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용 로카티, 왜 민간인이 열광하지?
10대들의 단체복·2030 세대 운동복
“요즘 군대 캠프 가는 게 유행인가요?”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이다. 등판에 ‘KOREA ARMY’라는 큼직한 글씨가 새겨진 티셔츠를 입은 10·20세대의 모습이 잇따라 포착되면서 생긴 오해였다. 문제의 주인공은 육군 티셔츠, 일명 ‘로카티’다.

PX 패션, 거리로 나오다
로카티는 원래 군 장병 납품용으로 제작된 티셔츠다. 앞면 왼쪽 가슴에는 육군을 의미하는 ‘R.O.K.A(Republic Of Korea Army)’ 로고가, 오른쪽 소매와 등판에는 각각 태극기와 ‘KOREA ARMY’ 글씨가 자리한다. 육군 외에도 공군의 ‘로카프티(R.O.K.A.F, Republic Of Korea Air Force)’, 해군의 ‘로큰티(R.O.K.N, Republic Of Korea Navy)’가 존재한다.
군 관계자에 따르면 해당 제품은 흡습·속건 기능이 뛰어난 쿨맥스 소재로 만들어져 시원하고, 네크라인과 소매 끝단을 강화한 마감 처리 덕분에 오래 입어도 형태가 변형되지 않는다. 또한 1만원 초반대의 합리적인 가격과 간결한 디자인에 군필자에게는 ‘제대 후에도 찾게 되는 편한 티셔츠’로 꼽힌다.
믿고 입을 수 있는 근무복이자 추억이 깃든 상징물로 각인된 로카티는 검증된 티셔츠였다. 이런 신뢰감은 자연스럽게 부대를 넘어 일상으로 이어졌다. 외출용 군 가방인 출타 가방, 초록색 슬리퍼와 함께 ‘곰신(군대에 간 남자친구를 기다리는 연인)들의 필수품’으로 스며들었고, 군 복무 중인 가족을 둔 민간인 사이에서도 ‘실용적인 PX 기념품’으로 인식됐다.
이어 SNS를 통해 아이돌 멤버들의 사복 패션으로 존재감을 넓힌 로카티는, 군용 티셔츠라는 본래 의미를 넘어 하나의 스트리트 패션 아이템으로 급부상했다. 특히 BTS 팬덤 ‘아미(ARMY)’와 이름이 맞물리며 일부 팬들은 응원 굿즈처럼 소비하는 재미까지 붙였다.

정품의 희소성, 가치를 높이다
로카티의 매력은 군용 특유의 깔끔한 실루엣을 유지하면서도 일상복처럼 편하게 입을 수 있다는 점이다. 상황에 따라 자유롭게 스타일링할 수 있어 젠지 세대 사이 ‘일상 속 유니폼’으로 불린다.
20·30세대는 청바지, 조거 팬츠, 운동복, 스니커즈 등 기본 아이템과 매치해 편안하면서도 트렌디한 스타일을 선보인다. SNS에는 ‘#로카티코디’ 해시태그와 함께 착용샷과 스타일링 방법이 활발히 공유되고, ‘생활 밀착형 아이템’으로 구매를 이어가는 이들도 적지 않다.
10대 학생들도 교복 위에 레이어드하거나 동아리·체육대회 단체복으로 활용하는 추세다. 개성과 소속감을 살리면서 활동성을 해치지 않고, 군용 문구와 태극기 디자인이 자연스럽게 애국심까지 담아 만족도가 높다.
폭넓게 사랑받는 ‘핫템’이지만,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아이템은 아니다. 현재 로카티는 국군복지단 입찰을 통과한 업체에서 제작돼 PX에서만 제한적으로 판매된다. 다만 ‘R.O.K.A’ 문구는 공적 성격을 띠어 상표권 보호 대상에서 제외돼 시중에는 유사 디자인 사제품이 다수 유통되고 있다.
이러한 배경 덕분에 정품 로카티를 소유하는 경험은 단순한 티셔츠 소비를 넘어 하나의 문화적 경험으로 받아들여진다. 김선영 패션평론가는 “‘진짜 밀리터리 룩’이라는 정체성과 제한된 유통이 패션적 가치와 개성을 충족시킨다”며 “특히 사제품과 구별되는 정품이 가진 맥락은 젠지 세대가 중요시하는 ‘진정성’과 맞물려 사회적 상징으로도 기능한다”고 분석했다.
김지윤 기자 ju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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