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태 기자의 책에 대한 책] "최소한의 진술로 최대치 울림을 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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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장르를 대개 시, 소설, 희곡으로 구분하지만 이는 근대 이후 정착된 구분일 뿐이다.
특히 시는 단일 범주로 묶기엔 스펙트럼이 지나칠 정도로 넓다.
17세기 바쇼가 정립한 하이쿠는 현대 관점에서 보면 지나치게 짧지만 단 한 줄에 풍경을 찍어내는 그 정확성과 응축된 울림이 매력적인 시로 생명력을 잃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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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장르를 대개 시, 소설, 희곡으로 구분하지만 이는 근대 이후 정착된 구분일 뿐이다. 특히 시는 단일 범주로 묶기엔 스펙트럼이 지나칠 정도로 넓다. 그리스 시대만 해도 시는 찬가, 송가, 비가, 디오니소스 축가(dithyramb), 장송가 등으로 세분됐고 중세를 거치며 애가, 소네트, 발라드 등 무수한 갈래로 나뉘어왔다.
동양도 마찬가지인데, 일본의 하이쿠가 특히 그렇다. 17세기 바쇼가 정립한 하이쿠는 현대 관점에서 보면 지나치게 짧지만 단 한 줄에 풍경을 찍어내는 그 정확성과 응축된 울림이 매력적인 시로 생명력을 잃지 않았다. 극도로 짧은 진술이 세계를 붙잡고 있음을 확인할 때 그 한 줄을 읽는 중인 동공은 늘 떨렸으니 말이다.
'한 줄 시 읽는 법: 찰나의 노래, 하이쿠 시작하기'는 번역가인 저자가 '한 줄 시'인 하이쿠를 함께 산책하도록 이끄는 책이다.

한 줄짜리 하이쿠에도 세 가지 법칙이 있다고 한다. 첫째, 다른 누구도 아닌 '나'의 감각으로 '지금, 여기'를 노래해야 한다. "살아 있는 나 자신의 눈과 코와 귀와 살로 느낀 것을 적어내려 간다."
둘째, 5·7·5 리듬이다. 처음 5음절은 가미고(上五), 다음 7음절은 나카시치(中七), 마지막 5음절은 시모고(下五)라 하는데, 때로 넘치기도 하고 부족하긴 해도 대개 '5·7·5'가 정석이란다.
셋째, 계절어를 하나쯤 넣게 된다. 봄, 여름, 가을, 겨울 등 하이쿠를 쓰고 있는 계절을 암시하는 문구인데 예를 들면 이렇다.
"고요하구나/ 바위에 스며드는/ 매미의 울음."(바쇼)
고교 교과서에도 실렸다는 이 작품은 맴맴 우는 매미 소리로 인해 미세하게 진동하는 바위의 떨림까지 느껴질 듯 시의 내부 풍경이 선명하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바쇼는 가미고를 '고요하구나'라고 썼다.
매미의 자지러질 듯한 울음과 인간 세계의 지독한 고요함의 대비가 저 하이쿠의 묘미가 아닐까.
8월 늦더위에 더 기승을 부리는 모기를 다룬 작품도 있다.
"누워 들으면/ 옛날 옛적을 우는/ 모기로구나."(오자키 호사이)
모기는 단지 귀찮음과 짜증의 원인이 아니라 우리에게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려 한 게 아니겠느냐는 낭만적 시선이 아름답다.
"꽁치 굽는다/ 굴뚝의 그림자가/ 길어질 무렵"(데라야마 슈지), "오늘만큼은/ 키가 크면 좋겠네/ 연말 대청소"(지요조), "산은 고양이/ 여기저기 핥았네/ 눈 녹은 틈새"(바쇼), "오늘이라는/ 오늘 바로 이 꽃의/ 따스함이여"(이젠) 등을 한 줄씩 읽다 보면 잠시 눈을 감게 된다.
하이쿠를 읽는 일은 단지 오래된 일본 시를 감상하는 일이 아니다. 언어의 최소 단위로 최대치의 울림을 주는 시가 바로 하이쿠다.
하이쿠는 언어의 군살을 깎아낸 끝에 남겨진, 침묵과 정적을 품은 한 줄의 칼이다.
[김유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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