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평등 교육이 좌파 사상 세뇌?... 왜 그토록 젠더를 두려워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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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고백하건대 페미니즘 문외한이다.
젠더 이론의 대가이자 슈퍼스타인 주디스 버틀러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학 비교문학과 석좌교수가 따끈따끈한 신간을 냈다.
우파 집단이 젠더의 개념을 왜곡하고, 존재하지 않는 사회적 불안과 두려움으로 선동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젠더 교육이 좌파 사상의 세뇌 작업이자 아동 학대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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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디스 버틀러, '누가 젠더를 두려워하랴'

미리 고백하건대 페미니즘 문외한이다. 주어지고 만들어진 남성이라고 핑계를 대지만 실제론 눈만 뜨면 보일 배제와 차별의 현장, 귀만 열면 들릴 불평등에 맞선 아우성을 소홀히 한 탓이다. '한남(한심한 남자)'의 무책임한 회피, 그에 따른 무지다.
젠더 이론의 대가이자 슈퍼스타인 주디스 버틀러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학 비교문학과 석좌교수가 따끈따끈한 신간을 냈다. "전문 용어나 복잡한 문법이 거의 없어 버틀러 책 중 가장 이해하기 쉽다"(미국 예일 리뷰) 등 추천사에 혹해 선뜻 집었다.

버틀러는 "젠더와 페미니즘이 어떻게 왜곡되는지" "권위주의와 극우 세력이 왜곡된 젠더 등을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무기로 어떻게 악용하는지"를 미국 등에서의 실례를 기반으로 숨 가쁘게 짚어나간다. 또한 "그들이 왜 두려워하는지, 두려움의 실체는 무엇인지"에 대한 답을 책 곳곳에 남겨둔다.
저자의 문제의식과 비판은 대한민국에 고스란히 적용된다. 책을 읽는 이 순간에도 기독교 단체 사람들이 경남 진주의 경상국립대를 뒤젓고 다니고 경찰이 출동했다. 시의 양성평등기금 사업에 선정된 진주여성민우회 '모두를 위한 성평등' 강의에 악성 민원이 이어졌고, 강의에 학점을 연계한 대학에 항의가 빗발쳤다. 백래시는 진주뿐 아니라 전국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버틀러는 이를 '판타즘(phantasm·환영)'으로 설명한다. 우파 집단이 젠더의 개념을 왜곡하고, 존재하지 않는 사회적 불안과 두려움으로 선동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젠더 교육이 좌파 사상의 세뇌 작업이자 아동 학대라고 한다. 차별금지법으로 동성애가 확산된다고 한다. 동성애 결혼 때문에 출산율이 저하될 것이고, 결국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될 것이라고 한다.
저자는 "이 무시무시한 판타즘을 무기로 활용하는 전략의 핵심은 권위주의"라고 단언한다. 두려움이 고조되면서 '판타즘으로 국가에 위협이 돼버리는 사람들의 삶을 부정할 전권'이 국가에 부여되기 때문이다. 위협이 된 존재는 어이없게도 성소수자, 난민, 이민자, 외국인 등 취약한 사람들이다.

결국 버틀러의 신작은 젠더만의 책이 아니게 된다. "그들이 진짜라 믿는 망령과 신념"이라면, 젠더의 자리는 어떤 것으로도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게 나일 수도, 당신일 수도 있다.
버틀러는 "연대와 공동의 상상"을 제안한다. 그러면 "도덕적 사디즘(Sadism)이 지배하지 않는 세상, 폭력에 대한 두려움 없이 숨 쉬고 사랑할 수 있는 세상"이 가능할까? 번역자인 윤조원 고려대 영어영문학과 교수의 말을 빌리면, 저자는 "알고는 있지만 인정하기 싫은 현실, 우리 사회의 균열, 우리의 불안한 내면과의 조우"를 우선 권한 게 아닐까? 나 같은 페미니즘 문외한에게 말이다.

남상욱 엑설런스랩장 thot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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