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B 업계의 사회적 고용 모델 개척할 것" 허요셉 힘난다 버거 대표

2025. 8. 29.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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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B 업계의 사회적 고용 모델 개척할 것″ 허요셉 힘난다 버거 대표
2020년 힘난다 버거 사업 개시 첫해 이어진 한 장애인 점주와의 인연은 5년 후 기업의 정체성을 바꾸는 나비효과가 됐다. 힘난다 버거는 올해 하반기부터 대대적인 장애인의 매장 창업과 고용을 계획하며 ‘임팩트 프랜차이즈 기업’으로의 전환을 공식화했다. 힘난다가 추진하고 있는 ‘임팩트 매장’은 소셜 임팩트, 즉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매장으로 장애인 등 사회적 취약 계층에 창업과 취업의 기회를 여는 고용 모델이다.

29일 만난 힘난다 버거 허요셉 대표는 “변화의 배경에는 ‘사람을 건강하게 하자’는 기업 철학이 있습니다. 여기서 건강은 단순히 영양학적인 의미만을 뜻하지 않습니다. 소외된 부분을 살펴 건강한 사회에 보탬이 되겠다는 뜻도 포함되어 있죠.”라고 말했다.

막 3호점을 낼 시점 한 청각 장애인이 매장을 열고 싶다고 찾아왔을 때 허요셉 대표는 당황했다. “주방은 뜨거운 불과 가스, 전기, 물 등을 다루는 복잡한 환경이죠. 빠르게 움직이고 돌발 상황에서도 대처할 수 있어야 하기에 비장애인도 쉽지 않습니다. 더욱이 토대를 단단히 다져야 할 창업 첫해에 장애인 운영 매장을 내는 건 저로서도 큰 모험이었죠.”

하지만 허 대표는 점주의 진정성을 보고 개점을 결정했다. 본사 직원이 상주하며 청각 장애 점주가 업무를 익힐 수 있을 때까지 몸으로 직접 보여주고 발생할 수 있는 돌발 상황에 대응하는 방법을 시각 매뉴얼로 제작했다. 그럼에도 직원과 손님의 불필요한 오해는 발생했다. “고객의 요청 사항을 무시한다”, “직원의 표정이 무겁다”, “고객에게 화를 낸다”와 같은 불만이 속출했다.

“청각 장애인 직원이라는 정보를 곳곳에 표시하고 고객이 요청할 수 있는 내용들을 적어 코팅 넘버링 카드로 비치해 의사소통하는 방식을 도입했어요. 창업 초기에 장애인 점주 매장이라니 고생을 많이 했죠. 시행착오를 겪으며 장애인 매장은 4곳으로 늘어났습니다. 장애인도 충분한 교육과 숙달된 훈련 그리고 제도적 지원이 뒷받침되면 얼마든지 운영할 수 있다는 걸 확인했고 임팩트 매장을 본격적으로 확대할 시기를 가늠하기 시작했어요.”

힘난다 버거가 장애인 점주 매장 확대를 고려하고 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본사가 위치한 경기도에서 관심을 보여왔다. 올해 ‘경기도 임팩트 프랜차이즈’ 성공 모델 6개사 중의 하나로 선정하고 동시에 성남시에서 유일하게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지정하며 정책 지원 대상에 올린 것이다.

“지자체의 지원에 힘입어 임팩트 프랜차이즈로의 전환은 더 탄력을 받게 됐습니다. 장애인 매장을 운영하며 쌓은 데이터로 개점 시스템은 충분히 갖춰졌고 다음달부터 초기 창업 비용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장애인 창업 전용 펀드를 조성합니다. 가맹비와 교육비를 면제하고 일정 기준을 조건으로 로열티도 면제할 예정이에요. 정부와 경기도 및 유관 기관의 장애인 고용 지원 정책 자금도 최대한 활용해 모두 임팩트 매장 지원에 투입할 계획입니다.”

허 대표는 진정한 소셜 임팩트를 일으키기 위해선 결국 음식이 맛있어 그 자체만으로 시장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한다. 사회적 약자층을 고용하는 착한 가게라는 이유 하나만으로는 매장을 찾지 않는다는 것이다. 제품이 매력적이어야 매장과 기업의 수익이 늘고 이것이 다시 취약 계층의 고용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발생한다는 뜻이다.

“프랑스의 카페 브랜드 ‘조이유’는 자폐나 다운증후군 등의 발달 장애인이 전체 직원의 2/3에 이릅니다. 300명 중 200명이 장애인 바리스타이지만 조이유는 제품 경쟁력을 앞세운 수익성을 가장 우선시하고 그 수익의 많은 부분을 장애인 고용에 재투자하며 사회적 가치를 함께 실현하죠. 결국 조이유가 파는 커피가 맛있었기에 사회적 가치 창출 모델이 가능했어요. F&B의 본질은 결국 맛에 수렴합니다.”

허 대표는 이러한 비즈니스 모델에 관심을 가지며 힘난다 버거의 차별화된 맛과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긴 여정을 밟아왔다.

2007년 신세계푸드에서 사회 생활을 시작한 허 대표는 2010년 유명 F&B 글로벌 브랜드를 살펴 한국에 론칭하기 위한 업무를 맡아 미국으로 6개월간 장기 출장을 떠났다. 그리고 이듬해 햄버거 레스토랑 ‘자니로켓’을 한국에 들여왔다. 이 과정에서 미국의 다양한 음식을 맛보고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회사에 보고하며 미국의 외식업 트렌드가 늦어도 3년 내에 글로벌 트렌드로 퍼진다는 결론을 얻어냈다.

“햄버거는 이미 미국의 가장 대중적인 음식이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햄버거의 본토에서 쉑쉑 버거나 파이브가이즈 같은 새로운 콘셉트의 프리미엄 햄버거 브랜드가 등장하며 전통적인 햄버거 브랜드인 맥도널드, 버거킹의 성장을 앞지르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었어요. 이런 사실은 미국 햄버거 시장이 계속 성장하고 있고 수요가 더 늘고 있다는 신호였어요.”

2018년 힘난다 버거의 콘셉트를 개발할 때 허 대표는 친건강 포지션을 내세운 ‘넥스트 레벨 버거’ 등 많은 브랜드를 탐색했다. 한국도 미국처럼 햄버거 시장이 지속적으로 커질 것이고 ‘건강한 버거’에 대한 수요가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맛은 있지만 정크푸드의 대명사인 햄버거에 푸드테크를 접목해 건강한 음식으로 탈바꿈시키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 갖고 창업과 관련한 시장 조사에 들어갔다.

2015년 허 대표는 햄버거에 앞서 건강한 트렌드를 접목하기 상대적으로 쉽고 매장 운영이 간단한 주스 부터 사업을 시작했다. ‘주시브로스’였다. 그리고 2년 뒤 샐러드까지 메뉴 범위를 넓혔다. 주스는 국내 최초로 미국의 콜드프레스 방식을 도입해 3년 차에 매출 20억을 돌파했지만 다른 브랜드들이 줄지어 콜드프레스를 적용하며 경쟁이 심화됐다. 샐러드의 경우 퀴노아, 렌틸콩, 병아리콩과 같은 수퍼그레인과 채소 그리고 삶은 소고기, 닭고기 등 저지방 육류 단백질을 취향대로 골라 큰 그릇에 담아 먹는 ‘수퍼푸드 보울’ 방식을 선보였는데 이 역시 인기를 끌자 6개월 만에 유사한 브랜드가 우후죽순 생겨났다.

“둘 다 다른 업체들이 따라하기 쉬운 음식이었어요. 이때 다른 브랜드가 절대로 따라할 수 없는 독보적인 차별점이 없으면 F&B 사업의 지속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생각에 이르렀죠. 그래서 궁극적인 목표였던 햄버거 브랜드 론칭을 앞두고는 절치부심하며 R&D에 돌입했습니다.”

허 대표는 2018년부터 3년 동안 기존 시장에 없는 독보적인 햄버거를 만들기 위해 식자재 연구에 뛰어든다. 미국 출장 때 접했던 디톡스 및 발효 공법이 떠올랐다. 발효는 어떤 음식이든 간에 미생물을 활용해 산화와 부패를 일으키는 균과 독소를 없애 잡냄새를 잡고 식품 자체의 성질에도 긍정적인 변화를 일으킨다. 원 식자재에는 없던 감칠맛을 일으키고 영양 성분을 강화하며 소화도 더 잘 되게 만든다. 발효기술이 접목된 햄버거는 세계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콘셉트였다.

“발효와 숙성이 가져다주는 이점은 분명했지만 과연 유산균을 햄버거의 패티와 번에 접목했을 때 의도한 세 가지의 목적, ‘맛, 영양, 소화’를 모두 달성할지는 의문이었습니다. 직원들과 함께 매일 같이 직접 소고기를 부위별로 자르고 갈아서 패티를 만든 후 다양한 미생물로 숙성시키는 작업을 반복했습니다. 종일 몸에 밴 육류와 발효의 냄새 때문에 대중교통은 절대 이용할 수 없었죠.”

햄버거에 적합한 미생물을 찾아 조합하고 온도, 습도, 시간과 같은 다양한 조건에 따른 숙성 반응을 연구한 지 정확히 3년이 되던 때 힘난다 버거의 패티와 번은 국가식품연구센터로부터 공식적인 과학적 근거를 얻는 데 성공한다.

“매우 기쁘고 인상적인 날이었습니다. 발효를 접목한 햄버거가 더 맛나고 건강할 수 있다는 이론적 가설을 현실로 증명한 것이니까요. 힘난다 버거의 레시피가 다른 업체들이 카피할 수 없는 소중한 기술적 자산이 된 겁니다. 주스와 샐러드는 금방 따라했지만 햄버거 패티와 번에 어떠한 미생물을 어떠한 조건에서 어떠한 공정을 통해 배합했는지는 알 수 없으니까요.”

혼신의 노력으로 만들어 낸 발효와 효소 기술의 효과는 기대를 뛰어넘었다. 유산균을 배합한 에이징 기술은 유통 과정 중 변질되기 쉬운 수입육의 잡균과 잡내를 없애 패티의 맛을 더 깔끔하고 부드럽게 만들었다. 또한 고기의 지방과 단백질을 지방산, 아미노산으로 분해하고 번의 밀가루 글루텐도 분해하여 장기의 소화 피로도를 낮췄다. 이 때문에 햄버거 업계 최초로 ‘친(親)고령 혁신제품’ 인증을 획득했다. 영양가도 높아졌다. 패티는 1일 영양 성분 기준치 대비, 나트륨은 3%의 극소량으로 줄어들고 단백질은 권장량의 42%를 충족시키도록 함량비가 조정됐으며 오메가-9 불포화지방산인 올레산 함량이 높아졌다.

2022년 농업기술진흥원이 힘난다의 유산균 에이징 패티 성분을 분석한 결과 평균적인 다른 브랜드의 패티들에 비해 올레산이 10%가량 높아 영양학적으로 우수하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맛과 영양이 탁월하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별다른 마케팅 없이 2021년 가맹 사업 론칭 1년 만에 전국 60개 매장으로 성장했습니다. 아울러 기술력을 인정받아 신용보증기금 퍼스트펭귄 프로그램 선정을 비롯해 빙그레 펀드, 스트롱 벤처스, 우리은행 등에서 대규모 투자 유치에도 성공했죠. 이 과정에서 단순 푸드테크 기업에서 프랜차이즈를 통한 자체 유통망을 갖춘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힘난다 버거는 R&D의 소중함을 깨닫고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특히 다음달 40년 안팎 기간 바이오 분야를 연구해 온 과학자들과 함께 푸드테크 개발 전문 회사 ‘힘바이오’를 설립한다. 이를 통해 본격적으로 더 많은 식품과 미생물의 조합 그리고 그 반응에 대한 연구에 착수할 예정이다.

“가맹 사업을 거쳐오긴 했지만 또 하나의 목표는 ‘바이오 융합 식품(바이오 푸드테크를 접목한 식품)’의 A to Z가 오고 가는 플랫폼 기업이 되는 것이었어요. 푸드테크 스타트업을 배출하고자 하는 창업 캠프가 다음달 시작되면서 플랫폼 사업도 첫발을 뗍니다. 결국 올해 하반기는 임팩트 프랜차이즈 모델로의 변화와 F&B 스타트업 빌더 사업이라는 두 가지 미래 비전이 새롭게 구현되는 시기죠.”

‘힘바이오’가 발효, 효소, 숙성 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힘난다’라는 플랫폼을 통해 F&B 브랜드나 스타트업 창업자에게 이식해 차별화된 메뉴와 경쟁력을 갖춘 비즈니스 모델을 제공한다는 구상이다. 힘난다가 10년간 축적한 기술, 경험, 노하우, 네트워크를 총동원한 창업 캠프와 엑셀러레이팅 과정을 통해 푸드테크 기업의 탄생 혹은 전환 그리고 성공 사례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메뉴 개발과 투자 유치부터 매장 운영과 확대 그리고 엑시트까지 스타트업의 생애주기에 걸쳐 밀착 컨설팅을 하는 게 핵심이다.

허 대표의 이런 비전은 한창 R&D에 몰입하던 시기 진학했던 이종기술 융합연구 분야 카이스트 석사 과정을 밟으면서 그려졌다.

“제가 관심 있었던 F&B 분야와 공학적 기술과의 결합에 대한 지식을 쌓고 싶었어요. 음식이 먹자골목에만 머물지 않고 창의적 푸드테크와 융합해야 미래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창업 교육 캠프와 엑셀러레이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 기업으로의 변화 그리고 새로운 푸드테크를 스타트업에 전수하기위한 R&D 기관을 설립하게 계기 등이 카이스트 수학 과정에서 영감을 받은 내용들이었습니다. F&B와 기술 지향 전략의 시너지는 VC 투자 유치에도 큰 힘이 됐습니다.”

중학교 1학년 입학 선물로 아버지가 마련한 가족의 첫 패밀리레스토랑 코코스의 경험은 허 대표의 마음 한 곳에 일찍이 외식업의 꿈이 깃든 계기였다.

“깔끔한 인테리어에 이국적 풍미의 맛있는 음식들 그리고 친절한 직원들이 다가와 함께 생일파티 노래까지 부르며 축하해 주는 것을 보면서 깊은 행복감을 느꼈습니다. 그때 느낀 기분을 다른 사람들한테도 전해주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떠오르는 일출의 모습을 형상화한 힘난다의 로고는 그 따뜻한 에너지처럼 건강하고 사람에게 힘이 되는 음식을 만들겠다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이제 그 힘의 의미는 ‘사람을 향한 힘’에서 ‘사회를 향한 힘’으로 더욱 확장되었어요.”

사회적 취약 계층을 더 많이 고용하고 차세대 푸드테크 스타트업을 만듦으로써 우리 사회에 작은 힘을 보태고 싶다는 뜻이다. 힘난다는 2027년까지 임팩트 매장을 100개까지 늘리는 것을 목표로 잡고 있다.

동시에 창업 엑셀러레이터로서 기술 기반의 F&B 스타트업을 꾸준히 배출하고 이를 통해 더욱 건강하고 값진 음식을 사람들이 누리게 하겠다고 말한다.

“2017년 디톡스 주스와 샐러드 사업으로 성공적 결과들이 쏟아질 때 많은 기업들이 찾아와 매각을 하면 100억 원 가량을 주겠다고 했습니다. 만약 돈이 제 사업의 목표였다면 사업 시작 2~3년 만에 가장 쉬운 방법으로 큰 돈을 벌었을 겁니다. 하지만 거절했고 그 선택을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기업가는 돈을 벌어야 하지만 그것이 유일하고 모든 것을 압도하는 목적이 되면 세상에 임팩트를 주겠다는 기업가로서의 사명감은 없어지고 기업의 존재 이유도 사라진다고 생각합니다. 사회에 유익함을 창출하기 어려워지는 것이죠. 같은 세대에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실질적인 이로움을 제공함으로써 매출과 수익을 창출하는 것만이 기업이 존속하는 것을 넘어 성장의 고도화까지 이루어낼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조효민 기자 jo.hyo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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