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향만리] 섬에는 / 고성기

최미화 기자 2025. 8. 30. 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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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은 무슨 그리움과도 같은 존재다.

섬이라는 말에서 쓸쓸함이 묻어난다.

이어서 이 섬에는 이딜 가나 그리움만 널려 있다, 라고 그리움에 집중한다.

이렇듯 섬에는은 가장 지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말을 떠올리게 하는 시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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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에는 / 고성기

이 섬에선 어딜 가나/ 기다림만 모여 산다// 도항선 타고 오는 아들을 기다리고 낚시 간 남편의 돌돔을 기다리고 소라 해삼 잡으려고 썰물을 기다린다 아 오늘은 딸 사위가 오는 날 전복의 외출을 기다린다 왜 기다림은 매일 짤까// 섬에선/아무리 둘러봐도/ 기다림밖에 없다// 이 섬에는 이딜 가나/ 그리움만 널려있다// 유채꽃밭에 떨어진 사연도 줍고 책상 앞 흑백 사진에 아버지도 웃고 있고 별이 떨어진 숲길에는 속삭임도 잠들어 있다 아직도 오지 않는 그 사람 오늘은 밉지 않다// 이 섬엔/그리움도 짜다/ 보고 싶을수록 더 짜다

『시조시학』(2025, 여름호)

섬은 무슨 그리움과도 같은 존재다. 섬이라는 말에서 쓸쓸함이 묻어난다. 외로움이 파도친다. 섬에는 뭍을 향한 끝없는 그리움과 기다림이 절절하게 배어 있어 눈물겨울 때도 있다.

고성기 시인은 제주도 한림 출생이다. 1987년 시조문학으로 등단했고, 시조집 『섬을 떠나야 섬이 보입니다』, 『가슴에 닿으면 현악기로 떠는 바다』, 『시인의 얼굴』, 『섬에 있어도 섬이 보입니다』, 『이제 다리를 놓을 시간』, 산문집 『내 마음의 연못』등이 있다.

「섬에는」은 두 수로 된 사설시조다. 절절하고 질펀하게 사연을 풀어내고 있다. 첫수 초장에서 보듯 기다림에 대해 말한다. 이 섬에선 어딜 가나 기다림만 모여 산다, 라는 대목이 눈길을 끈다. 도항선 타고 오는 아들을 기다리고 낚시 간 남편의 돌돔을 기다리고 소라 해삼 잡으려고 썰물을 기다린다 아 오늘은 딸 사위가 오는 날 전복의 외출을 기다린다, 라고 여러 기다림을 말하다가 왜 기다림은 매일 짤까, 라고 묻는다. 기다림을 두고 짠맛이라는 표현을 한 시를 지금까지 본 적이 없다. 그러므로 이 짠맛은 매우 인간적이다. 몹시 정겹다. 그리하여 섬에선 아무리 둘러봐도 기다림 밖에 없음을 상기시킨다.

이어서 이 섬에는 이딜 가나 그리움만 널려 있다, 라고 그리움에 집중한다. 유채꽃밭에 떨어진 사연도 줍고 책상 앞 흑백 사진에 아버지도 웃고 있고 별이 떨어진 숲길에는 속삭임도 잠들어 있다 아직도 오지 않는 그 사람 오늘은 밉지 않다, 라고 말하면서 널려있는 그리움을 들추어낸다. 결구는 주목된다. 즉 이 섬엔 그리움도 짜다 보고 싶을수록 더 짜다, 라고 진술하면서 짠맛이 물씬 밴 그리움을 이야기한다. 정말 보고 싶을수록 더 짜다, 라는 말이 실감나게 다가온다.

제주에서 태어나 제주에서 자라고 제주인으로 한평생 살아왔기에 이렇듯 아무나 발견하지 못하는 정서를 보듬어서 시조로 노래하고 있다. 이렇듯 「섬에는」은 가장 지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말을 떠올리게 하는 시편이다.

이정환(시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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