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포대교 자살 막은 상담사 “힘내란 말 절대 안해” [따만사]

여성들은 고개를 내밀어 강물을 내려다보다가 난간을 타고 오르려 했다.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이들을 본 정 씨는 ‘자살을 시도하려는 것’임을 직감했다. 한양대병원 생명사랑위기대응센터(이하 한양대병원 대응센터)에서 자살시도자를 대상으로 상담을 진행하는 ‘사례관리자’로 일하던 그는 곧장 달려가 한 명을 끌어안았고, 함께 있던 친구는 다른 여성의 발목을 붙잡았다.
이 과정에서 여성들은 “가족도, 집도 없다. 그냥 죽겠다”며 몸부림쳤다. 정 씨가 붙잡고 있던 여성은 “차도로 갈게요”라며 거세게 저항하기도 했다. 결국 경찰과 119가 도착해 상황은 종료됐다.
24시간 운영되는 한양대학교 생명사랑위기대응센터

정선아 씨는 “마포대교에서 자살시도 여성들을 막은건 업무의 연장선이라고 본다”며 “그때는 아무생각도 안났지만 다시 눈앞에서 그런일이 발생한다 해도 막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가 일하는 한양대병원 대응센터는 서울시 종합병원 가운데 유일하게 연중무휴 24시간 체계로 운영된다. 응급실로 이송된 자살시도자는 반드시 상담을 거쳐야 하고, 이후 한 달에서 석 달간 사후 관리가 이뤄진다.
정선아 씨는 “자살시도로 응급실에 온 분은 한 달 이내 재시도 위험이 크다”며 “퇴원 후엔 전화를 걸어 일상과 식사, 기분 등을 묻는다. 일상 대화를 통해 삶의 끈을 이어주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순간의 선택, 평생의 상처 남겨”
정선아 씨는 최근 번개탄을 피워 자살을 시도한 남성을 만났다. 그는 창문과 환기구를 막고, 심지어 몸까지 좌석에 테이프로 묶었다. 끝내 불길이 옮겨 붙으면서 다리를 절단해야 했다.
그는 “그분은 상담 중 다시는 자살을 시도하지 않겠다고 말했지만, 한순간의 선택이 평생의 상처로 남았다. 퇴원 후 정신적 재활뿐만 아니라 물리적 재활까지 해야할 것을 생각하니 마음이 무거웠다”며 안타까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매년 600명 이상 관리…“가끔은 죄책감에 시달려”

그러나 모든 경우를 막아내지는 못한다. 그는 “사후 관리 대상자에게 전화를 걸었을 때 이미 세상에 없다는 말을 들으면 죄책감이 든다. 내가 한 번 더 연락했더라면… 하는 후회가 남는다”고 말했다.
다행히 같은 일을 하는 동료들이 있어 서로의 상처를 보듬는다. “가족이나 친구보다는 같은 업무를 겪는 동료들이 위로를 더 잘해준다”고 했다.
실무적인 어려움도 있다. 정선아 씨는 “상담을 하다가 나 자신의 한마디 때문에 상담 대상자가 다시 자살시도를 할 수 있다는 두려움이 있다”며 “우리같은 사례관리자가 불안감을 극복하고 완만하게 흘러보낼 수 있도록 하는 교육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담당환자들이 100명 이상이 되면서 인력충원 시급하다는 점과 고용 안정성 등의 문제를 추가로 언급하기도 했다.
“힘내라는 말보다 작은 관심이 필요”

그는 “죽음을 언급하는 이에게 ‘지금 죽으면 가족은 누가 책임지나’ 같은 말도 위험하다”며 “작은 관심과 일상의 대화로 자존감을 되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부분 자살시도자들은 말을 아끼고 혼자 생각이 많아요. 작은 관심이 삶의 이유를 오늘 하루에 집중하게 만들어요. 그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입니다.”
■ ‘따뜻한 세상을 만들어가는 사람들’(따만사)은 기부와 봉사로 나눔을 실천하는 사람들, 자기 몸을 아끼지 않고 위기에 빠진 타인을 도운 의인들, 사회적 약자를 위해 공간을 만드는 사람들 등 우리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이웃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주변에 숨겨진 ‘따만사’가 있으면 메일(ddamansa@donga.com) 주세요.
최재호 기자 cjh12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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