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지 잔불·영농 부산물 소각 부주의로 발화…강풍 타고 경북 전역 확산 법조계 “개인 과실이 초래한 국가적 재난…법적 책임 범위 가늠할 판례”
▲ 4월 24일, 경북 의성 산불 발화 혐의로 구속영장 심사를 받기 위해 대구지법 의성지원에 출석한 피의자들이 취재진에 둘러싸여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김동현 기자 jhass80@kyongbuk.com
지난 3월 경북 의성에서 발생해 전국적 재난으로 번진 대형 산불의 원인을 제공한 혐의를 받는 피고인 2명이 오는 11월 6일 대구지법 의성지원에서 첫 재판을 받는다고 법원이 29일 밝혔다.
이번 산불은 전국에서 동원된 소방·군 장비와 수천 명의 공무원이 투입됐음에도 불구하고 진화까지 149시간이 소요됐으며, 사망 26명, 부상 31명 등 총 57명의 인명 피해와 3500명이 넘는 이재민을 발생시켰다.
검찰 공소사실에 따르면 A씨(54)는 성묘 과정에서 묘지 주변 나무를 태우다 잔불을 제대로 끄지 않았고, B씨(62)는 과수원에서 영농 부산물을 소각한 뒤 현장을 완전히 정리하지 않아 불길이 번진 것으로 조사됐다. 두 사건 모두 같은 날 의성에서 발화해 강풍을 타고 안동·청송·영양·영덕으로 확산됐다.
이번 산불로 인한 피해 규모는 막대했다. 피해 산림은 9만9000여 ha에 달했으며, 주택과 공장 수천 동이 전소됐다. 의성 고운사 전각 등 문화재도 소실되는 등 문화적 손실도 컸다.
▲ 경북 의성 산불로 전소된 고운사 전각 터에 깨진 기와와 갈라진 범종이 방치돼 참혹한 피해 규모를 보여주고 있다. 김동현 기자 jhass80@kyongbuk.com
피고인들은 산림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으며, 법정형은 징역 3년 이하 또는 벌금 3000만 원 이하다. 법원 관계자는 "두 사건 모두 같은 날 공판기일이 예정돼 있으나, 피고인 측 의견서가 아직 제출되지 않아 혐의 인정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첫 공판에서는 피고인들의 과실 인정 여부, 소각 행위와 대형 피해 사이의 인과관계, 피해 규모를 반영한 양형 기준이 주요 쟁점이 될 전망이다.
법조계는 이번 사건이 단순한 실화 사건을 넘어, 개인의 부주의가 대규모 재난으로 이어졌을 때 법적 책임을 어디까지 물을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중요한 판례가 될 것으로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