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영화 어때] 그놈의 왕자가 뭐길래 이렇게까지, 영화 ‘어글리 시스터’

신정선 기자 2025. 8. 29.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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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조선일보 문화부 신정선 기자입니다. ‘그 영화 어때’ 148번째 레터 조용히 2만을 넘긴 영화 ‘어글리 시스터’입니다. 신데렐라의 못생긴 여동생이 왕자와 결혼하기 위해 모든 걸 거는 이야기에요. 블랙 코미디인데 공포스럽기도 하고요. 해석의 여지가 풍부해서 보신 분들에 따라 가져가실 얘기가 다양할 것 같습니다.

영화 얘기 들어가기 전에, 구독자분들께 중요 공지 올립니다. ‘그 영화 어때’ 이사갑니다. 저희 신문 뉴스레터가 개편을 하게 돼서요. 저와 백수진 기자는 계속 ‘그 영화 어때’ 레터를 씁니다. 기존 이메일 구독자분들께 메일로 보내드리고요. 다만, 전처럼 본문을 한 번에 다 보실 수 있는게 아니고, 한두 문단만 배달됩니다. 전체 본문은 이메일에 있는 링크를 타고 조선닷컴으로 들어오셔서 보시는, 그런 형식입니다. 혹시 이런 형식이 번거로우시면 한 번에 보실 수도 있어요. 최근에 ‘그 영화 어때’를 네이버 연재물로 등록했습니다. ‘그 영화 어때’ 네이버 연재 링크는 👉여기(https://naver.me/FZ82SAP3). 이걸 구독해두시면 업데이트 될 때 보실 수 있어요. 아니면 조선닷컴 연재 링크 👉여기(https://www.chosun.com/tag/cinema-review) 있습니다. 번거로우시죠.😁😅대신 저와 백수진 기자가 더 열심히 보내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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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어글리 시스터'/해피송

그럼, ‘어글리 시스터’ 얘기로 들어가볼까요. 신데렐라의 못생긴 여동생이 주인공이라고 하면, 외모 지상주의 비판, 내면의 아름다움이 어쩌고 하는 거구나 하실텐데 꼭 그렇진 않습니다(그렇게 뻔했으면 제가 애초에 레터로 말씀도 안 드렸을듯). 이 영화 등장인물 중에 내면의 아름다움이 두드러지는 사람은 없습니다. 특별한 악인도 없고요. 눈에 띄는 건 그들의 욕망입니다. 각자 원하는 게 분명하거든요.

배경은 19세기 유럽(노르웨이 감독 에밀리 블리치펠트의 데뷔작입니다). 나이 좀 있는 귀족 남성이 딸 하나를 데리고 재혼합니다. 딸 둘 있는 부유한 여성의 돈을 노린 거죠. 그러나 한 치 앞을 모르는 인생, 귀족 남성은 결혼하자마자 급사합니다. 재혼한 여성이 슬퍼하느냐. 아니요. 알고보니 이 여성도 귀족 남성의 돈을 노리고 결혼했거든요. 그런데 또 알고보니 죽은 남성은 돈이 한 푼도 없었습니다. 서로가 서로의 돈을 노렸는데 둘 다 속고 속인 상황. 여자는 열받아서 남편의 장례도 안 치러주고 시신이 썩어가도록 골방에 내버려둡니다. (이 시신은 쿠키에 등장해요. 지막까지 눈여겨봐주세요)

재혼 여성의 두 딸 중 엘비라가 ‘어글리 시스터’, 이 영화 주인공입니다. 엘비라는 꼭 왕자랑 결혼하겠다며 왕자가 썼다는 시집을 애지중지 탐독합니다. 그런 딸에게 던지는 엄마의 한마디. “거울 좀 보렴.” 엘비라는 다소 후덕한 몸매에 미인과는 다소 거리가 멀어보여요. 엘비라와 대조되는 사람이 죽은 귀족 남성의 딸, 아그네스입니다. (얘가 신데렐라예요.) 금발 미인 아그네스는 늦은 밤 마구간에서 마부와 욕망의 시간을 보내다 엘비라에게 발각됩니다. 그래서 구박을 받게 되고, 재투성이 신데렐라가 되는 것이죠.

영화 '어글리 시스터'/해피송

엘비라는 욕망의 대상인 왕자를 얻기 위해 그 어떤 육체적 정신적 시련도 마다하지 않습니다. 예뻐져서 왕자와 결혼하려고 무자비한 성형을 감행하는데, 19세기 성형술이 요즘 같지 않다보니 수술 과정이 참혹합니다. 그 끔찍함을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코며 눈이며… 윽.

살도 빼야하는데 식탐 조절에 실패한 엘비라가 선택한 것이 기생충입니다. 촌충알을 삼킨 엘비라, 살이 빠지긴 하는데 머리도 빠져요. 머리카락이 뭉텅뭉텅 빠져나가 골룸 비슷한 기괴한 모양이 되는데 머리야 가발로 가리면 되니까요. 결정적 문제는 유리구두에서 발생합니다. 신데렐라 원전처럼, 영화 후반부에 왕자가 구두의 임자를 찾으러 나서는데, 신데렐라의 작은 구두가 엘비라 발엔 맞지 않습니다. 왕자를 향한 일념뿐인 엘비라. 어떻게 해야할까요. 그렇습니다. 짐작하시는 바로 그 선택을 하게 됩니다. 윽.

신체 훼손이 영화 주제와 직결돼 있다보니 수위가 높습니다. 청불입니다. 영국 더타임스 기자는 “내가 30년 기자했는데, 그런 나도 고개를 돌렸다”고 썼더군요. 저는 고개를 돌리진 않았지만, 최대한 가늘게, 실눈으로, 양손으로 요령껏 화면을 가려가면서, 손가락 사이로 봤습니다. 처참하고 참담한 엘비라의 선택. 왜 그렇게까지 해야 하는지. 그놈의 왕자가 뭐라고. 그럼 왕자가 그렇게 대단하냐. 아니오. 영화는 아주 분명하게 왕자가 대단히 상스럽고 수준 낮은 인물이라는 걸 보여줍니다. 엘비라가 왕자의 그런 면을 목격하는 장면도 나와요. 다 제쳐두고, 그렇게 해서 왕자를 얻느냐. 그 결론은 영화를 보시고 확인해보시길.

영화 '어글리 시스터'/해피송

엘비라는 어떤 면에선 인간 승리의 표본입니다. 뚱뚱하고 재능도 없다보니 춤 교실에서 “넌 저리 뒤로 가”라며 교사에게 멸시를 당하는데 피나는 노력 끝에 나중엔 결국 센터가 되거든요. 마침내 왕궁 파티에선 왕자에게 춤 상대로 간택도 받습니다. 하지만 그래봤자 뭐하겠어요. 신데렐라가 짜잔하고 나타나는 순간 왕자의 시선은 그녀에게로. 에잇, 더러운 세상이라며 욕하기엔 엘비라 역시 세상의 질서에 누구보다 순응하고 맞춰온 처지.

엘비라가 스스로 주입했던 미몽에서 깨어나 자기자신으로 다시 태어나기 위해선 뱉어내야할 게 있었습니다. 네, 제가 위에 말씀드린 ‘그것’입니다. 이 장면도 좀 끔찍할 수 있는데 영화 중반부터 계속 암시를 하니 미리 마음의 준비를.

세상의 많은 엘비라, 자신도 모르는 자신의 욕망에 포박된 이들이 자유롭게, 저 멀리, 새로운 길을 찾아 떠나기를 응원하며, 저는 다음 레터에서 뵙겠습니다. 위에 말씀드린 레터 구독 링크 추가 잊지 마시고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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