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예산 728조…빚 142조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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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예산안
이재명 정부가 내년 예산을 728조원 규모로 편성했다. 올해보다 총지출이 50조원 이상 늘어나는 역대 최대 규모의 증액이다. 직전 정부와 달리 확장 재정의 길로 가겠다는 확실한 ‘유턴 선언’이다. 재정으로 급격한 성장세 둔화를 방어하면서, 미래 먹거리 산업에도 투자하겠다는 의도가 담겼다. 다만 지출 확대에 방점을 찍으면서 국가부채는 1년 새 무려 140조원 넘게 증가한다.

정부 고위관계자도 “냉정하게 말해 가만히 있으면 서서히 무너질 수밖에 없는 시점이고, 적어도 올해와 내년에 무엇이든 해봐야 한다는 절박한 고민이 담겼다”고 말했다. 우선 인공지능(AI) 분야 투자를 대대적으로 확대한다. 자동차·조선 등 제조업과 AI를 접목한 피지컬 AI를 중심으로 관련 예산을 올해 3조3000억원에서 내년 10조1000억원 규모로 늘릴 계획이다.
연구개발(R&D) 예산도 역대 최대 수준인 19.3% 증가한 35조3000억원 규모로 편성했다. 우선 ‘A(인공지능)·B(바이오)·C(콘텐트)·D(방산)·E(에너지)·F(제조)’ 첨단산업 분야별 핵심 기술개발에 10조6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국방비도 대거 증액한다. 최첨단 전투기 개발과 첨단 무기 체계 확보에 올해보다 1조4000억원 증가한 3조2000억원을 투입한다. 이를 통해 한국형 차세대 스텔스 전투기 연구에도 착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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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나랏빚 1415조…GDP 대비 50%대 첫 진입
지역전략산업과 연계해 거점 국립대를 지원하는 예산도 5000억원 증액했다.
내년 총지출 증가율은 8%대로 문재인 정부에 버금가는 확장 재정이다. 세수 여건은 차이가 있다. 문 정부 초반엔 세수 증가율이 2017년(9.4%), 2018년(10.6%) 등으로 높았고, 이 2년 동안에만 세수가 40조원가량 더 들어왔다. 하지만 최근엔 2023년부터 2년 연속 87조원의 세수 구멍이 났다. 정부가 경기 회복을 전제로 내년 세수가 20조원 이상 늘어날 것으로 봤지만 장담할 상황은 아니다.
정부 예상대로 세수가 늘어난다 해도 지출 규모를 감당할 순 없다. 정부가 예산안에 담은 내년 관리재정수지 적자 규모는 무려 109조원이다. 관리재정수지는 통합재정수지(총수입-총지출)에서 국민연금기금 등 사회보장성 기금 수지를 제외한 것으로 해당 연도의 나라 살림살이를 정확하게 보여주는 지표다.

문제는 속도다. 지난 5월 국제결제은행(BIS)의 보고서에 따르면 2000년부터 2024년(9월 말 기준)까지 한국의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9%에서 45.3%로 5배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미국은 51.1%에서 107.4%로 2.1배로 늘었다. 기축통화국(세계 시장에서 널리 쓰이는 통화를 보유한 국가)인 미국보다 부채 증가 속도가 빠르다. 한국의 국가채무는 2009년 359조6000억원에서 2019년 723조2000억원으로 10년 만에 약 2배로 커졌다. 그리고 7년 만에 다시 2배 수준인 1400조원대에 진입하게 됐다. 정부가 예산안과 함께 발표한 2025~2029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2029년까지 4년간 약 487조원, 연평균 122조원씩 빚이 늘어난다. 문재인 정부 때보다도 1.5배 빠르게 나랏빚이 쌓여갈 거란 뜻이다. 올해 국고채 이자로 나가는 돈만 30조원이 넘는다.
내년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규모는 4.0%로 올해(4.2%)에 이어 2년 연속 4%를 넘어선다.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규모를 3% 이내로 유지한다는 재정준칙도 무의미해졌다. 전망대로라면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2029년 58%까지 늘어난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재정 적자를 당연시하는 모습이 걱정스러운 게 사실”이라며 “나랏빚은 결국 미래세대의 부담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세종=장원석 기자 jang.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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