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금융사고까지 공시" 압박에…내부통제도 '글로벌' 안간힘

이병권 기자 2025. 8. 29.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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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은행들이 글로벌 내부통제 전담팀을 신설하는 등 내부통제를 '글로벌' 단위로 확장하고 있다.

해외 법인에서 금융사고가 발생해도 국내 은행에는 공시 의무나 법적 책임이 없지만, 연이은 사고로 인해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내부통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판단이 깔렸다.

반면 글로벌 차원의 내부통제가 안착하면 국내 은행의 해외 법인이 투자자와 현지 감독 당국의 신뢰를 확보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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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은행 해외 점포 금융사고 근절 방안/그래픽=최헌정


국내 은행들이 글로벌 내부통제 전담팀을 신설하는 등 내부통제를 '글로벌' 단위로 확장하고 있다. 해외 법인에서 금융사고가 발생해도 국내 은행에는 공시 의무나 법적 책임이 없지만, 연이은 사고로 인해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내부통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판단이 깔렸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올해 안으로 '글로벌 내부통제업무플랫폼'을 구축할 계획이다. GRC(지배구조·리스크·컴플라이언스) 기반의 통합 시스템을 도입해 해외에서 발생하는 이상 거래까지 자동으로 탐지하고 실시간 모니터링 체계를 운영할 방침이다.

지난 6월 글로벌그룹을 조직 개편하며 별도의 글로벌내부통제지원부를 신설하면서 추진하고 있는 사업이다. 내부통제 전문인력을 충원하고 해외 인사이동을 꼼꼼히 점검해 업무 오류·누락을 방지하기로 했다. 국외 영업점 업무매뉴얼을 새로 마련해 정기 업데이트하는 작업도 병행한다.

다른 은행들도 해외 점포에 대한 감시망을 촘촘히 하고 있다. 김남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은행별 해외법인·지점 금융사고 근절대책'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지난해 5회 실시한 국외 점포 대상 현장 모니터링을 올해 7회로 늘리고 월간 교육자료도 새로 배포했다.

하나은행은 내부통제가 일상에 녹아들 수 있도록 올 하반기 중으로 국외점포 상시감시·자점감사 시스템을 고도화한다. 분기별로 국외점포 직원 대상 '자가진단'을 실시하고 우수 직원에게는 포상을 통해 내부통제 문화 자체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은행들이 이처럼 해외 점포에 대한 통제력을 높이는 배경에는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발생하는 대규모 횡령·배임 사고가 있다. 국외 법인들은 각국의 규제에 맞춰 컴플라이언스를 강화해왔으나 국내 본점이 보다 적극적으로 책임과 영향력을 발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여기에 해외 법인에서 발생한 금융사고를 공시해야 한다는 부담도 더해졌다. 국내 은행은 해외 법인 금융사고에 대해 공시할 의무가 없으나 금융당국은 공시를 권고하고 있어서다. 이에 지난 5월 우리은행이 우리소다라은행(인도네시아), 지난 21일 신한은행이 신한베트남은행에서 발생한 금융사고를 각각 공시했다.

은행권 내부에선 글로벌 단위로 금융사고를 방어해야 하는 흐름이 사실상 추가 규제에 가깝다는 불만도 나온다. 전담 조직 신설부터 시스템 정비와 현장점검에 드는 비용과 인력 부담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국내 내부통제 체계를 해외 기준에 맞춰 녹여내는 것 또한 어려운 과제다.

반면 글로벌 차원의 내부통제가 안착하면 국내 은행의 해외 법인이 투자자와 현지 감독 당국의 신뢰를 확보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그룹 차원의 리스크 관리 능력을 보여주는 신호로 작용할 수 있고 신용평가사와 해외 자금조달 시장에서도 긍정적인 평가가 뒤따를 수 있다는 전망이다.

은행권 고위관계자는 "법적 의무를 넘어서는 부담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지금 같은 분위기에서 본점 차원의 글로벌 통제력을 확립하는 건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라며 "강화되는 규제와 시장 요구 속에서 얼마나 실효성 있게 체계를 잡느냐가 신뢰도를 가를 것"이라고 말했다.

이병권 기자 bk22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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