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은수의 책과 미래] 공부 없이 이룰 수 있는 건 없다

2025. 8. 29.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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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세계에서 시집을 가장 많이 읽는 나라다.

거의 매년 신작 시집이 베스트셀러에 오르고, 해마다 수백 명이 새로 시인으로 데뷔한다.

거기에 오랫동안 고되게 학습한 기술이 더해져야 '시'라고 불릴 수 있다.

작곡가들이 바흐와 베토벤과 모차르트를 익혀서 새로운 음악을 만들듯, 시인들도 정철이나 이덕무, 김소월이나 김수영을 배우고 또 배운 후에야 '시'를 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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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세계에서 시집을 가장 많이 읽는 나라다. 거의 매년 신작 시집이 베스트셀러에 오르고, 해마다 수백 명이 새로 시인으로 데뷔한다. 공식 통계는 아니지만 현역 시인만 2만명이 넘는다는 말도 있다. 그야말로 누구나 시를 쓰고, 또 쉽게 시인의 이름을 얻는 셈이다.

우리나라에 시인이 많은 건 아마 사람들이 노래를 좋아하기 때문일 테다. 동네마다 노래방이 있고, 거리거리마다 노래가 넘친다. 그만큼 우리는 운과 율에 익숙하고, 언어의 절제와 소리의 반복이 영혼에 배어 있다. 시 입문의 기초가 잘 닦여 있는 셈이다.

익숙해서인지 시쯤은 나도 써볼 만하다는 생각도 쉽게 하는 듯하다. 영감은 사람을 안 가리는 데다 언어는 모두에게 익숙해서다. 불현듯 떠오르는 생각을 적당히 잘 받아 적기만 하면 시가 될 것 같다. 게다가 시는 짧아서 빨리 끝낼 수 있기도 하다. 그래서 소셜미디어엔 날마다 시가 올라오고, 신춘문예엔 투고작이 넘쳐난다.

그러나 시 꼴을 갖추었다고, 모두 다 '시'일 수는 없다. 미국 시인 메리 올리버의 '시 쓰기 안내서'(마음산책 펴냄)에 따르면 "시를 쓰는 건 (감정을 만들어내는 공장인) 마음과 의식적 정신의 학습된 기술 사이에 이루어지는 사랑 이야기"다. 시는 얼핏 일상 언어와 비슷해 보여도, 본질적으로 큰 차이가 있다. 이를 선명히 인식하는 게 시 쓰기의 출발점이다.

시 쓰기는 순간의 느낌이나 감정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거기에 오랫동안 고되게 학습한 기술이 더해져야 '시'라고 불릴 수 있다. 언어는 압축하면서 생각은 더 강하게 전하는 세련된 기술이 필요하고, 잘 짜인 형식과 단단한 구조가 요구되며, 선배 시인들로부터 물려받은 고도의 정신성이 담겨야 한다. 오랜 공부와 꾸준한 훈련으로 언어를 갈고닦지 않은 채 겨우 첫발을 떼었다고 시라고 말하는 건 지하철 스크린도어에 나붙은 시들처럼 매우 염치없는 짓이다.

올리버에 따르면 "시를 잘 쓰기 위해서는 폭넓고 깊이 있는 독서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작곡가들이 바흐와 베토벤과 모차르트를 익혀서 새로운 음악을 만들듯, 시인들도 정철이나 이덕무, 김소월이나 김수영을 배우고 또 배운 후에야 '시'를 쓸 수 있다. '감정의 자유, 작품의 진정성과 독창성은 시작이 아니라 마지막'에 나오기 때문이다. 사실 세상일이 모두 그렇다. 뚝딱 이룰 수 있는 건 하나도 없고, "인내심 있고 부지런한 사람"만이 일정한 경지를 얻고, 높은 성취를 이룰 수 있다. 고약하고 어리석은 자들만이 내 일은 아무나 할 수 없고, 남의 일은 누구나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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