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와인의 아버지’ 로버트 몬다비 손자가 빚는 피노누아 어떤 맛일까 [최현태 기자의 와인홀릭]
로버트 몬다비 2004년 대기업에 매각/차남 팀 몬다비 컨티뉴엄으로 로버트 계승/팀 아들 카를로·단테 웨스트 소노마 코스트서 로버트 DNA 담은 피노누아·샤르도네 선보여


몬다비 가문의 와인 역사는 이탈리아 마르케의 사소페라토(Sassoferrato)에서 살던 체사레 몬다비(Cesare Mondavi)와 아내 로사 몬다비(Rosa Mondavi) 더 나은 삶과 일자리를 찾아 1906년 미국 미네소타 주 히빙(Hibbing)의 철광산 마을로 이주, 광산 노동자로 일하면서 시작됩니다. 전역이 와인 생산지인 이탈리아 출신답게 몬다비와 함께 이주해 공동체를 이루고 살던 이탈리아인들은 미국에서도 식사와 함께 늘 와인을 즐기는 문화를 이어갑니다. 1919년 금주법이 시행됐을 때도 가정용 와인은 예외로 허용됐습니다. 이에 이탈리아 광부들은 자금을 모아 체사레에게 캘리포니아 전역에서 포도를 구해 미네소타로 보내 달라고 부탁합니다. 체사레는 캘리포니아 센트럴밸리 로다이(Lodi) 등을 다니며 포도를 구매하다 와인사업에 눈을 뜨게 되자 아예 가족과 로다이로 이주, 과일 및 포도 배송 사업을 시작합니다.








팀은 로버트 몬다비 와이너리에서 와인메이킹을 전담하며 오퍼스 원, 루체, 세냐의 탄생해 기여한 인물입니다. 그의 빼어난 ‘손맛’은 컨티뉴엄을 거쳐 현재 두 아들 단테(Dante)와 카를로(Carlo)에게 이어집니다. 할아버지 로버트와 아버지 팀 밑에서 와인 양조를 배우던 형제는 새 도전에 나섰고, 그들이 선택한 곳은 소노마 코스트에서도 서쪽 끝 해안가 절벽 와인 산지인 웨스트 소노마 코스트(West Sonoma Coast)입니다. 이곳은 서늘한 기후 덕분에 요즘 최고의 피노누아, 샤르도네 산지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형제는 2013년 이곳에 와이너리 레인(RAEN) 설립하고 피노누아와 샤르도네를 선보입니다. 한국을 찾은 카를로를 만났습니다. 레인 와인은 나라셀라에서 수입합니다.


웨스트 소노마 코스트는 2022년 5월 소노마 카운티의 19번째 AVA로 지정된 ‘신상 AVA’입니다. 소노마 카운티는 1812년에 처음 포도나무가 심어질 정도로 역사가 깊습니다. 1987년 승인된 소노마 코스트 AVA에서 웨스트 소노마 코스트가 독립 AVA로 승인된 것은 그만큼 뚜렷하게 구별되는 천혜의 자연환경을 지니고 있기 때문입니다. 태평양에서 4~5km 떨어진 웨스트 소노마 코스트의 해발고도는 120~550m로 산 안드레아스 단층선을 따라 가파른 능선 꼭대기에 포도밭이 있습니다. 한여름에도 바닷물이 굉장히 찰 정도로 일년 내내 흐르는 매우 차가운 태평양 한류와 가파르고 험준한 지형 덕분에 소노마 카운티에서 가장 서늘한 해양성 기후를 보입니다. 덕분에 포도가 낮에 천천히 익고 밤에는 충분하게 쉬면서 좋은 산도를 움켜쥐어 당도와 산도의 완성도가 아주 높은 포도가 재배됩니다. 생동감 넘치는 산도, 적당한 알코올, 순수한 과일향이 바로 웨스트 소노마 코스트 와인의 특징이랍니다. 포도밭 규모는 485ha로 러시안 리버 밸리의 8%, 부르고뉴에 비해 2%에 불과한 작은 지역입니다. 현재 와이너리는 29개입니다.

레인은 친환경 농법인 모나크 챌린지(Monarch Challenge)를 주도하는 와이너리입니다. 모나크는 캘리포니아에 서식하는 제왕나비(monarch butterfly). 개체 수가 1980년대부터 2020년까지 무려 99% 급감한 사실에 충격 받은 카를로는 제초제 사용을 중단하고 친환경 농업을 장려하기 위해 모나크 챌린지 캠페인을 제안합니다. 와이너리 환경은 물론 인간 건강에도 영향을 미치는 화학물질 사용을 줄이자는 메시지를 담았습니다. 이 캠페인은 화석 연료 사용을 줄이기 위해 농업 현장에서 친환경 전기 트랙터를 사용하는 모나크 트랙터(Monarch Tractor) 사업으로 확대됩니다.




레인은 인간의 간섭을 최소화는 양조 철학에 따라 오크 사용을 최대한 절제합니다. “조부 로버트가 선구자이긴 하지만 사실 오크를 너무 많이 사용했어요. 농담으로 프랑스 생산자들이 오크를 50% 쓰면 우리는 더블로 쓴다고 얘기할 정도로 오크를 너무 과하게 썼죠. 하지만 돈은 돈대로 쓰고서도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를 얻는다는 사실을 경험을 통해 알게 됐답니다. 특 새 오크 배럴을 과도하게 사용하면 떼루아가 주는 독특한 풍미를 훼손시킨다는 사실도 깨달았죠. 그래서 보통 오크통을 제작할 때 수액을 빼고 강한 나무향을 줄이는 작업을 2~4년 동안 진행해 최대한 오크향을 적게 넣으려고 합니다. 로마네 콩티와 같은 배럴 메이커인 프랑수아 프레르(François Frères)를 사용합니다. 또 포도송이 줄기를 제거하지 않고 홀번치(전송이)로 발효해 복합미를 끌어 올리고 자연효모만 사용해 떼루아의 특성을 고스란히 담고 있어요.”


소노마 코스트 샤르도네 100%입니다. 로버트 몬다비의 아내이자 단테와 카를로의 할머니 마조리에 헌정하는 와인입니다. 늘 우아한 스타일의 와인을 좋아하던 마조리의 취향을 따라 만든 와인으로 우아한 아로마가 돋보입니다. 레몬 제스트, 잘게 부순 자갈, 흰색과 노란 꽃, 꿀풀, 갓 익은 천도복숭아의 꽃향기가 잔을 가득 채웁니다. 입에서는 상큼한 라임 꽃과 복숭아 등 핵과일의 풍미와 어우러지며, 젖은 바위 느낌의 미네랄과 짭조름한 미네랄이 은은하게 느껴집니다.

신선한 흰꽃, 캐모마일, 여름 살구의 아로마로 시작해 갓 익은 백도, 레몬 제스트가 더해집니다. 조개껍질, 젖은 바위, 한 꼬집의 바다 소금 같은 미네랄도 지속됩니다. 복합미가 뛰어나고 경쾌하면서도 우아한 피니시가 돋보입니다. 웨스트 소노마 코스트의 험준한 포트 로스 씨뷰 지역의 해발고도 약 366m의 찰스 랜치 빈야드(Charles Ranch Vineyard)에서 자라는 샤르도네로 만듭니다. 수령 40년 이상으로 소노마 코스트에서 가장 오래된 샤르도네입니다. 배수가 잘 되는 암석토 위에 자리한 이 포도밭은 자연적으로 수확량이 낮아 깊이와 농축미, 미네랄리티가 뛰어난 와인을 만들어냅니다.

와인을 따르자마자 장미꽃잎, 산딸기, 보랏빛꽃, 야생 딸기의 향이 가득 피어오르고 이어 갓 딴 야생 라즈베리, 바다 이끼, 티 노트가 이어집니다. 잘 익은 레드베리, 블러드 오렌지 껍질, 캐모마일이 기분 좋게 입안을 채우고 젖은 바위, 솔티한 미네랄도 은은하게 더해집니다. 뒤로 갈수록 제비꽃과 으깬 야생 베리의 뉘앙스가 우아하게 어우러지며 놀라울 만큼 길고 활기찬 피니시로 마무리됩니다. 포트 로스 씨뷰의 씨 필드 빈야드(Sea Field Vineyard)의 피노 누아로 만듭니다. 이곳은 레인이 소유한 포도밭 중 가장 바다와 가까고 해발고도가 가장 높은 약 300m 이상입니다. 약 1.9ha의 단일 포도밭으로 레인의 포도밭중 우아한 떼루아를 가장 잘 보여줍니다. 토양은 2억년 전 고대 해저 퇴적층입니다.

으깬 야생 베리, 블랙 체리, 장미꽃잎, 해안 이끼의 매혹적인 향으로 시작해 꽃향, 홍차, 베르가못 노트가 이어지며 해안 양치류와 숲바닥향으로 확장됩니다. 강렬한 레드와 블랙 과일향의 이 꽃, 차향과 정교하게 얽혀 있고 이국적인 향신료 풍미도 매력입니다. 조부 로버트 몬다비에게 헌정하는 와인입니다. 해안 포도밭에서도 선별된 포도로 만들며 웨스트 소노마 코스트의 험준한 떼루아를 잘 표현합니다.

잔에서는 아침 안개, 장미꽃잎, 잘 익은 레드 체리, 으깬 블랙베리 향이 피어나고 시간이 지나면서 홍차, 타임의 허브향, 해안 양치류, 숲바닥향이 더해집니다. 입에서는 야생 블랙베리, 가시덤불, 야생 타임이 조화롭게 어우러지고 이국적인 향신료, 상큼한 오렌지 껍질, 잘게 부순 자갈도 느껴집니다. 0.4ha의 아주 작은 보데가 빈야드(Bodega Vineyard) 피노누아로 만듭니다. 매일 태평양에서 밀려오는 안개가 아침 포도밭을 가득 채우는 곳으로 레인 포도밭 중 가장 서늘한 곳입니다. 고밀도 식재와 가파른 경사로 100% 수작업으로 포도밭을 관리합니다. 최현태 기자 htchoi@segye.com
최현태 기자는 국제공인와인전문가 과정 WSET(Wine & Spirit Education Trust) 레벨3 Advanced, 프랑스와인전문가 과정 FWS(French Wine Scholar), 부르고뉴와인 마스터 프로그램, 뉴질랜드와인전문가 과정, 캘리포니아와인전문가 과정 캡스톤(Capstone) 레벨1&2를 취득한 와인전문가입니다. 2018년부터 매년 유럽에서 열리는 세계최대와인경진대회 CMB(Concours Mondial De Bruxelles) 심사위원, 2017년부터 국제와인기구(OIV) 공인 아시아 유일 와인경진대회 아시아와인트로피 심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소펙사 코리아 한국소믈리에대회 심사위원도 역임했습니다. 독일 ProWein, 이탈리아 Vinitaly 등 다양한 와인 엑스포를 취재하며 프랑스, 이탈리아, 포르투갈, 미국, 호주, 독일, 체코, 스위스, 조지아, 중국 등 다양한 국가의 와이너리 투어 경험을 토대로 독자에게 알찬 와인 정보를 전합니다.
최현태 선임기자 htcho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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