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물길·물그릇 없애 기후재난 초래···이제는 '복원의 시간'

이삼섭 2025. 8. 29.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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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길 잃은 광주, 방치된 해법 <하> 도시 생명줄 되찾자
도시홍수 주기 짧아지고 폭염 일수 매년 늘어나
'지속성' 고려하지 않은 땜질식 도시계획이 초래
"도시 전체를 살아 있는 인프라로 바꾸는 전환 필요"
주요 도시들, 물순환 회복해 침수·열섬 동시에 완화
하수관거 정비·복개 해체·투수포장 확대 필요
1946년 만수위가 된 경양방죽 전경. 경양방죽은 광주 계림동에 있던 저수지로 광주천과 경양지천, 동계천 등 광주천 지류하천 물을 가두며 홍수 조절 역할을 했다. 1960년대 경양방죽을 매립함에 따라 집중호우 때마다 상습 침수가 발생하고 있다. 광주시

이상기후가 '상수'가 되면서 기후재난 빈도가 늘어나고 있다. 광주연구원에 따르면 광주 도시홍수 발생 주기가 기존 4~6년에서 최근 1~2년으로 줄었다. 폭염 일수 또한 매년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집중호우와 폭염이 번갈아 가면서 도시에 막대한 피해를 입힌다. 막대한 물적 피해는 물론, 직·간접적 인명 피해로도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광주를 덮친 기후 재난의 근본 원인은 단순한 기상이변이 아니라, 도시 확장 과정에서 지속성을 고려하지 않은 도시계획에 따른 인재(人災)에 가깝다.

물길을 콘크리트로 덮어 도로로 만들고, 물그릇을 메워 주거단지를 만든 폐해로 집중호우 때마다 침수 피해를 겪고 있다. 물길과 물그릇이 사라지면서 도심 온도가 올라가는 '열섬 현상'(Heat Island)마저 심해졌다. 결국 도시가 물을 머금지 못하는 구조로 왜곡되면서 도시의 회복력이 약화되고, 반복적 침수와 열섬으로 이어지는 현상이 앞선 보도(무등일보 7월 24일·8월 18·26일 자 등)에서 드러났다.

그러나 반복된 도시 홍수에도, 뻔히 보이는 폭염 피해에도 불구하고 행정 당국은 그동안 도심의 기후 회복성에 놀랍도록 무관심으로 일관했다. 타 지자체가 사활을 걸고 복개를 걷어내고 물길을 복원하는 동안에도 방관하기만 했다.

오랜 시간 이어진 복개하천을 생태하천으로 복원해야 한다는 목소리에도, 투수층을 확대하고 빗물 저류시설을 최대한 많이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에도 응답하지 않았다.

투입하는 비용 대비 눈에 띄는 행적도 아닐뿐더러, 차로를 없애는 데 따른 민원 부담이 큰 것도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최근 이어진 극한호우 피해에 행정 당국은 도시홍수 피해를 막겠다며 이것저것 대규모 토목 사업들을 제시했다. 그러나 '물순환' 도시라는 본질적 처방은 외면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전문가들은 단일 대형 토목사업이 아니라 도시 전체를 살아 있는 인프라로 바꾸는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눈앞의 침수 피해나 기후 재난을 대응하는 대책이 아니라, 추후 예측 불가능한 재난에서도 도시 회복성이 유지되는 근본 대책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지적한다.
집중호우 때마다 침수 피해를 입는 신안교 일대 주택. 주택과 도로로 뒤덮인 도심에서 빗물이 지하로 스며들지 않고 우수관을 통해 하천으로 일시에 쏟아지면서 도시홍수가 발생하고 있다. 빗물을 지하에 가둘 수 있도록 '투수층'을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됨에도 행정 당국의 무관심 속에서 개선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물길·물그릇 없앤 광주, 기후재난 자초

광주는 무등산 자락에서 발원한 광주천이 영산강으로 합류하는 지점을 따라 도시가 확장했다. 광산구를 제외한 동·서·남·북구를 광주천이 관통하고, 광주천 지류가 핏줄처럼 구석구석 뻗었다. 광주의 옛 지명이 물이 많다는 의미의 '물들'(현재 무등)이라는 설이 나오는 이유다.

그러나 1970년대 이후 광주천 본류를 제외하고 대부분 하천을 복개한 뒤 폐천했다. 복개한 하천은 총 15곳으로 하천 연장은 6만941m, 복개 길이는 4만1천816m다. 광주 총 35개 하천 중 절반에 이른다.

또 홍수 조절을 하던 경양방죽을 매립해 도로와 주거단지로 만들었다. 경양방죽은 수심이 10m, 면적이 20만㎡로 여름철 장마 때면 광주천과 지류 하천으로 모인 빗물을 가뒀다. 단순 계산으로 200만t의 빗물 가둘 수 있는 물그릇으로, 올림픽 규격 수영장 800개를 채울 수 있는 양이다. 서방천 일대 상습 침수를 막기 위해 690억원을 투입해 설치 중인 빗물 저류조 3곳의 용량은 6만9천700t에 불과하다.

빗물이 자유롭고 넓게 흐를 수 있는 길도 사라지고, 순식간에 내리는 많은 비를 가둘 그릇도 사라진 셈이다. 그 결과 광주 도심 홍수가 빈번하게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집중호우 땐 복개하천 내 좁은 관로에 물들이 한꺼번에 쏟아지면서 병목 현상이 생기고 역류가 발생한다. 또 경양방죽이 사라진 탓에 광주 도심 전역에 내린 비가 광주천으로 쏟아지면서 과부하가 걸린다. 이는 다시 광주천과 우수관로 수압 차를 일으키면서 우수관로의 물을 흡수하지 못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그에 더해 온 도심이 빗물이 통과하지 못하는 콘크리트로 덮였다. 이른바 '투수층'이 줄어들면서 수많은 빗물이 지하로 흡수되지 않고 곧바로 우수관로로 들어가면서 우수관로와 광주천에 과부하를 주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것이 광주의 물순환 체계가 깨지며 도시홍수가 '상수'가 된 이유다.

더군다나 도심의 하천이 사라지고 콘크리트로 덮이면서 열섬 현상이 심해졌다. 하천은 수변 냉각 효과와 식물의 증산 작용 등으로 인근 도심 온도를 낮춘다. 실제 청계천 주변 도심 기온은 최대 2도에서 3도까지 낮아졌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폭염은 폭우보다 더 많은 인명 피해를 초래한다.
2025년 7월17일 오후 광주 서구 양동복개상가 인근 태평교 밑으로 흐르는 광주천 강물이 범람 수위까지 도달한 모습. 광주 도심 투수층이 사라지면서 빗물이 일시에 광주천으로 쏟아진 결과 도시홍수 위험에 상시 노출돼 있다. 뉴시스

◆주요 도시들 "생태하천을 복원하라"

광주와 마찬가지로 도시 확대 과정에서 수십년간 하천을 덮어 왔던 국내 여러 도시는 물길을 복원했거나, 복원 중이다. 기후위기 시대에 도시 회복력을 키울 뿐만 아니라 시민 삶의 질을 높이는 방안으로 '생태하천'이 주목받고 있어서다.
서울 청계천은 복개하천에서 생태하천으로 복원된 대표적 사례다. 2025년 8월 24일 청계천에서 시민들이 여전히 이어지는 더위를 식히고 있다. 뉴시스

국내 복개하천 대표 사례는 단연 서울 청계천이다. 1960년대 산업화 시기 복개했던 청계천은 2003년부터 2005년까지 2년에 걸쳐 원래의 물길을 되찾았다. 총 5.8㎞ 구간에 걸친 생태 하천이 복원되자 순식간에 서울 명소로 떠올랐다. 홍수 예방과 열섬 완화는 물론, 콘크리트 도심 속 오아시스로서 시민들의 쉼터로 변모했다. 그러면서 현재까지도 도심 재생의 상징으로 지목된다.

대전시 또한 지난 2003년부터 '대전 3대 하천 생태복원사업'을 통해 광주의 광주천과 비슷한 역할을 하는 대전천에 대해 복개 구간과 이를 지지하던 콘크리트를 걷어내 물길을 다시 이었다. 중앙데파트와 홍명상가를 35년만에 철거하고, 하천 흐름을 방해하던 교각도 제거했다. 대신 이 자리에 징검다리나 분수와 같은 친수시설을 설치했다. 가장 중요한 수질을 정화하는 작업 또한 이뤄졌다.

제주특별자치도의 경우 국내에서 가장 먼저 복개 철거 사업을 진행했다. 복개 구조물에 악취와 홍수가 빈번하던 산지천을 자연형으로 복원했다. 당시 474m를 복원하는데 363억원이라는 막대한 비용이 논란이 됐고, 복개 철거 과정에서 주민들의 극심한 반발도 있었다. 그러나 생태하천으로 복원한 뒤 건지천을 중심으로 시민들이 모여들면서 도심 휴식처와 자부심 있는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정명철 전 국가건축정책위원(건축사)은 "지난 수십년간 광주는 개발과 효율을 이유로 하천을 덮고 도로와 주차장을 만든 결과, 물길을 잃어버린 광주는 급격한 폭우를 감당하지 못해 재난에 노출됐다"며 "복개된 하천을 열고 물길을 되살려 도시 전체 온도 상승을 저감하고, 물순환 체계를 강화해 홍수와 가뭄 등을 예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복개된 하천을 개방해 자연과 사람이 공존하는 생태도시 광주로의 변화가 필요한 때"라며 "세계는 이미 도시를 재설계하고 있다. 일본 도쿄, 독일 함부르크, 미국 샌안토니오 등은 복개하천을 다시 되살려 생태도시로 거듭났다"고 설명했다.
2025년 7월 17일 광주 북구청사거리 앞 용봉로에 물이 범람한 모습. 복개하천 내 좁은 관로로 빗물이 흐르질 못하면서 도시홍수가 발생했다. 양광삼기자 ygs02@mdilbo.com

◆하수관거 재정비 선행 必…'물순환' 중장기 로드맵 세워야

그러나 난관도 만만치 않다. 생태하천으로 복원한다고 하더라도 광주 도심의 우오수관 분류식 정비가 제대로 돼 있지 않다 보니 악취 문제가 불보듯 뻔하다. 이 때문에 광주시가 우오수관 재정비를 선행적으로 추진한 뒤 다음 과제로 복개하천을 생태하천으로 복원하는 '단계적 로드맵'을 세워야 한다는 조언이다.

윤희철 한국지속가능발전센터장(도시지역개발학 박사)은 "생태하천으로 복원한다고 하더라도 먼저 물을 맑게 하지 않으면 지속적으로 (악취가) 문제 될 수밖에 없다"면서 "(이번 침수 피해를 계기로) 이 기회에 구도심의 하수관거를 전부 다 정리해야 한다. 이 문제가 선행되지 않고서는 다른 물순환 시스템을 회복하는 건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천문학적인 사업비 마련 또한 풀어야 할 숙제다. 2003년부터 2년간 진행된 청계천 복원사업에 당시 3천800억원 정도가 투입됐다. 경우에 따라 지하매설물 보상, 인프라 재배치 등이 수반되는 도심 하천의 경우 통상 1㎞당 1천억원가량이 필요한 것으로 예상된다. 지방자치단체들은 대규모 국비 지원 없이 장기적 로드맵을 세우기 어려운 상황이다.

더군다나 국가하천의 경우 국비 보조를 받을 수 있지만 지방하천의 경우 국비를 지원받을 수 없다. 경기 군포시는 최근 복개하천인 산본천을 생태하천으로 복원하려다가 정부가 '국가하천이 아니라서 지원할 수 없다'고 밝히면서 추진에 제동이 걸린 상태다. 또 도심 교통량 처리 문제와 주변 상권 반발도 복원 과정에서 풀어야 할 과제다.

이 때문에 정 건축사는 막대한 예산은 광주시가 감당할 수 없기에 국가균형발전특별회계나 환경부 도심하천 복원사업, 특별법 등을 통해 국가재정을 확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방천과 함께 생태하천 복원 목소리가 높은 동계천의 경우 인근 재개발과 함께 연계하면 적은 비용으로 가능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동구 동계천 인근은 북동 재개발, 누문동 재개발을 비롯한 여러 개발사업이 진행 중이다. 홍기월 광주시의원 또한 동계천 일부 복원을 주장하며, "동계천 분류식화 예정 시기를 앞당기고 수질 유지를 위한 유지용수 확보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경호 전 광주시 물순환위원회 위원은 최근 국회에서 열린 광주 침수 대책 토론회에서 단계적 복개하천 복원 로드맵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단기(1~5년)적으로는 서창천과 소태천 등 분류식 하수처리가 된 복개하천에 대해, 중기(6~10년)적으로는 서방천과 동계천 등 주요 복개구간에 대해 복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 센터장은 "광주의 기후재난에 대응하는 전략은 빗물 한방울까지 도시의 재생, 활력과 연결되는 구조여야 한다. 기후위기 시대에 시민과 도시가 함께 살아남는 해법은 도시 전체의 변화에 있다"고 강조했다.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최류빈기자 rub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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