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검찰 내부는 그저 ‘침묵’…“검찰개혁, 올 것이 왔다” 무력감

이태준 기자 2025. 8. 29.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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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 반대하던 수뇌부 대거 사임하며 ‘구심점’ 잃어…“검찰 잘한 것 없다” 성찰도
일선 검사들, 일부러 검찰개혁 얘기 피해…내부망도 조용

(시사저널=이태준 기자)

정부와 여당이 추석 전 검찰 개혁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공개적으로 표명함에 따라 위원회 심사 단계에 있는 법안들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이들 법안이 본회의 심의에 넘어가면 검찰 개혁은 본궤도에 오르게 되고, 정부에 이송돼 공표 단계를 거치면 검찰청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된다.

시사저널 취재를 종합하면, 현재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공소청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과 정청래 대표가 대표발의한 '검찰청법 일부개정법률안', 민형배 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은 본회의 심의 직전 단계에 있다. 이들 법안은 9월25일 처리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여당이 8월21일 만찬 자리에서 이를 9월 본회의에서 해결하겠다고 밝히면서다.

검찰 밖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강하게 나오고 있다. 검찰 개혁 찬성론자로 꼽혔던 김예원 장애인권법센터 변호사조차도 "입법 순서상 본말이 전도돼 있다"며 "형사 절차의 기본법인 형사소송법과 신설 수사절차법에 대한 체계자구심사도 거치지 않은 채 수사기관을 완전히 재편하는 법안부터 통과시키면 실무상 혼란이 극심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사저널 박정훈

"검찰 악마화된 상황, 의견 밝히기 쉽지 않아"

그러나 정작 개혁 당사자인 검찰 내부에선 "올 것이 왔다"며 비교적 차분한 모습이다. 검찰 개혁에 적극적으로 반대 입장을 피력했던 검찰 수뇌부가 대거 사임하면서 구심점을 잃었다는 해석이 뒤따른다. 수도권의 한 부장검사는 "현 상황에서 목소리를 내더라도 '(검찰 개혁 반대 주장에) 힘이 실리겠나'라는 생각을 다들 한다. 실제로 검찰이 잘한 것도 없다"며 "윤석열 정부 3년간 자행했던 표적 수사에 대해 침묵했던 것도 사실이다 보니, 현재 진행되는 검찰 개혁에 대해 무기력한 분위기"라고 토로했다.

수도권의 다른 부장검사는 "경찰이 미처 보지 못했던 부분을 보완수사를 통해 사건을 처리하는 경우도 많았는데, 앞으론 검찰 개혁으로 인해 보완수사권도 없어지게 생겼다"며 "변호사를 선임할 돈이 없는 서민들만 피해를 보게 된 상황인데, 누구 하나 나서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했다.

평검사들은 위축된 모습이 역력하다. 재경지검의 한 검사는 "일선 검사들끼리 모이면 일부러 검찰 개혁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도리어 '주어진 일만 열심히 하자'는 분위기가 더 팽배한 것 같다"고 전했다. 재경지검의 다른 검사는 "특검 출범 후 중앙지검의 경우 검사가 25명 순감됐다. 정원의 10분의 1이 빠진 셈"이라며 "사건은 그대로인데 인원이 감소해 배당된 사건을 처리하기에 급급하다"고 했다.

검찰이 위기에 놓일 때마다 다양한 의견이 표출됐던 내부망(이프로스)에도 이렇다 할 게시글이 올라오지 않고 있다. 8월1일 김성훈 대전고검 검사가 '검찰 수사·기소 분리' 방안에 대해 "소송 구조에 대한 이해 부족과 번역상 오류에 기인한 것"이라고 비판한 것이 가장 최근의 일이다. 이 같은 세태에 대해 수도권의 한 부장검사는 "검찰이 악마화된 상황에서 검찰 개혁 반대 목소리를 내는 검사만 악마로 낙인찍히게 되는 분위기"라며 "선뜻 자신의 의견을 밝히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검찰 '엑소더스(Exodus·대탈출)'가 이미 시작됐다는 분석도 있다. 올해 일반 법관 임용 예정자 중 검사 출신이 32명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는 법관인사위원회의 심사 결과가 그 예다. 차·부장검사들도 검찰 이탈 행렬에 합류했다. 김영철서울북부지검 차장검사(사법연수원 33기)와 호승진 대검찰청 디지털수사과장(37기), 김종현 대검찰청 공공수사기획관(33기)이 8월25일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사직의 뜻을 밝힌 것이 대표적이다. 

4대 수사기관 힘 겨루기 본격화할 전망

검찰이 해체되면 일선 검사들은 중수청 혹은 공소청 사이에서 자신의 진로를 택해야 한다. 중수청으로 간다면 수사관으로 근무해야 하고, 공소청으로 가면 검사로 일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공소청에 대한 선호도가 상대적으로 높을 것이라는 의견에 힘이 실린다. 재경지검의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대다수 검사는 직업에 대한 자부심이 높다. 공소청에 못 가게 돼 중수청에서 근무해야 할 경우 사직을 택하는 검사가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고 했다.

검찰 개혁 이후 예상되는 변화는 또 있다. 중수청과 공소청 그리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경찰 간 힘 겨루기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지금 당장은 3특검(내란·김건희·순직해병) 수사 때문에 이들 기관에 대한 관심도가 낮지만, 늦어도 내년 초 특검 수사가 마무리될 경우 수사기관 간 성과 경쟁이 불붙게 되면 수사 불똥이 야권으로 튈 수도 있다. 특히 국민의힘 주요 정치인과 관련된 고소, 고발 건에 대한 수사 진행 속도가 빨라질 가능성이 있다. 수도권의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공수처의 윤석열 전 대통령 체포 과정이 문제가 돼 윤 전 대통령이 석방되는 상황이 발생했던 점을 잊어선 안 된다. 차후에 수사기관 간 충돌이 생길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도 교통정리를 충분히 해야 한다"고 했다.

미완의 검찰 개혁 후폭풍이 법원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도 있다. 검경 수사권 조정 후 제출된 증거에 허점이 많은 상태로 기소된 사례가 많아 재판장이 증인을 한 명 한 명 다 부르며 기록을 재검토하는 경우가 많아진 것이 그 예다. 서울에서 근무하는 한 형사사건 전문 변호사는 "법관들 사이에서 '내가 수사를 하는 것 같다'는 말이 화자될 정도"라며 "형사소송 절차와 수사기관 개편은 부작용이 많기에 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하는데, 근시안적으로 해결하려는 모습이 걱정된다"고 했다.

변수는 있다. 검찰 개혁 추진에 대해서는 당정이 의견을 같이하지만, 세부 사항을 놓고는 일부 차이를 보이면서다. 최근 민주당과 법무부가 검찰 개혁 방안에 대한 비공개 당정 회의에서 중수청을 어디 소속으로 할지를 두고 여러 차례 이견을 드러낸 것이 대표적이다. 민주당이 본회의 처리를 예고한 9월25일까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려면, 중수청을 행안부에 둘지 법무부에 둘지를 결정해 법안에 담아야 하는데 당정이 정면충돌하면서 법안 발의도 늦어지고 있다.

검찰 개혁을 주장하는 여권 강성 지지층에선 당정이 검찰 개혁을 두고 충돌을 이어간다면, 그 자체로 검사들의 결집 명분을 만들어줄 수 있다고 우려한다. 반면 신중론을 주장하는 법조계 일각에서는 자칫 여당의 밀어붙이기가 민생수사 부실 등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며 법무부의 문제 제기에 동조하는 분위기다. 조기 검찰 해체를 외치는 검찰 개혁 속도론과 법안의 정교함을 강조하는 신중론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당정 간 이견 조율 과정이 검찰의 운명을 좌우할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한편 8월28일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당에서 잘 결정되는 대로 잘 논의해 따라갈 것이다. 이견은 없다"며 당정 간 충돌설이 불거지는 것에 대해 경계하는 목소리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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