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이리에의 레슨

아레나옴므플러스 2025. 8. 29.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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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FC 라이트급 스타 더스틴 포이리에가 은퇴했다. UFC 기록은 22승 9패 1무효. 그는 챔피언이 된 적은 없지만, 챔피언만큼 팬들의 가슴을 뜨겁게 한 선수다. 그의 은퇴를 바라보며 그가 몸으로 보여준 교훈을 되새겼다.

기립박수가 울려 퍼졌다. 더스틴 포이리에가 마이크를 잡고 소감을 말했다. 

"이번 파이트 위크 동안 팬들과 루이지애나, UFC의 사랑을 깊이 느꼈다. 나는 그저 꿈을 좇았을 뿐인데 많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였다는 걸 깨달았다. 영원히 감사하고 사랑한다." 이렇게 포이리에는 은퇴 경기를 마쳤다. 2009년 스무 살에 종합격투기 프로 선수로 데뷔하고 16년이 지난 후였다. UFC에 데뷔한 후로는 14년이 지난 시점이었다. 은퇴하는 격투기 선수야 수없이 많다. 어제도 있었고, 오늘도 있으며, 내일도 있을 거다. 그럼에도 포이리에가 자꾸 눈에 밟힌다. 그는 UFC 역사상 가장 위대한 챔피언도 아니다. UFC 역사상 누구도 깰 수 없는 기록을 세우지도 않았다. 그저 여느 격투기 선수처럼 데뷔했고, 활약했으며, 결국 은퇴했다. 하지만 그 세월 속에서 포이리에가 보여준 모습은 어떤 귀감으로 남았다. 

그는 몸으로 증명하는 격투기 선수답게 멋진 남자의 면면을 행동으로 증명했다. 

물론 멋진 남자라는 답은 정해져 있지 않다. 하지만 그중 하나는 포이리에가 보여줬다고 확신한다. 동료와 팬들도 그걸 알기에 그의 은퇴 경기에 박수와 아쉬움을 함께 보냈다.  

LESSON 1
성장하는 남자는 멋지다 

포이리에가 UFC에 데뷔하자마자 괴물 선수로 등극한 건 아니다. 데뷔전에서 승리해 눈도장을 성공적으로 찍었지만, UFC가 주목하는 신예 중 하나였을 뿐이다. 물론 시선을 끄는 매력은 있었다. 그는 과감한 시프팅 훅으로 거리 잡고 훅 연타로 승기를 잡는 스타일이었다. 피 끓는 싸움꾼 스타일은 언제나 환호를 이끌어낸다. 싸움꾼의 심장을 품었지만 외모가 멀끔하다는 점도 주목도를 높였다. 하지만 슈퍼스타로 수직 상승하기엔 패배도 여러 번 있었다. 2012년에는 정찬성에게 초크로 패하고, 2014년에는 코너 맥그리거에게 1라운드 TKO 패를 당했다. 무패 행진을 거듭하며 타이틀전까지 직행하는 슈퍼스타의 행보와는 거리가 멀었다. 중요한 건 그 과정을 거치며 그는 분명히 성장했다는 점이다. 보통 주먹으로 승부 보는 하드 펀처는 패하기 시작하면 내리막길을 걷는다. 포이리에는 내리막길 대신 올라갈 길을 모색했다. 라이트급으로 체급을 올려 맷집을 키우고, 복싱을 제대로 배워 자기 타격 스타일을 구축했다. 포이리에가 만개한 건 데뷔한 페더급이 아닌 라이트급이었다. 자기 단점을 파악하고 보완해 더 나은 결과를 도출해낸 셈이다. 격투기만 그럴까. 우리네 삶도 슈퍼스타와는 거리가 멀다. 직장 생활은 물론이고, 일상생활 역시 말할 것도 없다. 실패 없이 수직 상승하는 경우는 UFC보다 더 없다. 그렇지만 성장하는 삶은 노력하면 이룰 수 있다. 포이리에는 맞아가며 배웠다. 우린 최소한 맞아가며 배우진 않는다. 그의 선수 생활은 성장하는 삶을 추구하고픈 동기를 부여한다. 어제보다 나은 내일, 포이리에처럼 쟁취할 수 있다.

LESSON 2
꼭 정점에 서야 멋진 건 아니다

"저는 평생 약자였습니다." 포이리에의 말이다. 라이트급 상위권에서 군림하던 포이리에가 약자라니 지나친 겸손이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하지만 포이리에 입장에선 그럴 수 있다. 그는 챔피언이 된 적이 없다. 라이트급 잠정 챔피언이 경력 중 가장 높이 오른 순위였다. 그런 점에서 언제나 그는 도전자의 마음으로 경기에 임했을 거다. 실제로 타이틀전에도 세 번이나 도전했다. 결국 챔피언은 되지 못했지만, 그가 경기를 펼칠 때마다 사람들은 기대했다. 포이리에라면 챔피언을 눕힐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 팬들을 설레게 하는 선수는 사랑받을 수밖에 없다. 물론 포이리에는 타이틀전에서 세 번 모두 졌다. 하지만 그냥 지진 않았다. 명경기를 연출하고, 사람들을 열광하게 했다. 포이리에는 그런 선수다. 항상 이기지는 않지만 계속 도전하는 선수. 언더도그지만 항상 최전선에서 멋진 경기를 만들어내는 선수. '명경기 제조기'란 감탄사를 유발하는 선수. 포이리에가 꾸준히 명경기를 펼친 이유는 분명하다. 챔피언은 못 됐지만 상위권 선수들과 맞붙어 자기 실력을 발휘한 까닭이다. 좌절하지 않고 도전하고, 지더라도 화끈한 타격전을 펼쳤다. 그런 활약이 다시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 물론 그라운드 기술로 기권을 받아내는 선수보다 타격으로 침몰시키는 선수가 더 인기 많은 것 또한 사실이다. 보다 원초적이니까. 포이리에는 그 지점에서 매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자기가 잘하는 방식으로 시종일관 도전하기. 꼭 정점에 서지 못했더라도 인정할 수 있다. 포이리에도, 그런 남자도. 

LESSON 3
견고함이 주는 힘이 있다

포이리에의 링네임은 '더 다이아몬드'다. 다이아몬드처럼 단단해서. 여기서 단단하다는 건 맷집을 뜻하는 말이 아니다. 아, 맷집도 일부 포함한다. 라이트급에서 그의 맷집은 알아준다. 단단하다는 표현은 보다 복합적이다. 그의 펀치력, 격투 스타일, 표정, 태도, 말투 모두를 포함한다. 우선 펀치력. 코너 맥그리거와 마이클 챈들러는 지금까지 맞아본 펀치 중 가장 강했다고 평했다. 숱한 주먹을 맞아본, 산전수전 다 겪은 UFC 선수들이 하는 말이니 확실하다. 다음은 격투 스타일. 포이리에는 옥타곤 안에서 무심한 표정으로 정교하게 주먹을 날린다. 진중한 가드와 묵직한 맷집으로 버티며 전진. 돌발 행동으로 시선을 끌거나 쇼맨십으로 상대를 도발하지도 않는다. 상대의 기술을 묵묵히 받아내고선 무심한 듯 주먹을 뻗어 침몰시킨다. 코너 맥그리거와의 3차전을 아직도 기억한다. 맥그리거의 현란한 스타일에 맞서 동요 없는 표정과 정확한 타격으로 그를 침몰시켰다. 태도와 말투 역시 단단하다. 포이리에는 상대를 약 올리는 '트래시 토크'를 즐기지 않는다. 인정할 건 인정하고, 존중할 건 존중한다. "경기를 열심히 준비했으나 정찬성이 더 강했다." 정찬성에게 패하고 나서 그가 한 말이다. 이런 일도 있었다. 에디 알바레즈의 반칙 니 킥으로 경기가 무효로 끝나자 관중이 알바레즈에게 야유를 보냈다. 그때 포이리에는 챔피언에게 예의를 갖추라고 일갈했다. 격투가로서 마음이 단단하기에 취할 수 있는 행동이다. 튀어야 눈에 띄는 세상이다. 하지만 묵묵하게 전진하는 사람이 풍기는 견고함은 다이아몬드처럼 귀하다.

LESSON 4
선한 영향력을 전하다

포이리에는 이타적인 삶을 산다. 그의 링네임 더 다이아몬드에서 반짝임은 선한 영향력을 나타내는지도 모른다. 루이지애나주 라피엣 출신인 포이리에는 어린 시절을 가난하게 보냈다.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고 성공한 UFC 파이터. 사실 UFC 세계에선 특별한 일도 아니다. 하지만 자선 재단을 만들어 본격적으로 기부하는 삶을 살아내는 UFC 파이터는 특별하다. 포이리에는 '더 굿 파이트 재단'을 설립하고 지속적으로 다양한 기부 활동을 펼쳤다. 시합 후에 시합에서 착용한 글러브나 바지를 경매로 팔아 기부하는 일은 그의 의례적인 행사. 그냥 기부하는 게 아닌 기부 대상도 세심하다. 남편 잃은 경찰 배우자 가족을 도와주거나, 고향의 장애 아동들이 다니는 초등학교에 놀이터를 지어주는 식이다. 기부를 대하는 포이리에의 마음은 진지하다. 이런 일화가 있다. 무패 챔피언 하빕 누르마고메도프와의 경기에서 패배한 후 기자회견에서 눈물을 흘리며 착잡함을 드러내면서도 함께 기부해준 상대 선수 하빕 누르마고메도프와 UFC 데이나 화이트 대표에게 감사 인사를 잊지 않았다. 물론 감사 인사는 전할 수 있다. 하지만 패배하고 나서 대전 상대에게 바로 전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만큼 기부를 독려하는 포이리에의 진심이 읽힌다. 그의 선한 영향력은 견고한 의지에서도 드러난다. "날 수 없다면 달려가세요. 달릴 수 없다면 걸어가세요. 걸을 수 없다면 기어가세요. 하지만 무엇을 하든 계속 앞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이런 말을 하며 행동으로 보여주는 그의 모습에 가슴이 두근거릴 수밖에 없다. 이타적인 삶은 그 자체로 귀감이 된다. 

LESSON 5
박수 칠 때 떠나다 

포이리에의 은퇴전은 그의 패배로 끝났다. 상대는 UFC BMF 챔피언 맥스 할로웨이. 은퇴전 상대로 이보다 알맞은 사람이 있을까 싶다. 둘 다 UFC 페더급과 라이트급을 오가며 활약했고, 이번이 세 번째 대결이었다. 둘 다 지금 UFC의 인기를 끌어온 간판스타 선수다. 둘 다 화끈하게 난타전을 벌여 관객을 뜨겁게 하는 스타일이다. 사실 포이리에의 은퇴전에서 승패는 중요하지 않았다. 포이리에의 마지막을 맥스 할로웨이가 함께 빛내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경기를 보면서 포이리에의 기량이 이제 쇠락했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여전히 그는 날카로운 펀치를 날렸고, 승기를 잡는 순간도 있었다. 계속 포이리에의 경기를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는 기량이었다. 하지만 그는 은퇴를 결심했다. 밀려나듯 옥타곤에서 멀어져버린 게 아니다. 그가 스스로 옥타곤 밖으로 나가기로 했다. "매번 모든 것을 다해 싸웠고, 승패를 떠나 내 유산에 만족한다." 포이리에는 이 말을 남기고 자신이 고른 은퇴곡 'My Way'가 경기장에 울려 퍼지는 걸 들으며 옥타곤을 떠났다. 'My Way'라니, 그는 마지막 모습까지 가슴을 뜨겁게 했다. 포이리에는 박수 칠 때 떠났다. 마음먹기에 따라 몇 년 더 충분히 활동할 수 있었을 거다. 그럼에도 떠났다. 주체적인 선택이다. 우리는 많은 순간 끌려다닌다.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주저한다.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라는 시구는 여전히 유효하다. 수많은 선택 앞에서 주저하는 우리에게 포이리에는 본을 보였다.

CREDIT INFO
Editor 김종훈
Images 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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