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휴가지에서의 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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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첫 주 목요일 밤, 나는 대만 타이베이 시먼딩 근처의 완화체육센터 실내 수영장에 있었다.
나는 수영을 배운 지 이제 5개월 차에 접어든 '수린이'다.
나는 7월 말일에 겨우 승급 테스트를 통과했고, 그러므로 타이베이의 수영장에 가기 전에는 25m 풀에서 제대로 수영을 해본 적도 없었다.
나는 반 바퀴-25m를 가는 것만으로도 숨이 차서 수영장 가장자리에 서서, 숨을 몰아쉬며 그가 평영으로 계속 왔다갔다 하는 것을 경이롭게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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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려한 수영 실력의 한 청년
그는 물과 함께 가는 듯하고
초보자인 나는 싸우는 듯해
'즐겁게 싸우자' 나를 다독여

8월 첫 주 목요일 밤, 나는 대만 타이베이 시먼딩 근처의 완화체육센터 실내 수영장에 있었다. 나는 수영을 배운 지 이제 5개월 차에 접어든 '수린이'다. 내가 다니는 수영장은 초급반은 15m 풀에서 수영을 배우고, 매달 말일 테스트에 통과해야 25m 풀로 입성할 수 있다. 나는 7월 말일에 겨우 승급 테스트를 통과했고, 그러므로 타이베이의 수영장에 가기 전에는 25m 풀에서 제대로 수영을 해본 적도 없었다. 그럼에도 나는 이번 타이베이 여행 중 자유 수영 계획을 세웠다. 3일 차 낮에 송산체육센터의 수영장에 갔고(타이베이는 평일에 하루종일 자유수영이 가능한 곳이 많다. 이런 의문이 생겼다. 타이베이 사람들은 어디서 수영을 배우지?), 마지막 날 밤에는 숙소 근처에 있는 완화체육센터에 갔다.
송산체육센터와 달리 완화체육센터의 수영장에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거의 없는 정도가 아니라, 전체 레일을 통틀어서 여섯 명 정도? 이렇게 사람이 없는 수영장은 처음이었다(앞으로도 접하기 어려울 것 같다). 사람들이 물을 헤치는 소리가 음악소리처럼 들렸다. 어두운 조명 탓인지, 고즈넉하고 차분한 기운마저 느껴졌다. 나는 (당연히) 비기너 레일에 몸을 담갔다. 나는 모든 영법을 잘 못하지만 제일 못하는 건 평영이다. 아무리 해도 앞으로 좀처럼 나가지 않는다. 발에 물이 걸려야 한다는 것, 당길 때는 살살 힘을 빼고, 찰 때 발목을 돌려서 힘주어 빵 차야 한다는 걸 알고 있지만. 내 몸은 내가 알고 있는 것처럼 움직이지 않는다.
비기너 레일에는 나 말고 한 명 더 있었는데 10대 후반,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남자였다. 비기너처럼 보이지는 않았는데, 자유영 폼이 무척 좋았고, 속도도 굉장히 빨랐기 때문이었다(아마도 빈 레일에서 혼자 수영을 하고 있었던 것 같다). 어느새 그는 평영으로 영법을 바꾸었다. 자유영 때에는 잠시 쉬기도 했는데, 평영을 시작하자 한 번도 쉬지를 않고 열 바퀴를 넘게 연달아 돌았다. 나는 반 바퀴-25m를 가는 것만으로도 숨이 차서 수영장 가장자리에 서서, 숨을 몰아쉬며 그가 평영으로 계속 왔다갔다 하는 것을 경이롭게 바라보았다. 부드럽게 물을 타고 넘어가는 그의 상체, 유연하게 움직이는 두 다리. 그의 리듬은 나와는 전혀 달랐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물과 싸우는 것 같고, 그는 물과 함께 가는 것 같다.
나는 평영 이론을 머릿속으로 다시 정리하고, 그의 폼을 흉내내서 다시 해보기로 했다. 물과 함께 가자. 중얼거리며 다시 물속으로 들어갔다. 마음으로는 다 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몸은 아니었다. 여전히 힘이 잔뜩 들어갔고, 뚝딱거렸다. 물은 내가 앞으로 나아가는 걸 쉽사리 허락하지 않았다.
수영을 마치고 바깥으로 나오자, 어느새 어둠이 내려앉아 있었다. 덥고 습도가 높았지만, 바람에는 약간의 상쾌함이 깃들어 있었다. 센터 앞 잔디밭에서는 사람들이 축구를 하고 있었다. 나는 계단에 걸터앉아서 멍하니 그들을 바라보았다.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물과 좀 싸우면 어떠냐, 싸우는 것도 이렇게 충분히 즐거운데. 물과 싸우다 보면 언젠가는 함께 갈 날이 오겠지. 지금처럼 즐겁게 싸우면 되지. 나의 이 대책 없는 낙관주의 때문에 어이가 없어졌다. 나는 매일 강사에게 구박을 듣는 처지인데. 잘하는 날이 안 오면 뭐 어떠냐. 그냥 이렇게 하면 되지. 이 마음만 잘 간직하자. 핫도그를 든 아이들이 내 앞으로 뛰어갔다. 그 애들의 웃음소리를 들으며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서 엉덩이를 털었다. 그리고 나는 타이베이의 마지막 밤 속으로 씩씩하게 걸어들어갔다.
[손보미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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