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직원 500명 “가자 집단학살 규정하라”···인권대표에 서한
“2년간 전쟁범죄 집단학살 법적 요건 충족”
“집단학살 고발 실패하면 유엔 신뢰성 훼손”

유엔 직원 수백명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전쟁에 대해 “진행 중인 집단학살”로 명시적으로 규정할 것을 촉구하는 단체 서한을 보냈다.
28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 직원 500여명이 전날 폴커 튀르크 유엔 인권최고대표에게 서한을 보냈다.
이들은 2년째 전쟁이 이어지는 가자지구에서 기록된 위반 행위의 규모, 범위, 성격을 토대로 볼 때 집단학살의 법적 기준이 채워진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튀르크 대표가 가자지구 상황을 ‘현재 진행 중인 집단학살’로 명시적으로 규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OHCHR은 집단학살 행위를 고발할 강력한 법적, 도덕적 책임이 있다”면서 튀르크 대표에게 “선명하고 공개적인 입장”을 취할 것을 요청했다.
이어 “현재 진행 중인 집단학살을 고발하는 데 실패한다면 이는 유엔과 인권 체계 자체의 신뢰성을 훼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들은 특히 1994년 100만여명이 희생됐던 르완다 집단학살 당시 OHCHR이 이를 막기 위해 더 많은 행동에 나서지 않았던 도덕적 실패를 남겼다고 지적했다.
당시 아프리카 르완다에서는 벨기에의 식민 지배에 따른 부족 간 오랜 갈등이 터져 나오면서 약 100일 동안 민간인 학살이 이어져 현재까지도 인류 최악의 집단학살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엠네스티 등 일부 인권 단체들은 이스라엘을 집단학살 혐의로 비판했고, 프란체스카 알바네제 유엔 팔레스타인 점령지 특별보고관도 집단학살 용어를 사용했다. 하지만 유엔이 공식적으로 가자지구 전쟁에 대해 집단학살 용어를 쓴 적은 없다.
튀르크 대표는 직원들의 서한에 대한 답변에서 중요한 문제 제기라고 평가하며 “우리가 목도하는 참상에 대해 모두 도덕적 분노를 느끼고 있으며, 국제사회가 이 상황을 끝내지 못하는 데 대한 좌절감을 공유하고 있다는 것을 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역경 속에서도 하나 된 조직으로 남자”고 당부했다.
라비나 샴다사니 OHCHR 대변인은 “가자 상황은 우리 모두를 뿌리까지 흔들었다”며 “앞으로 어떻게 나아갈지에 대해 내부 논의가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오스트리아 출신 법조인인 튀르크 대표는 유엔에 수십년째 몸담으면서 현재는 전 세계 유엔 직원 중 2000명 정도를 이끌고 있다. 이번 서한에 직원 4분의 1이 동참한 셈이다.
이스라엘 외무부는 이번 서한을 겨냥해 “이스라엘을 향한 증오에 눈이 멀고, 근거가 없으며, 거짓”이라고 비난하고, 대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번 서한은 이스라엘이 국제사회 휴전압박에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가자지구 완전 점령’을 목표로 북부 가자시티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는 가운데 나왔다. 가자 보건부에 따르면 2023년 전쟁 발발 이후 6만2000명이 넘는 팔레스타인인이 사망했다. 유엔 기구 등으로 구성된 통합식량안보단계(IPC)는 지난 22일 가자지구에 사상 처음으로 식량위기 최고 단계인 ‘기근’이 발생했다고 선언했다.
이영경 기자 samemin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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