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노무법인 김경락 대표노무사, 대기업 근로자의 자살, 산업재해 인정... 근로자의 권리 회복 '필요'

홍보경 기자 2025. 8. 29.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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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사무직 근로자가 여러 해에 걸친 보직 이동, 직무 스트레스, 상사의 괴롭힘 등 업무 환경으로 인한 정신적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2024년 11월 자살한 사건이 최근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산업재해로 인정되었다. 이는 건설 현장이나 제조 공정 중심의 물리적 사고와 달리, 사무직의 자살이 정신질환과 업무 관련성을 인정받아 산업재해로 승인된 드문 사례로, 사회적 관심은 물론 공중파 보도까지 이어졌다. 본문에서는 이번 사건을 대리한 대상노무법인 대표 김경락 공인노무사를 만나, 이번 판정의 의미와 시사점에 대해 일문일답으로 들어본다.

대상노무법인 김경락 대표노무사

다음은 '대상노무법인 김경락 대표노무사'와의 일문일답.

- 산업재해라고 하면 흔히 기계 사고나 추락 사고 같은 물리적 재해를 떠올린다. 이번 사건은 어떤 점에서 산업재해로 인정된 것인가.
▶이번 사건은 당 노무법인이 유족을 대리해 진행했으며, 공단이 업무와 정신질환의 발병, 그리고 자살 사이의 상당한 인과관계를 인정한 사례다. 과거에는 산업재해가 주로 기계 사고나 추락 같은 육체적 재해에 한정된다고 여겨졌지만, 이제는 사무·연구직도 더는 안전지대가 아니다. 높은 집중력을 요구하는 업무, 잦은 조직개편과 보직 이동, 빠른 기술변화로 인한 직무 불안정, 희망퇴직 압박, 직장 내 괴롭힘 등은 모두 사무직 근로자의 정신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한다. 이번 사건에서도 이러한 업무 환경이 정신질환을 유발·악화시켰고, 결국 극단적 선택으로 이어졌다는 점이 다양한 자료와 진술을 통해 확인되었다.

- 자살은 흔히 개인적 문제로 치부되곤 하지만 이번 사건은 업무와의 연관성이 인정됐다. 법적 기준은 무엇인가.
▶최근 판정 경향은 자살을 단순히 개인의 취약성으로만 보지 않는다. 업무가 정신질환을 발병·악화시키는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는지 여부가 핵심 쟁점이다. 따라서 개인적 요인이 일부 존재하거나 업무수행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더라도 적어도 업무상의 과로나 보직 이동, 직장 내 괴롭힘 등의 업무 스트레스가 질병의 주된 발생원인에 겹쳐서 정신질환을 유발 또는 악화시켰다면 그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아야 하며 이에 대해 산업재해 승인이 가능하다. 이번 사건 역시 그 점이 인정되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의 목적은 근로자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는 데 있는 만큼, 정신질환과 자살도 '업무 재해'로 인정하는 것이 타당하다. 다만, 정신적 이상 상태에 이르러 정상적인 인식능력이 뚜렷하게 저하된 상황에서 자살이 발생했다는 상당인과관계가 입증되어야 한다.

- 실제 산재 승인을 받으려면 절차가 복잡하다는 지적도 있다. 어떤 과정이 필요했나.
▶정신질환이나 자살 사건은 무엇보다 입증이 어렵다. 특히 정신적 이상 상태에서 자해가 이루어졌다는 점을 입증해야 하는 책임은 유족에게 있다. 이를 위해 업무일지, 인사기록, 정신건강의학과 진료 기록, 동료 진술, 통화 내역, 고인의 생전 기록 등 방대한 자료를 종합적으로 제출하고, 이를 논리적으로 정리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이번 사건에서도 유족 단독으로는 확보하기 어려운 자료들을 최대한 수집해 정리했다. 그중에서도 "업무 변화(보직 이동)와 직장 내 갈등이 자살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를 객관적 자료로 설득력 있게 제시한 점이 핵심이었다. 무엇보다 이러한 사건은 일반 산업현장의 사고와 달리 공단 승인률이 높지 않고 입증 부담이 크기 때문에, 한 번 부지급 처분이 내려지면 재심사청구나 소송으로 이어져 장기간의 시간과 비용이 소요된다. 따라서 최초 신청 단계에서 공인노무사 등 전문가의 조력을 받는 것이 사실상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다.

- 이런 사건이 실제로 늘어나는 추세인가.
▶최근 사무직·연구개발직·전문직 근로자들의 업무 환경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스트레스 요인으로 가득 차 있다. 직장 내 괴롭힘이나 성희롱으로 인해 상담을 의뢰하거나 산업재해 신청을 준비하는 경우가 꾸준히 늘고 있으며, 실제로 우울증·불안장애 같은 정신질환이 발병해 병가를 거쳐 산재 신청으로 이어지는 사례도 많다. 근로복지공단 자료에 따르면 최근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산업재해 신청 및 승인 건수는 꾸준한 증가추세에 있으며 승인율은 2019년부터 2024년 8월까지 약 69%에 이르고 있다. 이제 산업안전의 범위는 더 이상 물리적 사고에 국한되지 않고, 정신적 안전과 건강 관리까지 확장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 기업 차원에서 필요한 노력은 무엇인가.
▶기업은 정신적 안전을 산업안전의 중요한 축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정기적인 심리상담 프로그램 운영, 직장 내 괴롭힘과 성희롱 근절을 위한 구성원의 실질적 교육 및 관련 체계 구축, 업무량 관리와 인사 프로세스의 투명성 강화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정신건강 문제는 개인의 나약함이 아니라 조직이 만든 구조적 위험일 수도 있다"라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예방적 관리 없이는 같은 문제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

-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인가.
▶정신질환이나 자살도 업무와 직접적·간접적으로 연관성이 있다면 산재로 인정될 수 있다. 그러나 그 과정은 쉽지 않기 때문에 전문가와의 상의가 사실상 필수적이다. 근로자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는 것은 산재보험 제도의 본질적 목적이다. 이번 사건처럼 체계적인 준비와 대응을 통해 권리를 회복할 수 있다는 점을 꼭 기억할 필요가 있다.

홍보경 기자 bkho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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