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검찰개혁, 보여주기 안 돼... 공개 토론 직접 주재할 수 있다"
"국민 앞에서 합리적으로 논쟁해야"
속도보다 내용 강조… "대안 필요"
노동계엔 "상생의 정신을 발휘해야"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검찰개혁과 관련한 합리적 대안 도출을 위해 공개 토론을 제안했다. 최근 검찰개혁의 각론을 두고 더불어민주당 강경파 의원들과 정성호 법무부 장관 사이의 균열이 불거진 데 따른 상황 수습에 나선 모습이다. 그러면서 "내가 직접 토론을 주재할 수도 있다"는 의지까지 내비쳤다.
이 대통령 "검찰개혁 보여주기식은 안 돼"
이 대통령은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임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검찰개혁은 '일종의 보여주기식'은 안 된다"며 "중요 쟁점에 대해선 대책과 해법 마련을 위해 국민 앞에서 합리적으로 논쟁하고 토론하라"고 지시했다. 이어 "권력 집중으로 인한 권한 남용 방지 대책, 수사권을 원활하게 운용하는 등 근본적 문제에 대한 실질적 방안을 도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고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이 전했다.
이 대통령은 또 "서로 다른 생각이 있다면 토론 문화를 정착해 어떤 부분이 대안이 되고 부족한지를 구체적으로 언급하고, 더 합리적이고 국민 이익에 부합하는 검찰개혁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결국 국민들이 평가하는 것이 아니냐"고 당부했다.
이 대통령의 지시는 최근 검찰개혁을 둘러싼 당정 이견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당정은 수사·기소 분리라는 대원칙은 공감하고 있지만 △검찰의 보완수사권 존치 여부 △중대범죄수사청 지휘 부처 △검찰청 명칭 등을 두고 충돌해왔다. 전날 민주당 의원 워크숍에서 정 장관이 "입법 주도권은 정부가 아니라 당이 갖고 있다"고 밝히며 일단 갈등 확산을 피한 모습이다. 그러나 개혁의 주체인 여권이 입장을 모으지 못할 경우 개혁 동력을 이어가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이 대통령은 공개 토론을 주재할 수 있다는 뜻도 밝혔다. 강 대변인은 "대통령은 심지어 (토론을) 주재할 수도 있다고까지 말했다"며 "충분히 열린 자세로 토론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2003년 노무현 정부가 진행한 '전국 검사들과의 대화'와 유사한 방식이다. 검찰개혁에 대한 대통령 의지를 강조하고 민주당의 개혁안에 대한 현장 우려 등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뜻이다.
속도전을 강조하는 강경파 의원들과 강성 지지층을 설득하려는 성격도 있다. 앞서 이 대통령은 법무부에 검찰개혁의 졸속 추진을 반대하면서 충분한 공론화 과정을 거칠 것을 주문했다. 이에 정 장관은 지난 26일 검찰개혁을 두고 "조바심에 디테일을 놓쳐선 안 된다"며 신중하고 완성도 높은 개혁을 강조했다.
그러나 강성 지지층 사이에선 '추석 전 검찰개혁 완료'라는 명징한 목표를 내세운 정청래 대표와 강경파 의원들보다 미온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비판이 빗발치고 있다. 정 대표도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개혁의 시기를 놓치면 반개혁의 저항이 밀물처럼 밀려온다”며 “(검찰·사법·언론개혁을) 추석 전에 끝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20일 정 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와 만찬에서 수사·기소 분리 대원칙을 불가역적으로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추석 전 처리하는 데 뜻을 모았다. 다만 내용의 완결성과 각론상 이견을 메우기 위해선 공개 토론이 필요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해석된다.
노봉법 경영계 반발 의식… 노동계 콕 집어 '상생' 당부
한편, 이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최근 국회를 통과한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과 관련해선 노동계에 '상생 정신'을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노란봉투법의 진정한 목적은 노사의 상호 존중과 협력 촉진"이라며 "그런 만큼 노동계도 상생의 정신을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책임 있는 경제 주체로서 국민 경제 발전에 힘을 모아주시기를 노동계에 각별히 당부드린다"고도 했다. 노란봉투법 통과에 따른 경영계의 불만과 우려를 달래기 위한 차원으로 보인다.
국무회의에서는 2026년도 예산안도 의결됐다. 올해보다 8.1% 늘어난 약 728조 원 규모로, 국채 발행분은 110조 원 정도 증가했다. 이 대통령은 "뿌릴 씨앗이 부족하다고 밭을 묵혀 놓는 우를 범할 수는 없다"면서 "씨앗을 빌려서라도 뿌려서 농사를 준비하는 게 상식이고 순리"라며 확장 재정 기조를 재확인했다.
우태경 기자 taek0ng@hankookilbo.com
박준규 기자 ssangkka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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