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일찍 온 손님, 밀탑의 두바이 진출 도전기 [파일럿 Johan의 아라비안나이트]
“예전에 밀탑이 두바이에서 철수했다던데 사실이에요?”
최근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 한식당을 준비하고 있다는 사업가가 건넨 질문이다. 이 빙수만 생각하면 여러가지로 참으로 안타까운 기억만 난다. 한국에서 백화점에서 오랫동안 줄을 서야 겨우 먹었던 밀탑 빙수가 왜 두바이에서는 끝내 살아남지 못했을까.
밀탑은 지난 2021년 전후로 두바이 라메르(La Mer) 지점 문을 닫고 조용히 철수했다. 오래전부터 한국 프리미엄 빙수의 대명사였고, UAE 교민 사회에서도 한때 반가움의 상징이었던 매장이었다. 나 역시 “두바이에 한국 빙수 맛집이 생겼네”라며 좋아했던 기억이 난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였을까.

더 큰 문제는 계절성이었다. 한국에서야 ‘빙수=여름 디저트’가 성립하지만, 두바이는 다르다. 6월부터 9월까지 기온이 45도를 넘나드는 여름에는 사람들이 아예 바깥에 나오지 않는다. 해변 상권은 겨울(11~3월)에만 붐비고 나머지 기간은 텅 비어버린다. 빙수가 제철이어야 할 때 오히려 손님이 없는 아이러니였다.
당시를 기억하는 한 두바이 교민은 “여름에 라메르 갔더니 우리밖에 없었다”며 “밖이 너무 더워서 얼른 아무 카페나 들어갔는데 에어컨을 너무 세게 틀어놔서 또 너무 추웠던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스타벅스 커피가 20디르함인데 얼음 갈아넣은 디저트가 50디르함이면 누가 먹어요? 차라리 하겐다즈 아이스크림 두 개 사 먹죠.”
운도 없었다. 지금이야 각종 K-푸드가 인기를 끌고 있지만 당시만 해도 인절미, 단팥 같은 토핑은 현지인에게 낯설었고 때로는 부정적인 반응까지 불러왔다. “떡이 왜 이렇게 쫄깃해요? 씹다가 질려요”라는 반응부터 “왜 디저트에 콩이 들어가느냐”는 질문까지. 한국인에게는 당연한 조합이 외국인에게는 이해하기 어려운 음식이었다.
여기에 이미 두바이 디저트 시장은 레드오션이었다. 하겐다즈, 고디바, 배스킨라빈스 같은 글로벌 브랜드가 주요 상권을 장악하고 있었고, 필리핀의 할로할로, 대만의 쉐이브아이스, 태국의 망고스티키라이스 등 아시아권 디저트도 이미 자리잡고 있었다. K-빙수 하나만으로는 차별성을 만들기 어려운 구조였다.

“포장해서 집에 가져왔는데 도착했을 때는 우유 국물이 돼 있었어요. 얼음은 다 녹고 팥만 동동 떠있더라고요.” 당시 밀탑에서 테이크아웃을 했던 교민의 경험담이다.
포장 용기도 문제였다. 한국처럼 특수 포장 기술이 발달하지 않은 상황에서 50도에 육박하는 날씨를 견디며 빙수를 집까지 가져간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결국 밀탑은 2021년 전후로 조용히 철수했다. 공식 발표도 없었다. 어느 날 갑자기 문이 닫혀 있었고, 그 자리엔 다른 카페가 들어섰다.

무엇보다 현지화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는 점이다. 인절미나 팥 같은 한국 전통 재료보다는 망고, 초콜릿, 딸기처럼 현지인이 익숙한 맛부터 시작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낯선 것을 강요하지 않고 익숙한 것부터 시작해 점차 한국적인 맛을 소개하는 전략도 때로는 필요하다.
여기에 입지 선정은 성공의 절반을 좌우한다. 아무리 좋은 제품도 사람이 없으면 소용없다. 두바이몰, JBR, 시티워크처럼 사계절 내내 유동인구가 많은 곳이 좋다. 특히 대중교통 접근성은 필수 체크 사항이다.
가격 전략도 완전히 다시 짜야 한다. 현지 소비자들이 비슷한 디저트에 얼마를 쓰는지, 경쟁 브랜드는 어떤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는지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때로는 프리미엄 이미지를 포기하고 대중적 가격으로 시장에 진입하는 것이 더 현명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문화적 맥락을 설명하는 스토리텔링이 필요하다. 떡을 단순히 ‘Korean rice cake’라고 번역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왜 한국인들이 이 쫄깃한 식감을 좋아하는지, 팥이 단순한 콩이 아니라 어떻게 달콤한 디저트가 되는지, 빙수가 한국인에게 어떤 추억과 의미를 담고 있는지 이야기를 들려줘야 한다. 음식은 단순한 맛이 아니라 문화이고 경험이기 때문이다.

사실 밀탑은 운이 많이 없었다. ‘오징어게임’이 세계를 휩쓸고, ‘케데헌’이 빌보드를 점령하고, 아랍 젊은이들이 K-드라마에 열광하는 지금 진출했더라면 어땠을까. 한류가 본격적으로 중동에 상륙하기 직전, 그리고 코로나19라는 예상치 못한 글로벌 재앙까지 겹친 최악의 타이밍이었다.
하지만 밀탑 같은 선구자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K-푸드 열풍이 가능했는지도 모른다. 이제는 김치, 떡볶이, 고추장을 설명 없이 아는 아랍인이 늘었다. 두바이 곳곳에 한국 마트가 생기고, 룰루나 까르푸 같은 대형마트에도 한국 식품 코너가 따로 있다. ‘Korea BBQ’는 ‘스시’처럼 하나의 고유명사가 됐고, 최근에는 한국 길거리 음식을 컨셉으로 한 컵밥 브랜드까지 두바이에 상륙했다.

언젠가 다시 두바이 어딘가에서 밀탑을 만날 수 있을까? 밀탑이 아니더라도 우리 정서를 온전히 담은 K-디저트를 제대로 맛볼 수 있는 그날이 오기를, 그리고 이번에는 더 좋은 모습으로 오기를 조용히 기다려본다. 중동 시장은 여전히 K-푸드를, 그리고 그 안에 담긴 한국의 이야기를 기다리고 있다.
※ 도움말 및 참고자료 =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라메르 상권 분석 리포트, 두바이 F&B 시장 동향 2019-2023년 자료, 현지 한식당 운영자 및 실무진 인터뷰, 코트라 두바이 무역관, 두바이 관광청 자료
[원요환 UAE항공사 파일럿 (前매일경제 기자)]
john.won32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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