를 건설한다는 공통된 열망 속에서 만났습니다”라고 했습니다.
두 나라가 함께, 더욱더 친밀한 관계를 이어가길 바란다는 말도 했습니다. 부 호 대사는 “한국에서는 ‘같은 배를 타고 함께 노를 젓는다’는 고사성어를 갖고 있고, 베트남도 ‘한 마음이면 동해를 메운다’는 고사성어를 가지고 있습니다”라며 “고(故) 팜 반 동 총리께서 말씀하셨듯이 ‘우리에게 남은 길은 오직 하나. 평화, 협력, 그리고 우정입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동반자로서 협력 관계를 더욱더 돈독하게 하자는 뜻이겠지요.

멋진 연설도, 베트남 전통 공연도, 오랜만에 맛본 베트남식 월남쌈(고이 꾸온·gỏi cuốn)도 반가웠지만 제 마음에 남은 것은 한국을 진심으로 좋아하고, 반가워해주는 베트남 사람들이었습니다. 한 베트남 여성은 제가 베트남 국기를 새긴 스카프가 이쁘다고 하자 곧바로 제 어깨에 둘러주며 사진을 찍자고 했고, 제 뒤에 줄 서 있던 베트남 남성은 언제든 베트남어 공부가 필요할 때 연락하라며 연락처를 건네주더라고요.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것은 다음 장면이었습니다. 사실 이날 행사에서 한국 국가의 반주가 중간에 끊기는 사고(?)가 있었거든요. 음악이 끊기고, 머뭇거리는 사람들 옆에서 한 베트남 남성이 우리 국가를 이어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 반주 없이 다 같이 “대한 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전하세”까지 마무리했습니다. 노래가 끝나고 박수 갈채가 터져 나왔습니다. 끝까지 우리 국가를 완창해 준 베트남 남성도 기쁘게 웃더군요. 고마운 마음에, 살짝 뭉클한 감동까지 밀려왔습니다.

격주로 월요일마다 독자님들께 찾아뵀던 <사이공 모닝>은 오늘로 마무리합니다. 우리와 닮은 것도 많고, 앞으로 함께할 일도 많은 베트남을 저 혼자만 알기 아쉬워 시작한 뉴스레터였습니다. 2023년 9월 시작한 뉴스레터가 2년이란 시간 동안 계속될 수 있었던 것은 뉴스레터를 구독해주고, 꾸준히 응원해준 독자님들 덕분입니다. 독자님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하며 또 다시 새롭게 독자님들을 찾아뵙길 바라고, 또 바랍니다.
베트남어로 ‘또 만나요’라는 말은 헨갑라이(Hẹn gặp lại)라고 합니다. 헨(Hẹn)은 약속하다, 갑(gặp)은 만나다, 라이(lại)는 다시라는 뜻이지요. 독자님, 우리도 또 만나기로, 약속해요. 헨갑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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