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불침항모(不沈航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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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모함은 국가의 힘과 의지의 상징이다.
2차 대전 당시 미국 맥아더 장군이 대만을 태평양 패권 유지를 위한 '대중국 불침항모'로 칭한 게 시초다.
한국도 불침항모론에서 자유롭지 않다.
정당을 군사정치용어인 불침항모에 비유한 대결적 정서도 적절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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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모함은 국가의 힘과 의지의 상징이다. 폭격기 전투기 정찰기 공중급유기 등과 함께 움직이는 항모 한 척의 전투력은 웬만한 나라의 군사력에 필적한다. 최초의 항공모함 보유국은 ‘해가 지지 않는 나라’ 영국이다. 1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16년 순양함으로 건조하던 HMS퓨리어스의 설계를 바꿔 첫 항모를 선보였다. 설계부터 항공모함으로 시작해 첫 실전 배치까지 완료한 나라는 2차 세계대전 추축국 핵심 일본이다. 미국의 초강대국 부상도 미드웨이 해전 대일 항모전에서 승리하며 태평양전쟁 판도를 결정적으로 바꾼 게 계기가 됐다.
항공모함의 위력은 ‘가라앉지 않는 항모’라는 뜻의 불침항모 개념으로 이어졌다. 전략적 요충지로 활용되는 섬이나 육지를 최강 항모에 비유한 용어다. 2차 대전 당시 미국 맥아더 장군이 대만을 태평양 패권 유지를 위한 ‘대중국 불침항모’로 칭한 게 시초다.
불침항모론은 논란을 부를 때가 적잖다. 1983년 나카소네 야스히로 일본 총리는 “일본 열도는 미국의 불침항모”라고 말했다. 소련에 함께 저항하는 동맹임을 강조하는 차원이었지만 국가 위신 평가절하라는 비판이 컸다. 남중국해에 인공섬을 만들고 군사기지화 중인 요즘 중국의 도발에는 ‘신 불침항모론’이라는 평가가 따라붙는다.
한국도 불침항모론에서 자유롭지 않다. 석 달 전 주한미군사령관은 한국을 ‘일본과 중국 사이에 떠 있는 고정된(fixed) 항공모함과 같다’고 했다. 중국 코앞의 지정학적·전략적 가치와 유연성을 강조한 표현이겠지만, 우리 영토를 기지로 보는 달갑잖은 시각이다.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그제 의원 워크숍에서 ‘민주당 불침항모론’을 꺼냈다. 166명이 한마음 한뜻으로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강력 뒷받침하겠다고 선언했다. 압도적 다수당의 자신감이 엿보이지만 행정부 견제라는 입법부 고유 역할에 대한 고민은 희박해 보인다. 정당을 군사정치용어인 불침항모에 비유한 대결적 정서도 적절하지 않다. 장동혁을 새 대표로 뽑은 국민의힘도 ‘李 정부와의 전쟁’을 선포한 마당이다. 의회정치에 군사용어가 난무하는 것을 보는 국민들의 마음도 무거울 것이다.
백광엽 수석논설위원 kecor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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